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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May 31. 2024

어머니는 막대 사탕이 싫다고 말 못 하셨어

말할 수 없었던 비밀

2024. 5. 30.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자, 선물이야."

"우리 아들이 또 엄마 주려고 가져온 거야?"

"응. 엄마는 무슨 맛이 좋아? 엄마는 레몬 맛을 좋아하지? 근데 어떡하지? 이건 레몬 맛이 아닌데."

"괜찮아. 우리 아들이 준 건 다 좋아."


라고 말은 했지만 사실은 다르다.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아름다운 거짓말이라고 한다지 아마?


"엄마, 오늘 내가 수업 시간에 사탕을 받았어. 두 개나 받아서 하나는 엄마 주려고 가져왔지. 잠깐만 기다려 봐."

라면서 집에 오자마자 가방을 뒤지는 한 남자 어린이가 있었다.

"우리 아들이 또 얼마나 수업을 잘했길래 사탕을 두 개나 받으셨을까?"

"내가 좀 잘했지."

"그랬구나. 그럼 친구랑 나눠 먹지 그걸 또 하나 챙겨 왔어?"

"엄마도 하나 주려고 그랬지."

"엄마는 안 줘도 되는데."

"엄마! 엄마는 이 아들이 엄마를 위해서 사탕을 가져왔는데 그럴 수 있어?"

"아니야. 고마워서 그러지. 역시 우리 아들밖에 없어."

"자, 두 개 중에 하난 내가 먹었어. 이거 마음에 들어?"

아들은 온 가방을 다 헤집고 나서야 그 요망한 것을 끄집어내셨다.

자그마치 콜라 맛으로 말이다.

나는 콜라맛은 안 좋아하는데, 조수바 맛도 안 좋아하는데, 수박바 맛도 안 좋아하는데, 그나마 먹는 건 레몬맛 사탕인데 하필이면 그날 당첨된 사탕은 콜라맛이었다.

"엄마는 콜라보다는 사이다를 더 좋아하는데 그래도 괜찮아?"

라면서 아들은 나의 얼굴을 유심히 살펴봤다.

굳이 탄산음료를 먹는다면 사이다를 고르는 엄마의 취향을 정확히 꿰고 계신 아드님께서 행여라도 콜라맛 사탕을 받은 엄마가 실망할까 봐.

"콜라맛이면 어때? 간장맛이라고 해도 엄마는 우리 아들이 준 거라면 맛있게 먹을 거야."

"에이, 엄마. 그건 좀 아니다. 과장이 너무 심하잖아. 간장맛 사탕이 어디 있어?"

"말이 그렇다 이거지. 아무튼 우리 아들이 최고라 그 말이지."

"엄마 이 사탕 어디에 둘까? 나중에 당 떨어지면 먹어요. 알았지?"

"응, 알았어."

아들은 수업 시간의 전리품인 그것을 식탁에 놓고 시도 때도 없이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엄마, 왜 사탕 안 먹어?"

"응, 지금은 아직 기운 있어."

"엄마, 아직도 사탕 안 먹었어?"

"어, 이따가 먹을게."

"엄마, 내가 특별히 엄마를 위해서 가져왔는데, 누나도 안 주고 엄마만 준 건데 왜 안 먹는 거야?"

"아, 깜빡했어."

"엄마, 내가 사탕 껍질 까 줄까?"

"아니, 엄마가 할게."

"자, 얼른 먹어."

"알았어."


아들은 끈질기게 불시검문을 하셨다.

사실, 콜라 맛 사탕도 안 좋아하지만 막대사탕은 더 안 좋아한다.

먹기도 불편하고, 내 취향이 전혀 아니다.

하지만

"아들아, 너는 태어난 지 벌써 10년이 훌쩍 넘었는데 이 엄마가 막대 사탕을 좋아하는지 그냥 사탕을 좋아하는지 그것도 여태 모르고 있었어? 엄만 그냥 사탕이 좋아. 막대사탕은 먹기도 불편하잖아. 이런 걸 뭐 하러 가져왔어, 그냥 친구나 나눠주지."

라고는 효성이 지극한 그 어린이를 향해 단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물론.


다만 나는 그 막대 사탕을 들고 자리를 피했다.

그 요망한 것을 나만 아는 아지트에 남몰래 고이 간직하기 위해서.

그리고 대충 사탕이 녹을 법한 시간을 계산하고 다시 아들 앞에 떳떳하게 나섰다.

"역시 우리 아들이 준 거라 그런지 더 맛있네. 잘 먹었어. 고마워."

그래야 다음에 다른 콩고물이 살짝이라도 내게 떨어질 것이란 걸 잘 알기 때문에.

다음 번엔 막대가 없는 콩고물이 당첨되기를 기다리며, 최소한 탄산 음료맛 콩고물이 아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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