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주가 태어났으니까, 크리스마스니까, 어린이날이니까, 초등학교에 입학했으니까, 어린이집이든 유치원이든 졸업했으니까, 생일이니까, 오랜만에 왔으니까, 상 받았으니까, 받아쓰기 100점 받았으니까, 그림을 잘 그렸으니까, 종이접기를 잘했으니까, 콩을 잘 따고 깠으니까, 어깨를 시원하게 잘 주물렀으니까 등등, 엄마만의 이유는 무궁무진하다.
아빠는 가끔, 영문도 모르고 당하시기 일쑤다.
"니 엄마는 꼭 나한테만 주라고 하더라."
라고 말씀하시는 아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싫지 않은 눈치시다.(라고 혹시 나만 혼자 착각하고 있는 걸까?)
"할아버지는 할아버지고, 할머니는 할머니제."
라면서 엄마는 또 따로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시기도 한다. 그것도 자그마치 엄마 돈을 말이다.
그러니까 우리 집 아이들도 마찬가지지만 친손주 들도 이런 식으로 할아버지, 할머니로부터 각각 용돈을 종종 받기도 한다.
언제나 용돈 메신저, 엄마가 친정에 계신다.
그날도 엄마는 해내셨다.
"언제 우리 합격이가 그렇게 많이 컸냐?"
요즘 이런 말씀을 제일 많이 하시는 것 같다.
"우리 합격이가 내년에는 중학교 가겄네. 세월 빠르다."
내가 직장 생활을 하느라 딸이 돌도 되기 전부터 딸을 몇 년 간 키워주신 부모님이라 더 애틋하게 생각하시는 것도 같았다.
자그마치 거의 5년 가까이였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여전히 아이들을 보고 싶어 하시는데, 맛난 것, 새것, 좋은 것만 생기면 아이들을 주려고 기다리는데 이젠 더 이상 아이들은 외가에 가길 그다지 즐기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