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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Jul 03. 2024

일찍 일어나는 새가 뭐 하는 줄 아세요?

서리하러 가요, 콩밭에

2024. 6. 30.  위 사진은 본문 내용과 관련 없음

< 사진 임자 = 글임자 >


'일찍 일어나는 새가 콩밭 서리를 한다.'

나는 다시금 그 명언(나 혼자만 만들어 쓰는, 아무도 모르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 보는 일종의 조류의 '콩밭 오픈런', 이라고나 할까. 콩밭은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 그런 것도 오픈런이라고 할 수 있다면 말이다.

옛날 옛날, 한 옛날에 태초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서 새떼가 콩밭에서 단체 서리하는 소리 들렸으랴.

기원전 3,000년 경에 '일찍 일어나는 새'에게는 다 꿍꿍이가 있었던 거다, 사실은.

세상에는,

놀랍게도,

조류임에도 불구하고,

생각이란 게 있었다고 한다.(고 나만 강하게 의심해 본다.)

일찍 일어나서 벌레를 잡으러 간 게 아니라 필시, 만물의 영장이 심어 놓은 콩밭에 가서 인간 몰래(아니, 어쩔 땐 대놓고 보란 듯이 인간들에게 코웃음을 치며) 막 돋아난 콩을 따 먹기 위해서였던 거다.

나는 더 이상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는다.'는 허무맹랑한 말 같은 건 믿지 않는다.

믿지 않게 되었다.


그래,

새가 일찍부터 부지런을 떠는 이유가 다 있었어.

그렇지 않고서야 도대체 무슨 이유로 그렇게 새벽같이 일어나겠는가.

새나라의 어린이도 아니면서 그렇게 일찍 일어납디다 그려.

하긴, 서리하러 가려면 일찍 일어나긴 해야겠지, 아무렴.

그래도 양심도 없지, 얌체같이 인간이 기상하기도 전에 먼저 날아가서 콩 맛을 보다니!

그나저나, 나 혼자만 이렇게 억울하고 애타면 무엇하나.

그 날짐승들은 들은 척도 않는걸.

어차피 들린다고 해도 듣지도 않겠지.

또, 나는 느닷없고 뜬금없고 난데없이 '우이독경'은 이제 그만, 이라고 외치고 싶을 지경이다.

솔직히 '우이독경'은 식상할 때가 되지 않았냔 말이다.

이제, '조이독경'으로 가자.

최소한 소들은 콩밭으로 단체 서리를 떠나지 않는 동물이다.

우리의 누렁이들이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런데 불현듯, '늙은 말이 콩 더 달란다'는 그 말이 떠오른 이유는 뭘까.

어쨌거나 그 말도 소하고는 관련이 없다.

이제 보니 새하고 말하고 한 패였잖아? 

나와 우리 부모님에겐 세상 파렴치한 조류들, 그러나 나는 모든 종류의 조류가 다 그러하다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를 범하려는 건 결코 아니다. 그러면 선량한 그 밖의 다른 조류가 얼마나 억울할 것이며 기가 막히겠나.

그러니까 내 말은 유독 우리 부모님 콩밭에 서리를 목적으로 자주 출몰하시는 특정 종류의 조류를 의미한다, 물론.

뚜렷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행동으로 옮기는 일부 조류에 한해서다.


학창 시절에도 안 잡아 봤던 꽹과리를 뜬금없이 콩밭에서 마구 두들기게 되리라고 누가 상상이나 했겠는가.

난데없이 콩밭에서 펼쳐지는 모노드라마 내지는 나 홀로 사물놀이라니!

실로 꽹과리 소리는 시끄럽고 듣기 거북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놈들에게 (물론 내 생각에만) 앙갚음을 한 것만 같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었달까?

너희가 날이면 날마다 그렇게 서리하고 다니면 우리도 가만히 있지 않아!

본때를 보여주겠어!

본때를 보여 준 거 맞나?

본때를 보여줬을까, 과연?

아무튼, 너희에게 서리하는 능력이 있다면 나에겐 꽹과리가 있어!

어차피 너희도 이젠 행복 끝, 고생 시작일걸?

이파리가 다 돋아 무성해지기 시작하면 그땐 또 거들떠보지도 않는다며?

꼭, 반드시 막 돋은 콩대가리라야만 한다며?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도 '반찬 투정한다.' 내지는 '입이 고급이다'라고 한다지 아마?

어디서 못된 것만 배워가지고는!

이제 무임승차는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어?

어디 남이 심어놓은 콩밭에서 얌체같이 다 따 먹는 게지?

익히지도 않은 생것을 그대로 말이야.

비위도 좋다, 얘!

근데 그거 정말 날로 먹는 거 아니야?

새들아, 인간들은 이런 상황에서 '날로 먹는다'라고 표현한단다.


이제 그만 남의 콩밭 기웃거리는 건 그만하렴.

너희도 새 출발 해야지?

너희 힘으로 먹고살도록 해.

이젠 정말 서리해 먹을 콩도 없으니 더 부지런 떨고 일찍 일어나야 할 것이야.

안 됐다.

좋은 시절 다~ 갔다.

쌤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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