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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Aug 29. 2024

교사의 말-요즘 학교에서 스마트폰 별로 안 써

이래서 양쪽 말을 다 들어봐야 한다니까

2024. 8. 27.

<사진 임자 = 글임자 >


"요즘 학교에서 스마트폰으로 수업 많이 한다며? 진짜 그래?"

"누가 그래?"

"나 아는 언니가 그러던데?"

"안 그래."

"모둠 활동도 스마트폰으로 하고 숙제도 그걸로 해서 제출하고 그런다던데 넌 그렇게 안해?"

"난 안 쓰지."

"고학년으로 갈 수록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 쓸 일이 많다고 하더라?"

"초등학교에서 스마트폰을 쓰면 얼마나 쓰겠어?"

"애들도 요즘은 거의 다 스마트폰 가지고 있고 수업 시간에도 그걸로 공부한다니까 그래서 물어보는 거지."

"교사마다 성향이 다르니까 그런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겠지."

"그렇긴 하겠다. 하긴 그동안 우리 애들 담임 선생님들은 스마트폰으로 수업 거의 안한 것 같긴 하더라."


올해 초였을 것이다.

현직 초등 교사인 친구에게 재차 확인도 받을 겸(어차피 내 친구가 아이들의 담임은 아니었지만)물어봤다.

그 친구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초등학교에서는 최대한, 특히 저학년일 때는 스마트폰으로 수업 활동에 참여하게 하는 일은 자제한다고 했다.

친구 말마따나 선생님마다 모두 성향이 다르니까 그런 식으로 물어볼 필요도 없는 일이긴 했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서 말이나 한 번 해 본 거다.


나는 다소 안심했다.

전에 지인에게 들은 그 말이 무색하게 내 친구는 '굳이' 학교에서까지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릴 필요가 있느냐고 했다. 여러 면에서 나랑 교육관이 비슷한 친구라 내가 하는 말에 다소 놀라는 눈치였다.

스마트폰이 없는 초등학생이 거의 없고(게다가 고학년의 경우에는) 수업시간이나 과제 활동에 종종 그 요망한 것을 동원한다는 제보를 받고 마침 친구가 지금 초등학교에서 교사로 있기 때문에 나는 적임자를 찾았다고, 내가 지인에게서 들은 말이 믿을만한 정보인가 확인해 보고 싶었던 거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내 친구가 남매의 담임이라면 스마트폰 그까짓 것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 편히 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건 불가능한 일이고(일단 우리는 서로 너무 먼 거리에 살고 있다) 친구가 아니라 자녀의 담임으로서 친구를 만난다면 그것만큼 불편한 일이 없을 것도 같았다.

전적으로 친구 말이 옳다거나, 내 지인의 말이 옳다거나 어느 한 편의 의견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는 일이지마는 어차피 내 아이의 담임도 아닌 내 친구가 하는 말 같은건 지금 내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저 아주 조금, 저런 교사도 있긴 있으니 너무 안달복달할 필요도 없겠거니 했을 뿐이다.

중요한 건 지금 내 아이들의 담임 선생님이 어떤 성향인가, 그것 말고는 아무 것도 없었다.

나도 물론 무조건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일에 결사반대하는 입장은 아니다.

실제로 아주 요긴하게 잘 쓰고 있는 중이었으므로 아이들이 건전하고 유용하게 잘만 써 준다면 아무 걱정이 없다. 하지만 가끔은 어른들도 자신을 어찌해 볼 수 없는 마당에 아직 어린 아이들이 얼마나 스스로를 조절해 나갈 수 있을지, 그게 가장 염려스러운 것이다.

무엇이든 지나치지 않게 적절한 기기 사용은 해로울 것이 없다.

언제나 지나쳐서 문제가 생기는 법이니까.

그렇다고 담임 선생님들께

"제발, 스마트폰은 수업 시간에 손도 못대게 해주세요."

라고 간청할 수도 없는 일이다.

어디까지나 수업권의 교사의 몫이니까.

어련히 알아서 잘 하시려고.


6학년이 된 딸이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갈 무렵 자꾸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활동을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이 없는 학생은 어쩌라고 그러는 거지?

(물론 당시 그것이 없는 학생은 반에서 딸 혼자였다)

선생님이 그러시는 것도 무리는 아니지, 이미 스마트폰이 없는 삶은 생각하기도 힘들 정도가 되어버렸으니 어느 정도 시대의 변화에 맞춰서 수업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이랬다가 저랬다가 종국에는 '하필 그 스마트폰이 없어서'내 딸만 손해보는 건 아닌가, 그런 생각을 떨치기가 힘들었다.

스마트폰으로 각종 활동과 과제를 하는 날이 점점 늘어날 수록 말이다.

어차피 그것이 없는 건 우리 사정일 뿐이니까, 선생님이 학생의 가정사정까지 일일이 헤아려주기를 바라는 것도 무리일지 모르니까.

하지만 일단 사주면, 줬다가 뺏기는 힘들어 보였다.

아이들 손에 그 네모 반듯한 것을 쥐어 준 다음엔, 그 다음에는?

절대 거부할 수 없는 그에 부수적인 오만가지 가상 시나리오를 상상해보지 않을 수 없는 일이었다.

나도 다 생각이 있었는데, 수업시간에 스마트폰을 활용하지 않으면 정말 지금 이 시점에 그것을 살 필요는 없다는 굳은 신념이 점점 흐물흐물해지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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