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그 집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냥 핸드폰도 스마트폰도 없는 그 친구가 있어서 조금은 든든했달까?
도대체 뭐가 그리 든든할 일인지는 모르겠으나 아무튼 딸이 혼자가 아니라는 그런 느낌 비슷한 것이었다. 그 친구라도 의지하면서 지내면 그런대로 괜찮지 않을까도 싶었다.
그리고 그런 나의 바람은 6학년을 졸업할 때까지 무사히 계속되기를 바랐었다.
"엄마, 요즘 선생님이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자꾸 조사하라고 하셔."
"그래? 넌 없는데 어떡해?"
"어쩔 수 없지. 그냥 교과서로 하고 있어."
"일주일에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 것 같아?"
"요즘은 거의 매일 하는데? 하루에 여러 번 할 때도 있어."
"그럼 곤란한데. 그 친구는 어떻게 하고 있어? 너 말고 스마트폰 없는 친구 또 한 명 있다고 했잖아."
"걔 전학 갔어."
"뭐???"
이건 정말 예상 시나리오에 없던 일이다.
그렇게 무정하게 가 버릴 줄은 정말 몰랐다.
가면 안 되는데, (물론 나 혼자만) 그 친구랑 내 딸이랑 없는 친구들끼리라도 어떻게 잘해 보라고 해 보려고 했는데, 마지노선은 아마도 거기까지였던가 보다.
"언제 전학 갔어?"
"얼마 전에 갔어."
"그랬구나."
"이제 우리 반(2024년 6월 중순 기준)에서는 정말 나 혼자만 스마트폰이 없어."
가만, 이제 슬슬 또 협상을 시작하려는 건가?
"그래. 정말 그렇겠네."
"요즘도 수업 시간에 스마트폰 많이 써?"
"응. 전보다 더 자주 써."
"그렇단 말이지."
"나도 스마트폰이 있으면 좋을 텐데..."
내친김에 딸은 어떤 시도를 하려고 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제 나는 혼자다.
우리 반에서 나만 그것이 없다.
이건 명백한 사실이다.
이런 비슷한 마음을 모두 담아 자신의 바람을 내게 슬며시 내비쳤다.(고 나는 본능적으로 느꼈다.)
"생각 좀 해 보자. 다른 건 몰라도 수업 시간에 그렇게 자주 쓰면 이번 기회에 생각해 봐야지."
남들이 다 있으니까 나도 하나 사줘야겠다는 그런 마음은 아니다.
차라리 수업 시간에 참여는 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춰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그런 마음이 더 컸다.
"합격아, 너희 반에서 혼자만 스마트폰이 없다고? 너만 유일하게 그게 없다는 거지? 어머나! 이건 정말 특별한 일인걸. 유일한 사람이 되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거든. 남들과는 다른 너만의 무엇이 있다는 건 아주 특별하단다. 그러니 그렇게 유일한 사람으로 남은 널 특별하게 생각하기 바란다."
라고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딸에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게다가 이런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딸에게 했다가는 그녀의 비난을 피할 길은 없으리)
이렇게 특별한 것과 저렇게 특별한 것은 분명 차원이 다른 문제였다.
비교할 거리도 아니었으며, '특별하다'는 그 말을 이런 데다가 갖다 붙일 성질의 것도 아니었다.
분명한 것은 딸은 이제 특별해진 게 아니라 단지 '혼자만 스마트폰이 없어서 수업에 참여할 수 없게 된 학생'일 뿐이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 이 상황은 특별한 게 아니다, 전혀.
그냥 수업 시간에 참여할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되는 셈이다.
친구는 가버리고, 수업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고 하니 이쯤 되면 그동안 미뤄왔던 숙원사업을 다시금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만 했다.
그러는 동안에도 딸은 수업 시간에 종종 스마트폰을 활용한 수업에서 '당연히' 빠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자꾸만 놓이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