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이 스마트폰이 갖고 싶은 이유 중 하나는 '사진'이 8할이다.(8할이었다, 적어도 그 시기에는.)
"친구들은 다 스마트폰으로 사진 찍어서 공유하고 그랬는데 내 핸드폰은 그게 안 되잖아. 아무리 사진을 찍어도 선명하지 않아."
어쩌겠어.
그게 바로 네 현실인걸.
"그랬구나, 그래도 친구들이랑 사진 많이 찍지 그랬어."
"엄마, 봐 봐."
과연 딸이 찍어 온 사진은 엄마가 아닌 그 누구에게라도 하소연을 해도 그 안타까움이 다 전해질 정도였다.
말만으로는 부족하다 싶었는지 딸은 당장 문제의 그 사진들을 내 앞에 들이밀었던 것이다.
이런 걸 고급 전문 용어로 '확인사살'이라고 한다지 아마?
그렇다고 해서
"합격아, 그럼 친구들이 찍은 사진 엄마한테라도 좀 보내주라고 부탁하지 그랬어? 일단 아쉬운 대로 그렇게라도 엄마가 사진 받아 두면 되잖아. 당장 네 멤버들 전화번호 좀 저장해 줄래? 자동 친구 추가 하는 것도 잊지 말라고 꼭 전해주렴. 이젠 엄마가 중간에서 다 받아 줄게. 넌 아무 걱정 마. 알겠지? 이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라고는, 낄 데 안 낄 데도모르는 주책맞은 친구 엄마 같은 말은 입도 뻥끗하지 않았다, 물론.
나도 사진 찍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물론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거지 사진을 잘 찍는다는 의미가 결코 아님을 분명히 밝히는 바이다) 딸이 어떤 기분일지는 충분히 이해가 됐다.
그렇다고 해서 또
"그래? 우리 딸만 친구들이랑 사진 공유를 못했단 말이지? 우리 딸이 거기서 혼자만 빠지는 건 엄마가 절대 못 보지! 안 되겠어! 엄마가 당장 스마트폰 하나 사줘야겠어. 넌 어떤 게 마음에 들어? 얼른 골라 봐."
라는 말로 호들갑 대잔치를 할 수도 없었다, 물론.
열세 살 소녀는 지금 스마트폰이 무척이나 고프다.
다름이 아니오라, 사진 때문에라도 무척이나 그것이 갖고 싶다.
하필 친한 멤버들 총 다섯 명 가운데 혼자만 그것이 없다.
넓게는 서른 명 가까이 되는 반 친구들 중에 유독 혼자만 그것이 없다.
계속 이대로 유일무이 체제를 유지할 것인가, 아니면 이참에 눈 질끈 감고 대세에 합류할 것인가.
또래 친구들과의 친교 활동에 (살짝) 애로점이 생겨나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나는 다시 또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창 친구들과 어울리며 수다 떨고 관심사를 공유하는 일에 무엇보다 열심인 열세 살 소녀는 종종 그 무리에서 이질감을 느끼는 듯도 싶었다.
대체로 교우 관계가 원만하다고 판단되는(그렇게 철석같이 나는 믿고 있다, 믿고 싶다) 딸인데, 그 전자기기 하나로 인해 순식간에 친구들과의 우정에 이상이 생긴다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고백하건대 행여나 하는 마음이 아주 없지도 않았다.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젠, 멤버들과 공유할 수 있는 수단에서 멀어지면 어쩌면, 만에 하나라도, 그 무리 속에서도 멀어질지도 모른다는 방정맞은 생각도 들었다. 특히나 아직은 어린 소녀들이니까. 어른들이야 어느 정도 사리분별 능력이 있으니 덜할지도 모르지만 이제 질풍노도의 시기를 향해 달려가는 소녀들의 세계는 또 다르지 않겠나.
스마트폰에 왜 하필이면 그 요망한 카메라를 달아가지고는.
그 누구보다도 거기 달린 카메라를 애정해 마지않는 사람이면서도 딸의 일을 생각하면 또 나는 마음이 복잡해지려고 했다.
그러다가 다시금 정신을 바짝 차렸다.
순간의 감정에 휩쓸려서는 아니 될 것이야.
그리고 이미 다 지난 일이야.
안타깝긴 하지만 모든 환경을 딸이 원하는 대로 무조건 다 맞춰줄 수는 없어.
그렇게 할 마음도 없을뿐더러 애초에 마음먹은 대로 스마트폰을 구입하더라도 과연 그 시기가 적절한지 다시 한번 되새김질을 할 필요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