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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Sep 22. 2024

새언니가 시누이를 끌어들이는 방법

내겐 너무 적극적인 새언니

2024. 9. 21.

< 사진 임자 = 글임자 >


"아가씨, 시간 되면 한번 생각해 봐."

"아니, 난 안 할게."

"무조건 하라는 건 아니야. 그냥 편하게 해 보면 돼."

"괜찮다니까."


이 언니가 또 나를 끌어들이려고 한다.

한 두 번이 아니다.

물론 그럴 때마다 요리조리 잘 빠져나왔지만 이번에는 좀 더 끈질기게(?) 시도했다.


"지금 내가 일본어랑 중국어 수업하고 있는 거 있는데 아가씨도 생각 있음 한 번 들어와 봐."

"난 별로 생각 없는데."

"어려운 거 없어. 그냥 내가 보내 준 URL로 들어와서 라디오 듣는다고 생각하고 듣기만 해도 돼."

"그거 아니어도 나 듣는 거 많아."

"아가씨랑 같이 하면 좋을 텐데 시간이 안 될까?"

"지금 오디오어학당 하루 종일 듣기도 바빠."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뭐."

"나중에라도 생각 있음 말할게, 언니."

"그래요, 그럼."

"근데 언니 그렇게 수업 많이 하면 안 피곤해? 맨날 바쁜 이유가 있었구만?"

"하는 게 많으니까 바쁘긴 바쁘지. 하루에 5 시간 자고."

"그것밖에 안 자고 피곤해서 어떻게 살아? 적당히 하슈. 쉬엄쉬엄 해."

"혹시 애들은 일본어나 중국어 관심 없으려나?"

"응. 우리 애들도 지금은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아."

"그래. 그럼 내가 철학 책 읽는 거 그거 할 생각인데 그건 어때? 그냥 주말 아침 8시에 틀어 놓기만 해도 되는데. 부담 없이 그냥 다른 일 하면서 틀어만 놔도 되고."

"그 시간에 우리 애들 일어나지도 않을걸?"

"요즘 애들이 철학책을 너무  안 읽잖아. 그래서 내가 우리 애들 대상으로 하려고 했는데 애들 친구들이 참여하고 싶다고 해서 모아서 해보려고 하거든. 아가씨네 애들도 같이 하면 좋을 것 같은데."

새언니는 항상 의욕이 넘친다.

이번에 철학책까지 손을 대려고 한다.

"요즘 애들이 책을 점점 안 읽긴 한데, 철학책은 더 안 읽지. 시험이 어떻게 나오는 줄 알아? 장난 아니야. 지금부터 대비 안 하면 나중에 문제도 못 풀어."

그러니까 새언니는 철저히 계획적이었다.

새언니는 진작에, 기원전 5,000년 경부터  세 아들의 대입을 준비했다.

나는, 우리 애들이 대학을 갈지 안 갈지도 모르는 마당에, 억지로 강요하면서까지 공부시키고 싶은 마음이 크지는 않아서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솔직히. 부모로서 자녀들에게 뒷받침을 어느 정도는 해 줘야 당연한 거겠지만(자신들의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라 부모가 낳았으니 어느 정도 뒷바라지는 당연하다고 나는 생각한다) 공부는 알아서 스스로 해야지 절대 부모가 강요해서 되는 게 아니었다, 경험상. 물론 부모 입장에서, 조금 더 먼저 태어나서 경험한 사람들로서 조언을 해 줄 수는 있고 자녀가 학습하는 데 있어 어떤(물론 부모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다) 지원을 할 수야 있겠지만 무조건 부모의 생각과 바람을 요구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하지만 새언니는 달랐다.

지금부터 준비를 해야 한다는 거다.

새언니는 세 아들의 공부의 최종 목표는 아마도 대학 입시가 아닌가 싶다.

잘은 모르지만 항상 하는 말을 들어 보면 온통 초점이 거기에 맞춰져 있다.

하지만 우리 아이들의 학습의 최종 목표는 대학 입시라기보다 자신의 직업을 갖고 앞가림하고 사는 것에 더 가깝다. 그러니까 장래에 직업 가질 때 반드시 대학을 졸업하고 가져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그동안 자주 했던 말도 대학은 진심으로 공부를 할 거면 가고 그렇지 않다면 굳이 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거였다. 대학 등록금이 어디 한 두 푼인가? 그에 맞게 공부할 의지 정도는 있어야 대학도 가는 거지 어영부영 시간과 돈을 낭비하면서 대학 생활을 하기를 바라지 않는다, 결코.

물론 새언니가 좋은 의도에서 내게 자꾸 권하는 건 알겠지만 서로 관심사가 살짝 다르니 일방적으로 한쪽에 다 맞출 필요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되는 거다.

새언니는 오빠와 교육관이 맞으면 그렇게 하면 되는 거고 우리는 나름 우리 식대로 아이들을 길러내면 될 일이다.


"아가씨,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중국어는 EBS에서 하는 프로그램으로 수업하거든. 그거 하나도 안 어려워. 아가씨도 같이 해보는 게 어때?"

"초급 중국어 나도 듣고 있어.(=듣고만 있어.) (말할 줄은 모르지만, 거의 알아듣지는 못하지만) 재미있던데."

"그렇지? 아가씨도 이번에 한 번 같이 해보는 게 어때? 하루에 정해진 시간에 다 같이 화상으로 말이야."

"난 그 시간에 모닝스페셜 들어. 난 그게 더 맞아."

"그렇구나. 하긴 모닝스페셜도 들어보니까 괜찮긴 하더라."

"그냥 일단은 쭉 그거 들을게. 그리고 중국어랑 일본어도 오디오어학당 틀어 놓으면 하루 종일 나오니까 그거 들어도 돼. 오디오어학당에서 새벽5시에 토익부터 귀트영,입트영, 이지 라이팅, 스타트 잉글리시, 이지 잉글리시, 파워 잉글리시, 그런 거 다 듣기에도 시간 모자라. 우선 나 듣고 싶은 거 들을게."

"그래. 그렇구나. 아가씨도 듣는 게 많네. 어쩔 수 없지 뭐."

"이번에 중국어 공부 좀 해 보니까 중국어도 재미있더라고. 물론 무슨 말인지는 거의 모르지만. 나중에 내가 하고 싶을 때 연락하겠수."

"알았어."


얘기가 다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새언니는 쉽게 물러서지 않았다.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 아가씨, 일본어 원서 읽는 건 어때? 그냥 큰 부담 없이 말이야. "

"원서? 완전 부담 있어."

"하다 보면 재미있는데."

"내가 나중에 연락할게. 다음에 또 통화합시다."

자고로 불리할 땐 얼른 끊는 게 상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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