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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Oct 02. 2024

요즘 애들은 참...

공개 수업 갔던 날

2024. 10. 1.

< 사진 임자 = 글임자 >


"우리 엄마랑 아빠는 왜 안 오시지?"


아이들이 복도에서 서성이며 부모님을 많이들 기다리고 있었다.

부모님을 만난 아이들은 신이 나서 친구들에게 소개도 해 주고 아직 부모님을 못 만난 아이들은 자꾸 복도 끝만 쳐다보고 있었다.

공개 수업에 갔던 날이었다.


"너희 공개 수업 시간이 똑같으니까 일단 반반씩 나눠야겠어."

선생님을 만나게 되면 인사라도 하고 남매의 친구들을 만나게 되면 얼굴이라도 보려고 수업이 시작되기 전에 여유 있게 미리 학교에 갔다. 하지만 성급하게 교실로 들어가서 남매의 친구들과 대면한다거나 선생님을 찾아가 학교에 방문한 티를 팍팍 내지는 않았다 물론. 선생님이 들어와도 된다고 할 때 들어가고 가까이 와서 봐도 된다고 할 만 가까이 갔다. 학교에서는 일단 선생님이 당부하는 대로 하는 게 상책이니까.

학교는 아주 활기에 넘쳤다.

충분히 예상한 일이었지만 많은 아이들은 달떠서 교실이며 복도를 뛰어다니기 바빴다.

갓난아기를 안고 온 부모님도 있었고, 이제 아장아장 걷는 동생까지 데리고 온 부모님 옆에는 그 동생을 한없이 사랑스럽게 쳐다보는 아이들도 있었다.

아들에게 먼저 왔다는 눈도장을 찍고 수업이 시작하기 바로 전에 딸에게 갔다가 아들 수업이 시작할 때 조금 수업을 보고 다시 딸에게 갔다.

일단은 서명부에 이름부터 등록하고 마침 아들 선생님이 복도로 나오셨길래 눈인사부터 하고 조신하게 교실 뒷문으로 들어갔다.

"엄마, 내 작품 봐야지."

아들이 내가 오기만을 기다렸다는 듯 교실 뒤쪽의 화려한 작품들 아래로 이끌었다.

그러나 나는 이름도 붙어 있지 않은 수많은 작품 속에서 아들의 것을 찾는 데 실패하고 말았다.

(이 고백이 아들에게는 끝내 전해지지 않기를.)

곧바로 수업이 시작돼서 그중 어느 것이 아들 것인지 알려달라고 할 시간도 없었다.

언젠가 아들이 수업 시간에 작품 하나를 만들었는데 나중에 공개 수업 때 와서 보라던 그것이었는데 말이다.

바로 딸의 교실로 갔다. 아마도 학기가 다 끝날 때 짐보따리를 꾸려 오면 그 때나 볼 수 있을 것 같다.


아들 반은 부모님이 많이 오셨는데 6학년인 딸네 반에는 학부모로 보이는 사람이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서명부에도 아무 이름이 없었다.

딸의 친구들은 복도에서 내내 서성이고 있었다.

딸도 그 무리 속에서 복도에 놓인 서명부에서 눈을 떼지 않고 있었다.

공개 수업에 가겠다고 했으니 딸도 아들도 내심 나를 기다린 눈치였다.

"안녕하세요!"

딸의 멤버들이 우르르 내게 인사했다.

"오냐. 네가 OO이고, 네가 OO이고..."

얼핏 몇 번 얼굴을 본 적 있는 멤버들이라 나는 용케 이름을 기억해 냈다.

"엄마, 나한텐 나중에 온다면서 왜 먼저 왔어?"

딸은 반가움의 표시를 그런 말로 대신했다.

사실은 아들에게 살짝 먼저 갔다 왔지만 굳이 그 말은 하지 않았다.

"응, 너 수업하는 거 보다가 다시 갈 거야. 혹시 중간에 엄마 없으면 그런 줄 알아. 알았지?"

내 몸이 두 개라면 딸과 아들 반에 각각 하나씩 두고 싶지만 그럴 수 없으니 어쩔 수 없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딸의 반 친구들인데 나를 본 아이들은 모두 내게 인사를 했다.

아이들이 그렇게 밝을 수 없었다.


아들이 수업하는 교실로 다시 갔다.

선생님이 문을 열어 두면 수업에 방해가 된다고 해서 처음에는 교실 안에서 보다가 모둠활동을 할 때 어수선한 틈을 타서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다시 들어가지 않았다.

나에겐 창문이 있으니까. 피치 못할 사정으로 중간에 교실로 들어갈 수 없는 학부모를 위하여 복도에서 보라고 창문은 존재하는 것이리니.

문을 열 때마다 수업 흐름이 끊기고 모든 시선이 집중될 게 뻔했으니 게다가 선생님의 당부도 있었으므로 그 정도의 협조는 해야 했으니까 말이다. 또 아들네 반은 학부모들이 많이 오셔서 꽉 찼으나 딸네 반은 내가 갔을 때까지도 한 명도 없었으니 딸한테 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은근히 부모님을 신경 쓰면서 수업하는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 보는 내내 내 자식이든 남의 자식이든 그저 흐뭇했다. 아이들이 정말 그렇게 순수해 보일 수 없었다. 

수업이 모두 끝나고 딸에게 이제 가겠다고 말하고 아들 반으로 가려는데 또 딸의 친구들이 우르르 달려와 명랑하게 인사를 했다.


어쩜 애들이 그렇게 밝을까.

수업 시간에도 그렇게 명랑할 수가 없었다.

발표는 또 어찌나 또박또박 잘도 하던지.

요즘 애들은 참, 밝아.

인사성도 참 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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