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임자 Nov 06. 2024

시급 15만 원? 냄새가 난다

하지만, 궁금해

2024. 11. 5.

<사진 임자 = 글임자 >


"거기서 이렇게 돈을 많이 주면서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냄새가 나는데?"

"그게 무슨 말이야?"

"시급 15만 원 준대."

"누가?"

"나도 모르지."


정말 나는 모르는 번호였다.

또 어디에서 내 개인정보가 다 샌 거람?

하긴, 기원전 5,000년경에 다 새고도 남았겠지?

이런 문자를 받으면 기분이 찝찝한 건 어쩔 수 없다.


어느 날 문자가 왔다.

'저희는 휴대폰이나 컴퓨터를 사용하여 음악 영상 작품에 대한 진실한 긍정적인 리뷰를 작성하고 좋아요를 눌러 주실 분을 찾고 있습니다.'

아직 그것이 뭔지도 모르는 마당에 다짜고짜 좋아요를 눌러 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양심상.

좋으면 좋다, 별로이면 별로이다, 만약에(그럴 리는 없겠지만) 그 일을 하게 된다면 솔직하게 할 생각인데 그렇다면 나는 안타깝게도 적임자가 아니다.

'시급은 15만 원에서 30만 원, 1일 급여는 30만 원에서 90만 원입니다.'

라는 다음 단락을 봤을 때(처음엔 대충 본 시간당 15만 원도 놀라웠는데 자세히 보니 금액이 결코 적지 않았으므로 더욱 놀라웠다. 그리고 더욱더 의심스러웠음은 물론이다.

밖에 나가서 돈 벌기가 얼마나 힘든 세상인데, 최저 시급의 열 배도 넘는 금액을 제시하다니.

'매일 급여는 즉시 정산 드리고 실시간 이체 방식으로 빠르게 계좌로 송금됩니다.'

이 부분에서는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동시에 난 확신했다. 이건 뭔가 잘못된 게 틀림없어. 정말 수상해. 냄새가 나, 그것도 아주 수상한 냄새가.

관심이 있으면 문자로 연락을 주란다.

하지만, 연락을 주면 바로 어디로 끌려갈 것 같다.


'온라인 교육 배정해 드리고 15분이면 교육은 완료됩니다. 교육 완료 후 급여 5만 원 지급해 드리겠습니다.(즉시 지급)'

도대체 온라인으로 무슨 교육을 하겠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15분 만에 완성되는 교육이라면 뻔한 거 아닌가. 하지만 괄호 안의 '즉시 지급'이란 말이 유혹적으로 다가왔음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람들은 대개(설마 나만 그런 거 아니겠지?) 뭐가 됐든 '즉시 지급'을 언제나 적극적으로 환영하니까.

하지만 교육을 받고 나서 지급받는 돈이 어떻게 급여가 된다는 말이지?

'교육비'라면 또 모를까.

"시급을 저렇게 많이 주는 알바가 세상에 어디 있겠어? 분명히 사기이거나 뭔가 이상한 데겠지."

"당연하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러게. 나를 언제 봤다고."

"조심해. 괜히 아무 거나 막 하지 말고."

예의 그 불신하는 듯한 얼굴로 그 양반은 내게 단단히 못 박았다.(고 생각하겠지?)

뉴스를 보니 요즘 젊은 층을 대상으로 '쉽게 돈 벌 수 있다'고 교묘하게 접근해서 불법, 사기 관련일에 연루돼서 자신도 모르게 범죄자가 되어버리는 일이 많다고 했다. 단순히 명의만 빌리는 대가로 적지 않은 돈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좀 살아 본 사람들은 알지 않나,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말이다.



언제나 나는 그 양반의 말을 금과옥조로 여기고 살고 있다.

"쓸데없이 일 저지르지 말고 사고 치치 마."

내가, 그런 말은 또 잘 듣는다.


그나저나 도대체 어떤 일을 하길래 저렇게 높은 시급을 준다는 거지?

연락할 마음은 없지만 그래도 궁금하긴 하다.

관심은 없다고 하면서도 궁금증을 쉽게 떨쳐내지 못했다고 양심고백 하는 바이다.

앗, 이러다가 사달이 나는 거겠구나.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 쓸데없는 욕심이 화를 부른다는 것도 잘 알면서 어리석은 중생은 잠시 번뇌에 휩싸이고 마는 것이다.

이럴 땐 바로 삭제, 스팸신고가 답이다.

나랑은 인연이 아닌 걸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