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 엄마는 무슨 반찬을 이렇게 많이씩 하는가 모르겄다. 조금만 해서 맛있게 먹어야제."
아빠는 자고로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라도 연속해서 많이 먹으면 세상 맛도 없다는 분이다.
물론 거기엔 나도 동의한다, 아주 격하게.
나야말로 반찬을 딱 그 끼니에 먹을 정도로만 조금씩 해서 먹는 편이다, 가능하면.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국을 한 번 끓이더라도 우리 네 식구가 딱 한 번만 먹고 없애버릴(?) 그 정도로만 만들어서 그 14cm 짜리 편수 냄비를 설거지할 때가 그렇게 좋을 수 없다. 그때의 그 뿌듯함이란!
"애기들 밥 먹는 것도 아니고 그거 쪼까씩 해서 몇 번이나 먹겄소? 나도 며칠 있다가 오는디 그래도 넉넉하게 만들어야제."
엄마는 무조건 많이, '다다익선'을 좌우명으로 삼으신 게 아닌가 싶을 만큼 좀, 많다 싶을 정도로 푸짐하게 음식을 준비하는 걸 좋아하신다. 하지만 그것도 한 두번이지 자꾸 그렇게 남아 돌게 음식을 하면 솔직히 정말 맛없다. 아빠나 나나 아무리 맛난 음식도 여러 끼니에 계속 올라오면 별로다. (아마도 내가 배가 불렀나 보다. 호강에 겨웠는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는 차라리 아빠랑 내가 아주 잘 맞는 편이다.
걸핏하면 엄마의 푸짐하다 못해 '큰손'을 상대로 한 마디씩 하게 된다.
이건 나도 어쩔 수 없다.
도대체 이 삼일 집을 비우는 데 왜 '곰솥'에 국을 한가득 끓이는 건지 도저히 이해가 안 된다.
분명히 친정 집에는 아빠만 혼자 남을 예정인데 그 옛날 할머니가 살아 계셨을 때 4남매가 모두 한 집에 같이 살 적에 총 7명의 식구가 다 먹고도 남을 만큼의 음식을 만드는지 말이다.
아빠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 두는 건 딱 질색이시다.
게다가 많이 드시는 편이 절대 아니다. 그러니 엄마가 한꺼번에 음식을 많이 하는 것이 못마땅하신 눈치다.
"엄마, 아빠 혼자만 드시는데 뭘 이렇게 많이 하셨수? 조금씩만 하라니까. 어차피 아빠다 드시지도 못해."
눈치도 없이 나는 본능적으로 아빠 편을 들고 말았다.
가재는 게 편이니까, 나름 소식좌는 소식좌 편이 될 수밖에.
"내가 해 주믄 고마운 줄 알고 잡수기나 하쇼! 나중에 나 없어 봐야 아쉬운 줄 알제. 내가 반찬 해 줄 때가 좋은 줄 아슈."
엄마는 집을 나서기 전에 어떻게든 반찬을 줄이려고 점심에 잔뜩 만들어 둔 그것들을 최대한 많이 집어 드셨다. 나도 옆에서 거들지 않을 수 없었고, 아빠의 태도로 보아 진심으로 다 안 드시겠다고 정말 엄마 가방에 골고루 반찬들을 담아서 보내실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