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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임자 Oct 25. 2024

은행에서 그런 일은 생각도 못했었는데

세상은 넓고 별의 별일도 많다

2024. 10. 24.

<사진 임자 = 글임자 >


'은행원에게 함부로 스마트폰을 주지 말라'

엊그제 은행 업무를 보고 왔기 때문에 나는 반사적으로 클릭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분이 은행에서 있었던 일을 (아마도 경각심을 주기 위해) 세세히 알려 주셨다.

난 이미 다 주고받고 해 버렸는데 어쩐다지?


며칠 전 은행을 다녀왔었다.

나도 업무를 보다가 직원이 내 스마트폰을 줘 보라고 하길래 건네주었다.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업무를 진행했다.

다시 또 옛날 타령을 굳이 하고 싶지 않지만 여기서 그 얘기를 꺼내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정말 은행 일을 한 번 보러 가도 매끄럽게 착착 진행되는 일이 드물었다.(설마 나만 그런 건 아니겠지?)

스마트폰으로 거의 모든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게다가 나는 은행 직원이 아니라 이용자 입장이기 때문에 업무를 보는 데 있어 조금 서툴고 막힐 때가 있긴 하다.

그럴 때마다 그때그때 은행 직원이 내 스마트폰을 달라고 해서 대신 진행을 하곤 했었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나는 A 업무를 보러 갔는데 B 업무를 언급하며 그에 적극 동참하기를 권했다.

물론 강요는 아니었고 내게 상냥하게 설명을 하며(그때 정말 나는 그 직원이 너무도 상냥한 나머지 친절한 직원으로 추천까지 하고 싶을 지경이었다) 결정권을 줬지만 아마도 내가 순순히 응하리라는 기대로 권한다는 느낌을 받았으므로 거의 자동적으로 따랐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돈 드는 일도 아니고 해로운 일도 아닌데 이 정도는 할 수 있지 하는 마음에 B업무까지 처리했다.(물론 그전부터 한번 그 일을 알아보고 다시 매듭을 지어야겠다는 마음이 있었으므로 전혀 엉뚱한 일을 보고 온 것도 아니긴 했다.)

몇 번 갔던 곳인데 그동안 그렇게까지 친절하게 대해 준 직원을 만난 적이 없었으므로 나는 감동까지 할 뻔했다.

그랬는데 한 사이트에서 은행 관련 글을 보고 아차 싶었던 거다.

내가 방문한 곳에서는 직원이 마음대로 이것저것 설정을 하고 뭘 요구하는 일까지는 없었지만 그 글을 읽고 나니 왠지 딱히 뭐라고 설명하기 그렇게 좀 그랬다.(그런데 생각해 보니 정말 '추천직원'에 본인의 이름을 직접 입력해 놓기는 했었다, 이런 것도 다 실적이려니 하고 무심히 넘기고 말았었다. 나도 과거 어떤 서명 운동 때문에 민원인들에게 서명을 받아야 할 때 한 명 한 명이 절박할 때가 있었으니까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도 생각했으므로, 내게 직접 대놓고 본인을 추천 직원으로 해 달라고 부탁해도 기꺼이 그리 해 줄의향도 있었으므로)

평소에 나도 개인 정보에 민감한 편이다.

이미 내 정보는 기원전부터 여기저기 전 세계에 다 노출돼서 자유롭게 세계여행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막연히 생각하면서도 막상 직접적으로 나와 관련된 일이 생기면 절대 관대해질 수가 없는 것이다.

누가 그렇지 않을까?

그렇다고 마냥 남 탓만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은행에 가면 항상 나는 직원만 보는 그 모니터를 나도 같이 좀 보면 안 되겠느냐고 묻고 싶은 적이 많았다.

어차피 내 정보인데 좀 같이 보면 안 될까?

물론 안된다고 하겠지?

그런데 내 것인데도 남은 보는데 정작 나는 못 보는 게 좀 안 맞는 거 아닌가, 억지스러운 생각도 다 해 봤다.

하긴, 전에 개인 정보를 많이 다루는 일을 했을 때 다짜고짜 민원인이 본인 것이니까 모니터 좀 본인 쪽으로 돌려 달라고, 직원인 나만 보는 그 화면에 도대체 어떤 내용들이 나오는지 궁금하다고 내게 요구할 때 나는 황당하긴 했었다. 내가 거부하면 코너를 돌아서 아예 내가 앉아 있는 쪽으로 들어오려고까지 한 사람도 있었다. 아무리 본인 정보라고 해도 갑자기 와서 다 보여달라고 하니 어이가 없어할 말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그때를 떠올려 보면, 입장을 바꾸고 생각해 보니 지금 내가 은행에서 그런 비슷한 요구를 한다는 것도 앞뒤가 안 맞다. 입장이 바뀌니까 이제야 민원인이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이제 은행에 가서 일을 볼 때는 사이좋게 스마트폰을 한가운데 두고 같이 보자고 해야 할까?

내가 직접 할 테니 차근차근 알려줘 보라고 말이다.

항상 업무를 보다가 처음엔 내게 맡기더니 어느 순간 직원 손에 스마트폰이 넘어가 있곤 했다.

무조건 직원만 의지해서도 안 되겠고 내 업무를 보는 데 있어 최소한 어떤 절차를 걸쳐 진행되는지 당연히 관심을 갖고 살펴야겠다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물론 진심으로, 선의로 친절을 베푸는 사람들도 세상에는 많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믿고 싶다)

하지만 선의를 가장한 일부 양심 없는 사람들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경험상 안다.


흉흉한 세상이라 별의별 일이 생기는 요즘이지만 최소한 나도 초소한의 어떤 행동들을 해야 마땅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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