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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운 네 살 x 10
시누이는 빠지시오
이발 때문에 의 상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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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임자
Oct 30. 2024
2024. 10. 29.
< 사진 임자 = 글임자 >
"왜 애를 당신 마음대로 다 하려고 해?"
"내가 뭘 어쨌다고?"
"그냥 해 달란 대로 해 줘."
"해 달란 대로 하지 내가 그렇게 안 했어?"
이 시누이 정말 갈수록 못 봐주겠다.
남이 하는 일에 웬 간섭이 이렇게 심할까?
왜 꼭 나 하는 일에만 불만인 걸까?
"엄마, 내가 하라는 대로 그렇게만 해. 알았지?"
"알았어. 걱정하지 마."
"뒷머리는 그대로 둬. 안 잘라라도 돼. 옆에만 조금 잘라."
"그럼 머리가 이상하게 되는데? 뒷머리를 잘랐으면 앞머리랑 옆머리도 어느 정도 비슷하게는 맞춰줘야지."
"아니야, 괜찮아. 그냥 내가 하라는 대로 해."
아드님은 나의 가장 까다로운 이발 손님이다.
그 양반 머리를 이발하는 것을 시작으로 친정 부모님, 아들, 딸 이렇게 머리를 잘라 주고 있는데 언제나 가장 까다롭게 요구하시는 분이 바로 초등 4학년에 재학 중이신 내 아드님이시다.
"3주 됐으니까 이제 이발할 때가 됐어. 이번 주말에 하자."
"아빠는? "
"아빠는 진작에 다 했지."
"나는 더 있다가 하면 안 돼? 아직 1,2 주 더 있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알았어, 알았어, 뭔 말인지 알겠지만 그건 니 생각이고.
"머리가 정말 많이 길었어. 머리 묶고 다닐 거야? 그게 아니면 이제 해야 돼. 귀를 다 덮었잖아. 뒷머리도 많이 길어서 지저분하고. 두 달 다 돼 가잖아."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없었다.(고 나는 믿었다) 우리 모자 사이에는.
그런데 난데없이 또 그 반갑잖은 시누이가 끼어들었다.
"애가 안 한다잖아. 왜 그래?"
"머리가 많이 길었으니까 그렇지."
"그냥 놔둬."
"놔두긴 뭘 놔둬. 머리나 보고 얘기해. 봐봐 이렇게 길었잖아. 5주가 다 됐다고."
"요즘 애들이 다 그렇지 뭐."
"다 그렇긴 뭐가 다 그렇다고 그래?"
"밖에 나가서 봐봐. 요즘 저만한 애들은 다 머리 저렇게 길고 다녀."
"도대체 누가 그러고 다닌다는 거야? 누가?"
"하여튼 당신은 당신 마음대로만 다 하려고 하더라."
"내가 뭘 내 마음대로 한다고 그래?"
"당신은 그게 문제야. 무조건 당신 마음대로 하려는 거."
이 인간이 정말, 본인은 애들이 머리를 기는지 삭발하는지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앞머리가 눈을 찌르는지 어쩐지 관심도 없으면서 누구한테 지금 지적질인 거람?
아들 이발은 핑계고 그냥 내가 하는 게 마음에 안 든다 이거지?
"이왕이면 깔끔하게 이발하고 다니면 좋잖아. 왜 굳이 머리를 치렁치렁하게 길고 다니려고 해
?"
나는 가급적 머리를 단정하게 자르고 다녔으면 좋겠는데 아들을 비롯한 그 양반은 머리가 길든 말든 별로 개의치 않겠다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것도 정도가 있지, 벌써 이발한 지 5주가 다 되어갔으니 아들의 머리 상태는 내 눈에는 정말 지저분해 보였다.
"뒷머리도 봐봐. 이렇게 길어서 너무 지저분하잖아."
내가 한마디 하자 예의 그 시누이가 출동하셨다.
"그건 당신이 보기 싫어서 본인 만족에 하는 거 아니야? 애가 놔두라면 놔두고 그냥 해 달란 대로 맞춰주면 되잖아. 당신도 무조건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만 하려고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럼. 뒷머리는 잘랐는데 앞머리랑 옆머리는 그냥 긴 대로 놔두라고? 이렇게 이상한데?"
"뭐 어때?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그래? 잘 보여서 뭐 할 건데?"
이 인간 정말 멈출 줄을 모르고 마구마구 선을 넘는다.
내가 지금 누구한테 잘 보이려고 이발한다는 건가?
3주만 지나도 머리 지저분해서 못 보겠다고 나를 닦달하면서 어서 빨리 이발해 달라고 재촉하는 인간이 지금 내 앞에서 할 소린가? 3주에서 며칠만 지나도 이렇게 지저분하게 다니면 남들이 속으로 지저분하다고 욕한다며 나를 닦달하던 인간이?
아들은 벌써 5주째란 말이다.
아닌 게 아니라 나는 속이 탔다.
긴 머리가 좋으면, 그렇다면 어느 정도 합의점을 찾아서 지저분한 거라도 정리하면 좋겠는데 아들은 최대한 건들지 말라고 하니 말이다.
일단 옆머리를 시작으로 거사를 치렀다.
그러나 아들은 손거울로 살펴보더니 느닷없이 울어버리기 시작했다.
"아니 왜 또 애를 울리고 그래?"
또 그 시누이가 한 소리 했다.
어디 낄 데 안 낄 데 분간 못하고 자꾸 이러는 거지?
"내가 언제 울렸다고 그래? 갑자기 혼자 우는데."
난 정말 결백하다.
내가 애를 울렸다니? 천부당만부당하신 말이지.
"그냥 하자는 대로 하면 됐을 것을 이젠 애까지 울리고."
그 시누이는 끝까지 불만이었다.
"제발 아무 때나 나서지 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시어머니는 잠자코 있는데 왜 시누이가 옆에서 더 난리냔 말이다.
아들이 원하는 대로, 그나마 최대한 조금만 자르는 시늉만 하는 것으로 드디어 이발을 마쳤다.
아들은 아무 말이 없는데 시누이가 이번에는 웬일로 내 편을 다 들었다.
"근데 우리 아들, 그래도 머리가 너무 길다. 더 잘라도 되겠는데? 너무 안 잘랐다."
이랬다가 저랬다가 일관성이라곤 없는 시누이 같으니라고.
애초에 나 하는 대로 보고나 있을 것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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