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보내는 방법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그래도 챙겨줘서 고마워요."
3일 동안 내가 아들에게 한 잔소리가 무색하리만치 그는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현관을 나섰다.
그동안 지은 죄가 많은 나는 나는 살짝, 미안해졌다.
미안한 만큼 나는 크게 소리쳤다.
"우산!!!"
"다음 주에 수련회 간다며? 준비해야지."
"엄마, 다음 주야, 다음 주. 아직 멀었어."
"그러니까, 다음 주니까 미리 짐을 싸 놓으라고."
"아직 시간 많다니까."
"많긴 뭐가 많아? 지금부터 확인하고 준비해 두면 낫지."
"엄마, 벌써부터 할 필요는 없어. 내일도 있고, 모레도 있잖아."
하지만, 넌 그 이틀 내내도 신경 안 쓸 예정이잖니?
금요일 저녁이었다.
나는 미리 준비를 해 두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그동안 아들의 행태를 지켜본 결과, 나만의 빅 테이터를 근거로 지금부터 수선 피우지 않으면 분명히 월요일 아침에 허둥지둥할 것 같아 기원전부터 아들을 재촉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뭐가 준비되긴 할 테니까 말이다.
그러나 아드님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아직 시간 남았잖아? 나중에 해도 되겠네."
가만히나 있을 것이지 그 양반이 한 술 더 떠서 거드는 바람에 든든한 지원군을 얻은 아들은 더 태평해졌다. 본인 일인데, 본인이 가는 수련회인데 엉뚱한 나만 조바심을 내고 있었던 거다.
"전에도 미리 준비 안 해서 곤란한 적이 있었잖아. 시간이 없는 것도 아니고 미리미리 준비해 두면 좋잖아. 다 해 두면 마음도 편하고 아침에 바쁠 일이 없지."
하지만 내 말도 아들은 가볍게 흘려 들었다.
"엄마는 그게 문제야. 걱정하지 마. 나중에 해도 돼."
내가 뭐가 문제라는 걸까?
나야말로 말해주고 싶다.
넌 그게 문제(라면 문제)야.
간헐적 닦달의 결과 얼추 짐이 꾸려졌다.(고 믿었다, 월요일 등교 직전에는 말이다.)
"오늘 같은 날은 미리 준비해서 학교 가야지. 단체로 움직이는 건데 너 때문에 출발이 늦어지거나 하면 안 되잖아. 다른 사람한테 피해는 안 줘야지, 최소한."
최대한 안 하려고 했지만 단체로 하는 활동에 참여하는 만큼 최소한의 도리는 해야 한다는 생각에 또 시작하고 말았다.
실컷 늦잠을 다 주무시고 느지막이 일어나신 아드님이, 준비물 점검에 들어가셨다, 자그마치 등교하기 3분 전에.
"엄마, 그거 어딨지? 그 준비물 메모장?"
그런 건 3일 전에 끝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기분 좋게 보내주고 싶었는데 추적추적 내리는 비만큼이나 상쾌하지 못한 기분이었다.
물론 나만 그렇게 느끼고 아들은 전혀 그렇지도 않은 느낌이기도 했다.
갔다,
아무튼 아들은 갔다.
왠지 뭔가가 빠졌을 것만 같다.
그래도 이젠 어쩔 수 없다.
아들만 셋인 큰 새언니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물어보고 싶어졌다.
"언니, 언니네 아들들은 어때?"
하지만 이내 마음을 고쳐먹었다.
뭔가 센 놈이 올 것만 같다.
종종 내가 아들 키우는 고충을(겨우 한 명이면서) 털어놓을 때면 코웃음만 치는 큰 새언니다.
"아가씨, 셋째는 발로 키워."
언젠가 언니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새언니에게 전화하는 건 아니다.
어떤 대답을 듣든 그건 내가 상상하는 그 이상일 것 같은 강한 확신이 들었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