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님과 함께
< 사진 임자 = 글임자 >
"학교 가야 하는데 합격이는 알람도 안 맞춰놨나 보네?"
"나 일어났어!"
그 양반의 출근 준비를 마치고 아직도 누워있는 딸을 보며 내가 말을 마치자마자 딸이 발끈했다.
일어났으면서 여태 누워있었다고?
누워서 꼼짝도 안 하길래 난 안 일어난 줄 알았지.
하여튼, 의뭉스럽기는.
"가방에 챙길 거 다 넣었어?"
"넣었겠지."
"뭐 빠진 거 없어?"
"글쎄."
"곧 8시야."
"아직 7시 50분이야."
"이는 닦았지?"
"닦아야지."
"체육복은?"
"아, 맞다. 체육복 어딨지?"
"머리도 묶고."
"옷 입고 묶으면 돼."
"오늘은 아빠 을지훈련이라 못 태워주잖아."
"버스 타면 돼."
"버스 타야 하니까 미리 준비하고 나가야지."
"미리 나갈 필요 없어. 어차피 버스 오는 시간 맞춰서 나가면 돼."
"그래도 미리 가서 기다리는 게 낫잖아."
"하긴, 버스가 일찍 올 때도 있긴 해."
"그러니까 얼른 나가라고."
"어쩔 땐 딱 시간 맞춰서 오는 건 아니니까."
"늦기도 하고 더 일찍 도착하기도 하니까 차라리 가서 기다리는 게 속 편하잖아."
"오늘 친구들하고 같이 가기로 했어."
"그럼 가서 기다려야지. 최소한 친구를 기다리게 하지는 말아야지."
"아직 시간 있는데?"
"그래도 버스 놓치면 안 되니까 미리 준비해."
"아직 시간 있어."
"준비 다 됐음 나가. 하긴 버스 놓치면 걸어가면 되지."
"그렇지."
"근데 걸어가기엔 덥겠다."
"오늘 더우려나?"
"덥겠지, 아직도 여름인데."
"그렇겠지?"
"그러니까 아침부터 땀 안 흘리려면 얼른 가."
"걸어갈 수도 있지 뭐.""
"그래, 네가 덥지. 엄마가 덥냐?"
"체육복 넣었지?"
"2학기 때에는 시간표 바뀌어."
"그래도 일단 가져가 봐. 오늘부터 체육 할 수도 있잖아."
"아직 시간표 몰라. 다른 반은 알려 줬는데 우린 안 알려줬어."
(혹시 선생님이 알려 주셨는데 네가 깜빡한 건 아니시고?)
"일단 가져가서 손해 볼 건 없잖아."
"알았어."
그러나,
3주 동안 딸의 가방 속으로 들어가길 간절히 바랐던 그 체육복은 딸의 가방이 있던 자리에 보기 좋게 내팽개져 있었다.
내가 분명히 가방 위에 올려놨는데.
절대 잊지 말라고 가방 위에 떡 하니 올려놨는데, 그걸 보고도 절대 안 가져갈 수가 없는데.
오랜만에 아침부터 수선을 피우고 드디어 딸은 등교했다.
아아, (따)님은 갔지마는, 나는 (아드)님은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오전 9시 19분.
그 님은 아직 기상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아직도 방학이 3일이나 더 남은 초등 아드님은 여전히 누워 계십니다.
참으로 다행입니다.
아무쪼록,
더 오래오래 푹 주무시기만을 바랍니다.
제발, 최대한 늘어지게 늦잠을 주무시기를 바라 마지않을 따름입니다.
가능하다면 개학하는 목요일 아침까지 주무시면 더욱 좋겠습니다...
(부디 이 글이 아드님께 발각되지 않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