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가 뭐, 그럴 수도 있지, 뭐

그게 뭐 어때서?

by 글임자
2026. 1. 21.

< 사진 임자 = 글임자 >


"아가씨, 그러지 말라니까 그러네."

"내가 나 하고 싶은 대로도 못 해? 뭘 그 정도 가지고 그래?"


자꾸만 뭔가를 하려는 시누이와 그 행동을 제지하려는 올케,

우리는 종종, 그렇다.


"아가씨, 뭘 그렇게까지 해?"

"왜? 내가 뭘 어쨌다고?"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

"그렇게 하든 안 하든 내 마음이야."

"그게 아니라..."

"내가 좀 그러면 안 돼?"

"아가씨가 그럴 필요까지는 없잖아."

"내가 알아서 한다니까 그러네."

"아가씨도 참..."

그날도 어느 집 시누이와 큰 올케는 한참을 주거니 받거니 했다.

새언니는 자꾸 그러지 말라고 하고, 나는 나대로 밀고 나갔다.

누구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굳이 새언니가 하지 말라는 행동을 기어코 하고야 마는 못된 시누이로 보이기 십상이었다.


큰 새언니의 생일이면 항상 비슷한 대화가 오간다.

나는 평소 내 생일도 잘 안 챙기는 편이라 다른 사람의 생일에도 무신경했었다.

그런데 언젠가 친정 엄마가 내 앞에서 당신의 '세 며느님들'의 생일을 콕콕 집어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자연스레 기억하게 됐다.

"며칠 있으믄 느이 큰 새언니 생일이다."

라든가,

"둘째 새언니 생일이 며칠 안 남았다."

혹은,

"OO 생일(엄마의 막내며느리, 엄마는 유독 막내며느리는 종종 이름을 부르신다.)이 낼모레다."

라는 식으로 해년마다 내 앞에서 말씀하시니 잊을 수가 없게 된 것이다.

세 올케들의 생일에 뭘 하면 좋을까, 생각을 하다가(물론 꼭 뭘 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본인들의 생일에라도 하루 정도 바람을 쐬고 들어오라고 소소하게 송금을 하기 시작했다.

"손 여사, 오늘은 오빠랑 아들들 놔두고 무조건 집 나가. 혼자 조용한 데 가서 맛난 거 잡수고 들어 오셔."

"어떻게 나 혼자만 나가?"

"그냥 나가. 애들은 오빠 보고 알아서 챙기라고 하고. 언니는 날마다 하는데 하루 정도는 오빠가 해야지."

"나 생각해 주는 거 아가씨밖에 없네."

"또 입술에 침을 얼마나 많이 바르셨을까나?"

"아가씨도 참. 호호호."

"얼마 되지도 않아. 그냥 대출받았어. 바람이나 쐬고 오셔."

"아가씨 마음이 고맙지. 고마워, 아가씨."

처음 그 일을 단행(?)했을 때 큰 새언니가 어찌나 고마워하던지, 그 반응에 내가 오히려 더 고마워 눈물이 찔끔 날 뻔했다.


둘째 언니 생일날,

둘째 오빠네는 친정 부모님과 가까이 산다.

그러니까 나랑 자주 보기도 하고 새언니네 친정에서 걸핏하면 우리 몫까지 뭐든 다 챙겨 주셔서 나도 보답하느라 평소에 1+1으로 새언니와 사돈 어른댁을 함께 챙기기도 한다. 그래서 따로 새언니 생일을 챙기진 않고 평소에 챙기는 편이다. 그리고 평소에 조카에게도 더 신경을 쓰게 된다. 이를 테면 다른 조카들 생일은 매번 못 챙기더라도 둘째 오빠네 딸 생일과 어린이날은 무조건 챙기는 것이다. 어차피 한 가족이니까 둘째 새언니 생일에 해년마다 뭘 해 주지는 못해도 조카 생일만큼은 거의 집착에 가까우리만치 말이다.


그리고 막내,

결혼 후 지금까지 내게 '형님' 소리 한 번을 안 한 막내 올케.

그냥 나를 '언니'라고 부르는 그녀.

물론 나는 불만도 없고, 그 호칭이 더 듣기 좋다.

갑자기 '형님'이라고 부르면 더 어색할 것 같다.

막내 올케 생일도 항상 엄마가 미리 귀띔을 해 주시기 때문에 모르고 지나칠 수가 없다.

"혹시 오늘 생일이야? 아침에 뉴스에 나오던데?"

"그 뉴스 정말 정확하네요, 언니. 생일 맞아요."

"그래? 그렇구만. 그럼 생일 기념으로 바람 좀 쐬러 나가 줘야지? 쪼끔 보냈어. 철없는 것이랑 사느라 고생 많지?"

"아휴, 언니. 뭘 또 보내요?"

"혼자 나가서 쉬었다 와. 이런 날 남편하고 아들이랑 같이 나가면 불법이야! 그 정도는 알지?"

호탕한 그녀는 한참을 웃는다.


나는 물질만능주의자도 아니고, 대단한 재력가는 아니지마는, 엄마의 아들들과 사는 '세 여사님들'이 항상 고마워서 그냥 지나칠 수가 없다.

그 세 명의 여성들이 태어나줘서 얼마나 고마운가 말이다.

자식 낳고 키우느라, (자신이 낳지도 않은 남의 아들인) 남편과 지지고 볶느라 얼마나 고달프게 사는지 물어보지 않아도 다 알 것만 같다. 물론 이 대목에서는 오빠들과 남동생이 발끈하고 이의를 제기할지도 모를 일이긴 하지만, 난 그들의 말을 들을 마음 같은 건 전혀 없다. 내가 겪어 보니까 알겠다. 아내로 사는 일, 엄마로 사는 일, 며느리로 사는 일, 좋을 때도 많지만 그에 못지않게 속상하고 힘든 순간들이 숱하게 많다는 것을. 그래서 가재는 게 편이고 '시누이는 올케 편' 아니던가!


"아가씨, 매번 뭘 이렇게 챙겨 줘?"

"가다가 코피 한 잔 잡솨. 고생했어."

큰 새언니 주머니에 은근슬쩍 찔러준다.

"졸면 안 되니까 중간에 코피 한 잔 마셔."

"언니, 이거면 열 잔도 더 마시겠는데요?"

동생이 없는 틈을 타 막내 올케를 조용히 불러 또 그 일을 해낸다.

둘째 새언니는,

둘째 새언니에겐, 평소에 그냥 잘하자.


명절 끝무렵에 항상 오가는 대화다.

시가라고 와서 고생(일단 오는 것 자체부터가 고생이니까)만 하다 가는 세 올케들, 항상 고맙기 그지없다.


그러니까,

시누이가 뭐,

그럴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그 정도는 해도 괜찮은 거 아닌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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