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누이한테 뭘 이런 걸 다

새언니가 작정했어요

by 글임자
2026. 2. 26.


< 사진 임자 =글임자 >


"아가씨, 거의 다 됐는데 이번엔 만날 수 있으려나?"

"모르겠네. 시간이 맞으면 보고 안 맞으면 어쩔 수 없고."

"마음에 들면 좋겠다."

"마음에 들 예정이니까 걱정 마슈."

"그래. 조금만 기다려. 곧 가지고 갈게."


새언니가 더 기대에 차 있는 느낌이었다.

받는 기쁨도 기쁨이지만 다른 이에게 선물할 생각에 달뜬 마음, 선물을 주고받아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잘 알 것이다.


"아가씨, 내가 자수 손수건 하나 만들어서 가져갈게."

"아니야, 언니. 안 줘도 돼.(=그거 고생길로 들어서는 거야.)"

"내가 선물해 주고 싶어서 그래."

"내가 만들어서 쓸게.(=어느 세월에 만들어 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예쁘게 만들어서 줄 테니까 기다려."

"알았어. 그럼 무리는 하지 마시구랴.(=진짜로 적당히 해야 돼.)"

"내가 아가씨랑, 아버님, 어머님 것까지 다 만들 거야."

"그렇게까지 안 해도 돼.(=엄마까지는 그렇다 치고, 아빠한테까지?)"

"내가 하고 싶어서 그래."

그러더니 새언니는 작정을 하고 자수를 놓기 시작했다.


"아가씨, 내가 봐도 이뻐."

라든가,

"이 색깔을 아가씨가 마음에 들어 하려나 모르겠네."

혹은,

"자수 놓는 게 은근히 까다로워. 그래도 매일 조금씩 하고 있으니까 곧 완성되겠지."

라며 종종 내게 경과보고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물론.

처음엔 극구 사양하였으나, 자꾸만 언니가 해 주겠다고 해서 나는 어느새 그것을 기다리게 되었다.

"언니, 잘 되어 가고 있수?"

라든가,

"살살 해."

혹은,

"얼마나 이쁘게 만들어 주려고 그러셔?"

라면서 은근슬쩍 그녀의 장단에 맞춰주기까지 했다.(고 생각했다.)


왕년에 프랑스 자수 좀 놓아 본 적이 있던 시누이는 그 일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얼마나 고된 작업인지를 잘 알았다.

"언니, 그거 하려면 시간도 오래 걸리고 힘들잖아. 뭐 하러 만들어 준다고 그래?"

처음엔 나도 나름 말렸었다.

언니는 자수가 아니더라도 다른 작업들도 여럿 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2019년, 육아휴직을 했을 때 프랑스 자수 수업을 듣고 한참 거기에 빠져서 밤새는 줄 모르고 영상을 보며 따라 하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거울도 만들고 동전 지갑도 만들고, 가전제품 덮개도 만들고 보석함도 만들면서 시간 가는 줄을 몰랐었다.

그때만 해도 아이들이 어려서 재미 삼아 같이 하기도 했었는데, 지금은 나나 아이들이나 프랑스 자수는 잊힌 지 오래였다.

그 고생길로 새언니가 굳이 들어서겠다고 하니 고마운 마음이 들면서도 말리고도 싶고 기대도 하게 되고, 마음이 뒤죽박죽이었다.

언니의 자수 실력은 내 눈에는 아주 전문가급이다.

십자수는 어떻고?

십자수도 기가 막히게 해서 내게 커다란 액자에 담아 선물해주기도 했다.


"아가씨, 손수건 다 완성돼서 가져왔어. 이따가 오면 봐봐."

엊그제 온 언니는 손수건의 안부부터 알려왔다.

내가 친정에 가자마자 언니는 상자에 고이 담긴 그것을 내게 보여줬다.

"언니. 진짜 이쁘다. 완전 내 스타일인데!"

"마음에 들어, 아가씨?"

"마음에 안 들어도 들어. 이거 하느라 고생했겠네."

"고생은 무슨. 아버님 어머님 것도 볼래?"

언니는 다른 두 장의 손수건을 잽싸게 챙겨 왔다.

"색깔을 다 다르게 했어."

"음, 조금씩 무늬도 다르네. 이것도 다 이쁘다."

"다 빨아서 다림질도 해서 가지고 왔어."

"그냥 가져오지 뭘 또 그렇게까지 다 했수? 고마워, 언니."

레이지 데이지, 프렌치 노트, 리프 등등, 예전에 자수 연습한다고 수놓던 기법들도 이 눈에 들어왔다.

"언니, 진짜 이쁘다. 내가 한 거랑은 차원이 다른데? 천도 질이 좋고 두께도 적당하네. 이거 줄기 곡선으로 자연스럽게 하는 거 어렵던데 완전 잘 됐다. 잘 쓸게, 언니."

나는 새언니를 추켜주는 말도 잊지 않았다 물론.

"다행이다, 마음에 들어 해서."

"근데 아까워서 못 쓰겠어."

"에이, 아깝긴 뭐가 아까워. 그냥 편하게 써. 목에 둘러도 되고."

언니는 손수 내 목에 그것을 걸쳐줬다.

손수건 가장자리 마감도 아주 꼼꼼했다.

또 왕년에 육아휴직 했을 때 재봉틀 수업도 다녔던 나는 그것도 눈에 들어왔다.

"언니, 이거 박음질도 언니가 한 거야? 진짜 잘 됐네."

"아니, 이건 선생님이..."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작아졌다.

"아, 그래. 진짜 자수 이쁘다, 뒷면도 깔끔하게 매듭 잘 지었네."

멋쩍을 때는 말 돌리는 게 상책이다.


언니가 날 생각해 주는 마음이 고맙고, 진심으로 그 마음이 아까워서 쓸 수가 없을 것 같다.

어쩜,

시누이한테 손수건에 수를 놓아줄 생각을 다 하는 올케라니!

세 아들들 키우느라 고생 많고, 큰오빠랑 사느라 고생도 많은 사람이 나까지 생각해 주다니.

주책맞게 시누이는 그만 올케 생각에 마음이 찡해지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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