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야, 아멘, 나무아미타불!

제사 해방 만세!!!

by 글임자
2026 3. 11.


< 사진 임자 = 글임자 >


"나 죽고 나믄 인자 제사 지낼 사람도 없다."


차라리 속이 다 시원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처럼 들렸다, 내 귀에는.

어쩌면,

이제 다 끝났다는 체념처럼도 들렸다, 물론 나에게만.


친정 엄마의 맏며느리는 독실한 기독교 집안이라고 들었다.

둘째 며느리네는 매주 신실하게 성당에 다니신다고 했다.

막내며느리네는 어려서부터 절에 다니셨다고 했던가?

공평하게(?) 세 며느리의 종교는 모두 달랐다, 내가 듣기에는.

우리는 초파일에 절에 가서 가족들 연등을 다는 정도였다.

금강경을 사경 하고, 대단한 보시를 한다거나 철저하게 자기 수행을 하는 사람들은 못 되었다.

엄마의 세 아들이 아롱이다롱이인 것처럼 세 며느리의 종교도 모두 같기는 힘들었다.

엄마는 한결같이 초파일이 되면 전부터 다니던 절에 가셔서 아들, 딸, 며느리, 사위, (외) 손자들의 연등을 달아 주셨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어머님, 저희 등은 이제 달지 마세요."

맏며느리가 말했다.

"알았다."

엄마의 대답도 망설임이 없었다.

며느리들에게 절에 같이 가자고 강요 한 번 한 적도 없고, 은근슬쩍 목탁소리라도 들어보지 않겠냐고 권하신 적 한 번도 없으셨지만, 초파일에 연등 하나씩 다는 낙(?)으로 절에 다니시던 분이었다, 엄마는.

그건 할머니가 살아 계실 때부터, 내가 기억하기로는 내가 아주 어릴 때부터 하던 연중행사이기도 했다.

그저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일 뿐이었다. (어쩌면 우리는 사이비 불자에 더 가까웠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맏며느리의 요청으로 몇 년 전부터는 그마저도 그만두셔야 했다.

"엄마, 언니가 하지 말라는데 하지 맙시다."

하지만 엄마는 그러마 하고 대답은 하셨지만 여전히 미련 같은 게 남으신 눈치였다.

"며느리는 안 해도 내 아들하고 손지(손주)들은 하믄 쓰겄는디..."

"그래도 이제 언니가 알아서 할 테니까 하라는 대로 하셔."

며느리가 원하지 않는 일을 굳이 시어머니가 우겨서 할 필요도 없어 보였다.

큰오빠 내외가 알아서 할 일이었다.

"둘째 언니는 오늘 성당 갔다고 하던데?"

언젠가 둘째 오빠 혼자만 집에 온 날이었다.

그리고 또 어느 날부터인가 둘째 오빠네도 연등을 달지 않게 되었다.

아무리 좋은 마음이라고 해도 당사자들이 원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어 보였다.

이제 막내네만 남은 건가?

"엄마, 나중에 내가 제사 지낼게!"

남동생이 느닷없이 말했다.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사람들은 제사를 안 지낸다고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진짜로 네가 다 할래? OO이 엄마 시키지 말고 네가 다 할 거면 하고. 네 맘대로 결정해서 나중에 강요하지 말고."

나는 또 그만 나서고 말았다.

가끔 보면 철없는 남동생은 자기 생각만 하는 것 같았다, 지극히 내 눈에는 말이다.

둘이 합의가 된 건가?

만에 하나 제사를 지내게 된다면 전혀 올케의 관여 없이 동생이 도맡아 혼자서 다 할 수 있을까, 과연?

제사가 뭐라고?


"제사는 안 지내도 된다. 지금까지 내가 한 것도 징하다."

엄마는 인상까지 찌푸리셨다.

하긴 결혼하고 수 십 년을 지내셨으니 그럴 만도 했다.(고 나만 혼자 지레짐작할 뿐이었다.)

"죽고 나서 제사 지내믄 뭐 하냐? 살아서 잘하고 살믄 됐제."

물론 이건 아빠와는 전혀 합의되지 않은 사항이다.

아빠는, 그러니까 살짝 제사에 진심인 편이시고, 엄마는 시큰둥하신 쪽에 가까웠다.

이 모든 대화를 곁에서 듣고 계시던 아빠는 아무 말씀이 없으셨다.

"인자 나는 제사는 기대도 안 한다."

맏며느리를 보고 난 후 엄마는 마음을 굳히신 듯했다.

주말에 집에 왔다가도 맏며느리는 서둘러 돌아가곤 했다.

"아가씨, 나 가봐야겠네. 내일 교회 반주가 있어서."

"그래, 언니. 가서 은혜 많이 받고 오셔."

그래,

친정 부모님의 세 며느리에게는 종교의 자유가 있다.


"죽고 나서 아무리 차려놓고 제사 지내믄 뭐 한다냐? 그런 줄 누가 알기나 하냐? 살아있을 때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살믄 되제. 죽고 나믄 다 소용없다. 다 쓰잘데기 없어! 제사는 안 지내도 되니까 걱정 말아라. 나 혼자 고생했으믄 됐제."

엄마는 세 며느리들 앞에서 선포하셨다.

"엄마. 그게 무슨 소리야? 왜 제사를 그만둬? 아빠는 아셔? 아빠랑 상의는 하신 거유? 그렇게 엄마 마음대로 결정하면 안 되지!"

라고는, 나는 주제넘게 말하지 않았다 물론.

"그래, 엄마. 제사가 뭐가 중요해? 꼭 제사를 지내야 하는 건 아니잖아. 그냥 아들 며느리 둘이 잘 살면 그만이지. 그리고 지금도 며느리들이 다 잘하잖아. 요즘 저런 며느리들 없어."

이미 시부모에게 충분히 잘하고 있어서 항상 고맙기만 한 세 올케들에게는 영원히 제사는 먼 나라 이웃나라 이야기일 뿐일 것이다.


그러나,

엄마는 며칠 전 슬쩍 내게 말씀하셨다.

"올해 할머니 할아버지 제사 때..."

며느리들에게만은 절대 물려주고 싶지 않으시다던 엄마는 올해도 조용히 계획을 세우셨다.

당신 살아생전에는 피할 수 없는 굴레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이 정도면 무탈하다.

할렐루야, 아멘, 나무아미타불!!!

만세다,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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