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넌 나랑 붕어빵이겠지?

다음 번엔 슈크림으로 부탁해

by 글임자
23. 3. 7.아직 따뜻해요.

< 사진 임자 = 글임자 >


"엄마, 내가 엄마를 위해서 붕어빵을 사 왔어요."

"세상에 정말?"

"내가 놀다가 집에 오기 바로 전에 따뜻한 걸로 샀어."

"엄만 안 먹어도 괜찮은데."

"식을까 봐 내가 입구를 꽉 막고 가져왔어."


아직 정체도 모르는, 언제쯤에나 출현할지 깜깜한 아들의 여자친구에게 벌써부터 샘이 났다.

누구 아들인지, 어쩜 저렇게도 세심할까.


"참! 엄마, 오늘 친구한테 갚아야 되는데."

"뭘?"

"저번에 내 친구가 어묵을 두 번 사 줬거든. 갚아야지."

"작년부터 우리 아들이 붕어빵이랑 어묵을 자주 사 먹네?"

"친구가 두 번 사 줬으니까 나도 두 개 사줘야겠어."

아침에 8시 30분까지(권장사항) 등교하라는 선생님 말씀을 어찌나 성실히 수행하는지 요즘은 8시도 되기 전부터 밥을 차려 내라고 성화시다.

어제도 아들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서고 나 혼자 무언가 큰일을 마쳤다는 기분에(일단 아들만 문밖으로 나가도 세계 평화가 찾아온 듯하다.) 조용히 집안일을 하고 있을 때였다.

아들이 문을 열고 나간 지 1분도 안되어 다시 들이닥친 것이다.


"무슨 일이야? 우리 아들이 왜 다시 왔어?"

"엄마, 간식비 가져가야지."

"그래? 우선 엄마가 빌려줄게. 갔다 와서 네 용돈으로 갚아."

"알았어. 2,800원이 필요해."

"우선 3,000원 빌려줄게."

등교하던 발길도 돌리게 만든 하교 후의 소중한 그 간식비, 깜빡하지도 않고 용케 기억해 낸 것이다.

그러나, 그 10살 어린이는 간식비 생각에 학교로 향하던 발걸음을 과감히 돌려 집으로 왔지만 정작 반드시 필요한 '알림장'은 두고 가셨다.

알림장은 집에 두고 가더라도 동무들과의 친목활동 차원의 간식시간을 위해서는, '오늘 반드시 그동안 진 빚을 갚겠다'라는 마음 하나로 등교하셨기 때문에 무일푼으로 학교에 간다는 일은 있을 수 없는 것이다.

'얼른 쫓아 나가서 알림장을 전달해? 말아?'

이미 버스는 떠났는데 미련을 두면 뭘 하나.


하교 후 집에 온 아들이 유난히 수선을 피웠다.

"엄마, 엄마! 어딨어요?"

"아니, 무슨 일인데 우리 아들이 이리 급하실까?"

"내가 붕어빵 사 먹고 엄마 생각이 나서 엄마를 위해서 붕어빵을 사 왔지."

"그냥 너 혼자 먹고 오지, 그거 하나를 또 들고 왔어?"

"엄마 얼른 먹어요. 내가 식지 말라고 입구를 꽉 잡고 왔어. 아직 따뜻할 거야."

"정말 따뜻하다. 우리 아들이 엄마를 이렇게 생각해 주다니. 고마워 아들."

"엄마,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그 뜨거운 마음에 나는 데일 뻔했다.

입구를 여니 아직도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그런 건 어디서 배웠을까?

하긴, 배운다고 다 그렇게 행동하진 않을 거다.

"친구 어묵 사준다더니 붕어빵 먹었어?"

"어묵도 먹고, 붕어빵도 사 먹었지. 친구랑 먼저 어묵을 사 먹고 같이 놀다가 헤어지고 집에 오기 바로 전에 다시 가서 붕어빵 샀어. 그래야 따뜻하지. 근데 엄마 슈크림이 아니야. 팥도 괜찮아?"

"그럼. 우리 아들이 엄마를 위해서 사 준 건데 붕어빵 속에 돌이 들어 있어도 맛있게 먹을 거야 엄마는. 정말 고마워."

누굴 닮아 이렇게도 마음씨가 고울까.

내가 낳았으니 날 닮았으려나.

그 순간만큼은 아들의 입대 날짜가 영영 안 왔으면 싶었다.

평소엔 엄마를 힘들게도 하고 말끝마다 토를 달며 진이 다 빠지게 말대꾸하기도 하지만 이럴 때 보면 꼭 천사 같다.


붕어빵 그거 좀 식으면 어때서 입구까지 꽁꽁 싸매서 엄마한테 갖다 주는 걸까.

그냥 어묵만 사 먹고 간식비를 남겨 왔어도 됐을 텐데, 굳이 붕어빵은 뭐 하러 사 드셨을까나, 싶다가도 혼자만 먹고 입 닦고 오지 않고 엄마 몫까지 챙겨주다니.

비록 수중의 돈은 다 탕진하고 돌아왔지만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을 제 가슴 가득 담아 왔으니 굳이 따져 묻지 않으련다.


그런데 아침에 분명히 엄마가 '빌려준다'라고 한 거 기억하지?

우리 계산은 확실히 하자, 아들아.

3,000원 잊지 않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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