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 떡, 과일', 급식 대신에
우리 집 초등생들 등교의 낙(樂)
23. 3. 31. 때가 됐다.< 사진 임자 = 글임자 >
"너희 금요일에 급식 못 먹을 수도 있겠다."
"왜?"
"응. 파업을 한다네?"
"그럼 우리 밥 못 먹는 거야?"
"일단은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학교에서 연락이 왔어."
"그럼 굶어야 돼?"
"아니, 대신 학교에서 다른 걸로 식단을 변경해서 준비할 거래."
아이들은 특히나 딸은 오로지 급식을 먹기 위한 사명을 띠고 매일 등교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생활의 8할은 온전히 '급식'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감히 확신한다.
나는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그것, 매일 아침 아이들을 잠자리에서 일으키던 그 메뉴.
며칠 전, 느닷없는 나의 청천벽력 같은 말에 '그 맛난 급식'을 하루 못 먹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코가 쑥 빠졌다.
"근데 무슨 음식을 주는 거야 그럼?"
그래도 학교 측에서는 나름 '성실히 준비해서 아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대체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빵, 떡, 과일."
나는 가정 통신문에 안내된 그대로 읊었다.
"뭐라고? 떡이라고?"
딸은 잠자코 듣고만 있었는데 여태 전혀 관심을 보이지 않던 아들이 잽싸게 반응했다.
"떡이라니까 좋냐?"
제 누나가 동생에게 시큰둥하게 물었다.
"당연히 좋지. 떡이 얼마나 맛있는데! 나는 급식 안 먹어도 돼. 떡만 준다면."
'떡' 얘기만 나오면 기운이 없다가도 활기가 반짝 생기는 어린이다.
"아이고, 하여튼 떡이라면..."
딸은 떡에 대한 동생의 일편단심을 이해하기 힘들어했다.
그보다도 금요일에 급식을 하지 않을 거란 예고에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닌 것이다.
과거에도 여러 번 이런 경우가 있었다.
일 년에 꼭 한 번 이상은 홍역을 치르듯 거치는 과정 같다.
오래전부터 그랬는지 어쨌는지는 모르겠지만 2019년에 첫째가 입학한 이래 매년 빠짐없이 겪었던 것 같다.
그렇지만 파업을 예고했다가도 여느 때처럼 급식을 제공해 준 적도 있긴 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는 자세히 모르겠으나, 안 준다고 했다가 주고, 안 준다고 했다가 정말 안 주고.
전국적으로 파업이 예고되었다니, 아마도 이번에는 후자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단지 급식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단순하지만은 않은 현실에 대해 아이들에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쉽지 않다.
이런 일을 겪을 때마다 남편도 나도, 아이들에게 관련 뉴스도 이야기해 주고, 복잡한 어른들의 세계에 대해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해 보지만 과연 아이들이 얼마나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그런데 엄마, 파업을 왜 하는 거야?"
"이유가 있겠지? 넌 왜 하는 것 같아?"
너희들에게는 단순히 급식 안 먹는 날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닐지도 모르겠으나 사람 사는 일이 꼭 그렇게 단순하지만은 않단다.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정말 많은데 어떻게 조리 있게 설명할 방법을 잘 모르겠네.
넌지시, 나는 가정 통신문을 한 번씩 읽어 보라고 전한 후 운만 떼고 관련 뉴스를 찾아 검색해 보게 하고 각자 생각해 보도록 하는 것도 괜찮겠다.
너희도 알 건 알아야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말이야.
관심도 가져야 할 테고 말이다.
단순히 떡 먹는 날로만 생각해서는 곤란하겠지?
너희가 생각했던 것보다 세상은 무척이나 복잡 미묘하단다.
'빵, 떡, 과일' 그 너머에 또 무언가가 있는 것이란다.
이런 일에 관심 가질 때도, 알 때도 됐다, 고 나는 생각하는데, 그런데,
"엄마! 오늘 카스텔라랑 주스랑 바나나 나왔어. 빵 맛있더라!"
아들은 그새 변심해서 떡이 아닌 빵 한 봉지에 돌아서버렸다.
그렇게 보였다, 적에도 내 눈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