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어떻게 네 형을 낳겠어 지금?

그런 법은 없느니라.

by 글임자
2023. 5. 3.

<사진 임자 = 글임자 >


"아휴 정말, 난 남동생 말고 여동생이 있었으면 좋겠어."

딸이 느닷없이 말했다.

"무슨 소리야? 난 누나 말고 형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들도 지지 않았다.

"얘들아, 다 지난 일이다. 돌이킬 수 없어!"

나는 일언지하에 남매의 얼토당토않은 실현 불가능한 소원을 일축했다.

또 시작했다.

10살과 12살, 요즘 들어 남매가 자꾸 부딪친다.


"합격아, 갑자기 왜 그래? 둘이 사이좋게 잘 지냈잖아?"

"엄마, 난 여동생이 좋아. 아님 언니나."

"네가 우리 집 첫짼데 어디서 없는 언니를 찾아?"

"엄마! 나도 누나 말고 형 낳아주면 안 돼? 난 형이 좋은데."

"그게 무슨 말이야? 우리 아들이 누나랑 잘 지냈으면서 왜 그러는 거야? 예전에 너 어렸을 때 누나 머리도 빗겨주고 그랬잖아. 누나 사랑하니까 머리도 빗겨준다고 그때 분명히 그랬잖아. 그거 엄마가 동영상 찍은 것도 있는데. 너희도 전에 봤잖아?"

"아무튼 난 형이 좋아. 엄마, 형 낳아줄 수 없어?"

아들은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요구했다.

"낳아줄 수도 없지만 낳지도 않을 거야. 엄만 그럴 생각 전혀 없어."

나도 태도가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으므로 더 이상 거론의 가치도 없음을 선언했다.

"엄마, 그럼 여동생은 낳아 줄 수 있어?"

딸이 기회를 엿보다가 끼어들었다.

"아니, 엄마 아들 딸은 너희 둘로 끝이야. 더 낳을 생각도 없고 너희 둘로도 충분해. 그리고 아이들 키우는 게 보통 일인 줄 알아? 자식을 낳을 때는 신중해야 하는 거야. 남들도 낳는다고 무조건 낳을 것도 아니고 책임감 있게 길러야 돼. 너희가 원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또 아기를 낳지도 않을 거고, 그래서도 안돼. 부모 노릇 하는 것도 보통 힘든 게 아니야. 낳기만 한다고 해서, 또 부모라고 다 같은 부모가 아니야. 나중에 혹시라도 너희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을 거면 명심해. 진짜 자녀 계획은 신중해야 돼. 알겠지? 순간의 기분으로 자식을 낳는 건 절대 안 돼! 정말 명심하고 명심해야 한다. 아무 생각 없이 무턱대고 자식을 낳으면 안 돼. 아무리 출산율이 저조하다고 해도 말이야. 엄만 결혼도 꼭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자식도 꼭 낳아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 너희가 나중에 크면 잘 알아서 하겠지. 암튼 참고해."


요즘 들어 남매가 전과 다르다.

어쩜 이렇게 누나가 동생을 잘 챙기냐고, 어쩜 동생이 누나를 그렇게 잘 따르냐고, 이런 애들 처음 본다며 사이좋은 남매라는 말을 곧잘 듣곤 하던 아이들이다. 엄마인 내가 봐도 어쩔 땐 보고 있으면 그렇게 기특할 수가 없다.

자상하고 세심하고 뭐든 잘 가르쳐주는 누나와 애교만점에 붙임성 있고 누나 말을 금과옥조로 알고 따르는 남동생,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는 없으리라 혼자서 뿌듯해하던 때가 불과 얼마 전이었다.

그런데 느닷없이 없는 여동생을 낳으라니, 아무도 해내지 못한,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없는 형을 낳아 달라니...


"엄마, 엄만 왜 누나를 낳았어? 형을 낳지."

아들의 황당한 질문에 나는 기가 막혔다.

"그걸 엄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줄 알아?"

"그래도 난 형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누나 있으니까 좋잖아. 누나가 너한테 얼마나 잘해주는데 그래?"

"아니야. 난 형이 좋아."

"얘가 얘가 배부른 소리 하네. 세상에 너희 누나처럼 너한테 잘해주는 사람 있으면 나와보라고 해. 다른 집 누나들이 다 너희 누나 같은 줄 알아? 아주 호강에 겨웠구나, 네가?"

라고는 아들에게 말하지 않았다 물론.

대신 있는 사실 그대로를 전했을 뿐이다.

"누나가 널 얼마나 챙겨주고 잘 가르쳐 주는데 그래? 날마다 너랑 놀아주고 모르는 거 있으면 잘 알려주고 학교에서 맛있는 과자 생기면 너랑 같이 먹으려고 안 먹고 집에 가져와서 꼭 너랑 나눠 먹잖아. 너도 잘 알잖아."

물론 아무리 사이좋은 사람들일지라도 가끔 삐걱거릴 때도 있는 법이다.

서로 다른 마음을 가지고 살고 다른 바람들을 품고 사는데 전혀 안 부딪치고 사는 게 더 이상할지도 모른다.

나도 어렸을 때는 언니나 여동생이 있었으면 하고 바랐던 적이 많았다.

오빠 둘에 남동생 하나, 난 언제나 혼자였다. 그나마 남동생과 좀 어울리긴 했지만 말이다.


사람들은 말한다.

"그래도 아이들 키울 때는 성이 다른 것보다는 동성인 아이들 키우는 게 더 좋아."

남매를 낳은 내게 그렇게들 말했다.

커갈수록 동성인 형제자매 사이가 끈끈해진다면서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말한 사람들은 모두 아들 형제들만 둔 사람들이었다.

"물론 딸이 있으면 나중에 엄마한테는 좋긴 하겠지만. 엄마한테는 딸이 하나 있으면 좋은데..."

그렇게 말하는 이들의 표정이 쓸쓸해 보였던 것은, 단지 내 기분 탓이었을까?

한편, 남매를 둔 이들은 항상 이렇게 말하곤 했다.

"아들도 있고, 딸도 있으니까 좋아."

이렇게 말하는 이들의 표정은 온화해 보이기까지 했다. 이게 바로 가진 자의 여유란 말인가.

좀 전까지 사소한 말다툼으로 티격태격하더니 아이들이 어느새 '참참참' 놀이를 한다.

누나가 선창을 하면 동생이 노래를 따라 부르면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잘~ 놀고 있다. 깔깔거리며 얼굴 가득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마치 우리가 언제 다퉜냐는 듯 시치미를 뚝 떼고 말이다.

부부싸움보다 더 아무것도 아닌 것이 바로 이것이다.

남매싸움은 장난감 칼로 공기 베기다.

물론 예고도 없이 아슬아슬해지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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