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온틈 Essay

그 3초의 침묵을 견디지 못합니다

by ontm

저는, 그 3초의 침묵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대화가 끊기고 정적이 찾아옵니다. 1초. 2초. … 3초.


그 순간, 제 시선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상대의 눈을 피하고, 괜히 찻잔을 만지작거리죠. 머릿속은 ‘무슨 말이라도 해야 한다’는 조급함으로 시끄러워집니다.


결국, 제가 먼저 입을 엽니다. “아, 오늘 날씨가…”


저는 방금, 그 소중한 틈을 흩트려 버린 겁니다.


예전부터 그랬습니다. 침묵이 찾아오면, 마치 대화가 실패하기라도 한 것처럼 안절부절못했죠. 그 어색함이 불편해서, 저는 아무 말이라는 가장 손쉬운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어제 본 TV 프로그램, 주말 계획, “점심 뭐 먹었어요?” 같은, 사실은 별로 궁금하지도 않은 질문들로 말입니다.


의미 없는 소리로 그 3초의 고요를 급히 덮어버리곤 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문득 깨달았습니다. 그 어색함은 침묵의 것이 아니라, 사실 침묵을 견디지 못하는 저의 조급함이라는 것을요.


만약 제가 그 3초를 견뎌낸다면 어떨까. 그 틈을 깨트리지 않고, 가만히 바라본다면.


말이 멈춘 그 틈 속에서, 비로소 다른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급하게 말을 찾느라 보지 못했던 상대의 표정. 시끄러운 말소리에 묻혔던 창밖의 빗소리. 그리고, ‘무슨 말을 해야 하지’라는 강박에서 벗어난, 저 자신의 고요한 숨소리.


그 틈은 불필요한 말을 걸러내는 고운 체와 같았습니다.


정말 중요한 이야기는, 의미 없는 잡담이 모두 걸러지고 난 뒤, 그 어색한 침묵의 끝에서야 비로소 떠오른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진정한 공감이란, 말을 능숙하게 채우는 능력이 아니라, 그 어색한 침묵을 기꺼이 함께 견뎌주는 능력일지도 모른다고요.


그래서 요즘 저는, 정적이 찾아오면 그 3초를 기다려보려 노력합니다. 아무 말이나 하려는 저의 조급함을, 잠시만 내려놓아 봅니다.


그 어색함이야말로, 가장 진솔한 말이 깃드는 틈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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