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글쎄 [솔로 탈출]이라고 쓰여있었어요."

딸의 알바이야기 1

by 윤슬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들어오는 딸의 손에 커다란 비닐봉지와 자몽에이드가 들려있다.


2월 말부터 시작한 주말 알바가 어제부로 오전 타임으로 바뀌었다.


거실 창가의 협탁에 앉아 비닐을 벗겨낸다.



"엄마 오후 타임과 오전 타임은 완전히 틀려요.

말도 마세요. 오늘 신고식 제대로 했어요.


이것 보세요. 일단 오전 타임은 점심식사부터 챙겨 주더라고요.

먹고 싶은 거 말하라길래 [치즈 돈가스] 말했더니 직접 바로 만들어 줬어요."



딸은 쉴 새 없이 조잘거린다.



"엄마는 그런 거 다 필요 없고 네가 오전 하든지 오후 하든지 덜 힘들면 좋겠어.

그것 말곤 없어."


"다리가 퉁퉁 붓는 거 같아요. 정말 종일 서있다 왔어요.

내일 갈 때는 압박밴드라도 신고 가야 할거 같아요.

근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말을 해야 알지. 근데 말하려다 말고 웃음보가 터져서는 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엄마 저기 보이세요? 저기 흰옷 입고 Y공원 나무데크에 앉아 있는 사람들요?"


"엉 보여. 엄청 많은데?"


"오늘 저 사람들이 우리 식당에 10팀이 왔지 뭐예요.

저 흰옷 뒤 등에 뭐라고 써여 있는지 아세요?"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아니 글쎄 [솔로 탈출]이라고 쓰여있었어요."



우스워 죽겠다는 듯이.



"저 사람들 때문에 오늘 오전 신고식 제대로 치렀는데 하나도 안 힘들었어요.

너무 웃겨서..."



나도 [솔로 탈출]이라는 얘기에 정말 집중해서 하던 일을 멈추고 귀를 쫑긋했다.



"남자 10명 여자 10명 30대 초반정도로 보이는데 정확하지는 않아요.

스태프 4명이랑 총 24명 예약이었어요."


"무슨 드라마 촬영이니? 뭔데 단체로 왔어?"


"요즘 하는 그 솔로들 짝짓기 프로그램 같은 건데 촬영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그냥 만남을 주선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연신 딸은 신나서 떠들어 댄다.


그사이 나는 궁금하여 검색을 해봤다.


아니 하루에 끝나는 것도 아니고 2박 3일 프로그램이다.


어제부터 시작한 것이 오늘은 Y공원과 점심식당 데이트 코스로 온 것이었다.



"뮤지컬인가 공연도 보고 온 것 같았어요. 이미 2명씩 커플이 되어 있었고.

의자 배치가 4명 되어 있는 곳도 있고 2명이 되어 있는 곳도 있는데.


어떤 커플이 2명으로 붙어 있는 의자에 앉았는데.


글쎄 그중에 한 남자가 자기 앞에 있는 여성분을 안 쳐다보고 45도 각도로 앉아서

옆에 앉은 다른 여성분에게 계속 말을 거는 거예요.

원래 커플이었던 여성분이 좀 안 됐게 보였어요."


"너 오늘 엄청 바빴다며 일은 안 하고 이거 구경했어?"


"아니 오전 타임은 홀써빙이 3명인데 이것 훔쳐보며 웃음 참느라 혼났어요."



어딜 가나 솔로들의 연애얘기는 핫한 아이템이다.


이제 스물을 갓 넘긴 알바 여자 3명이 얼마나 신기해하면서 웃었을지 상상이 된다.


듣고 있던 나도 너무 흥미롭고 우스워서 하던 일 멈추고 듣고 있는데.


딸은 가지고 온 치즈 돈가스가 다 식어서 굳어 가는데도 멈추지 않고 쉴 새 없이 수다를 하신다.


공원을 쳐다보니 Y나무데크에 정말 흰 옷 티셔츠 입은 커플들이 많이 보인다.


우리 딸이 오늘 저 손님들 때문에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면서도 신나게 일하고 온 걸 보니

또 고맙단 생각도 든다.



"그 자몽에이드는 어디서 났어? 같이 먹으라고 사준 거니?"


"아니 이거는요. 식당 손님이 주신 거예요."


"식당 손님이 너네들 먹으라고 사주신 거?"


"아뇨. 오늘 알바온 주방신입 남자 한 명과 친척 되시는 분들인 것 같았어요.

근데 이분들이 메밀 소바를 서비스로 달라는 거예요. 사실은 원래 주문을 다 하시고

옆 테이블에 소바 드시는 분들이 많았는데...


우리는 이거는 서비스가 아니라서 주문상품이라서... 그러고 있는데.

점장님이 그냥 해 드리라고 하시더라고요.

주방에 친척 아르바이트생은 자기가 계산한다고 하고요.


친척 중에는 곧 군대 간다는 남자도 같이 있었는데 인사도 하시고.

암튼 고모님인가. 뭐 그런 느낌.


결국은 본인들이 계산까지 하시고 간다고 그랬는데.

점장님이 돈을 안 받으셨어요.


다 드시고 나가서 주방과 우리 아르바이트생까지 먹으라고 음료를 사 갖고 오신 거예요.

내가 좋아하는 자몽은 어찌 아셨는지. 크크. 그래서 들고 온 거예요."



딸은 협탁에 앉아 늦은 점심으로 치즈 돈가스를 먹고 있다. 자몽에이드와 함께.


옆에서 치즈 돈가스를 한 입 먹어보니 정말 바삭하고 입에 착 달라붙는 맛이다.



"근데 오전에 하니 정말 좋은 게 또 있어요. 뭐게요?"



나는 한참을 생각하다가



"일찍 마치니깐 아무래도 그게 좋은 거 아닐까?"


"땡. 화장실 청소를 안 해요. 크크.

행주 씻는 것도 안 하고요. 근데 생각해 보면 그런 보너스는 오전타임에 있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딸이 활짝 웃는다.

다리는 딴딴해져 있다.



-다음 편에 계속-



이젠 아르바이트하는 딸아이와 손님들 얘기를 짬짬이 해볼까 합니다.
관심 가져 주실 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