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알바이야기 3-[신과 함께]에 출연한 연극 배우들
"아니니니니이~~ 지금 여긴 폭염 경보가 내렸는데엥...
이렇게나 손님이 많은 거에요오용."
라디오에서 들리던 [화양연화]~~~~~~
내가 좋아하던 영화를 강유정 평론가의 해설이 끝나고 나자, 돌아오는 차 안에서
딸의 '앵앵'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너무 무더워 딸을 데리러 갔었다.)
딸은 약간 뽀루퉁해져 심통이 난 상태다.
"아니 그러게. 엄마가 오전 내내 청소하는데 오늘은 에어컨을 틀었지 뭐니?
이렇게 더운 날 손님이 그렇게 많았어?"
"아 즈엉 말. 네. 단체손님도 많고, 아기 손님도 많고, 질문 많은 손님도 계시고."
주차 후 집에 와서도 끊임없이 수다를 쏟아 놓으시는 세상에서 제일 예쁜 나의 공주님.
"너무 배고프겠다. 우선 빨리 먹어."
딸아이는 점심으로 오늘은 특별히 점장님께서 싸주셨다는 새우치킨카레를 포장해서 오셨다.
맛나 보인다.
"잠깐 엄마 사진 찍어도 될까?"
배가 고파서 숨이 넘어가는 딸에게 사진부터 찍는다 했다.
'미안해 딸.'
아침도 복숭아 약간에 우유 넣은 미숫가루 한 컵 먹고 나갔으니 얼마나 배가 고팠을까.
오후 3시까지 서있다가 왔고 오늘도 손님얘기를 한껏 풀어놓으신다.
"아니니니이. 엄마. 오늘 11시 반까지 손님이 두어 명 있었어요.
그래서 같이 일하는 DH에게 '오늘은 조용하네'하고 말한 순간부터
시간이 어떻게 지났는지 정신을 차리고 보니 정확히 오후 1시 반이었어요."
"훗. 그래 징크스야 그런 말 하면 안 돼. 크크."
"근데 어떤 손님들이 많이 있었냐면요. 오늘 아기의자에 앉는 손님들이 많이 왔어요.
어찌나 귀여운지. 내가 서빙하러 가면 아기 의자에는 음식을 안 놓잖아요.
식탁에 갖다 놓으면 아기들이 내 팔을 만지는 건지 뭔지 흡... "
"응 어떻다고. 말을 해..."
웃느라고 하다 말고 멈춘다.
"너무 귀엽고 진짜 너무 예쁜거에요. 팔을 만지는 것도 아니고, 그 작은 손가락으로 팔을 건드?렸어요.
(적절한 표현을 못 찾는다.하하.)
그 느낌이 너무 좋았어요. 그리고 웃어주면 계속 끝까지 쳐다보면서 웃어요."
"아기들은 웃는 얼굴을 제일 좋아해. 아무리 험상궂은 사람이라도 말이야."
"아기가 제가 웃는 걸 잘 알까요?"
"야. 아기가 바보니 당연히 알지."
일단 먹으라고 재촉했다. 게임하고 있는 동생에게 전화해 갖고 온 닭튀김도 들고 가라 한다.
"6명이 앉는 세팅된 의자가 있는데요. 단체 손님 드시고 나면 의자를 원래대로 2인 4인으로 분리해야 하는데 마칠 때까지 계속 6명 정도의 가족 손님이 계속 와서 의자를 떼질 못했어요."
"많이 힘들었겠네."
"말도 마세요. 2시 20분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손님이 오셨어요.
[여기요 양파 돈가스는 뭐예요? 딸이 설명-> 그러면 양파 돈가스 밑의 고기는 어느 부위예요?
딸이 설명->등심부위입니다. 다시 그럼 로제 돈가스는 뭐예요? 소스가 로제인가요? 네. 로제 소스는 어떤거예요? 로제 소스는 토마토와 생크림등으로 만들어서 나가고 있습니다. 또 설명->아 그러면 등심 돈가스로 주문할게요.]
설명을 다 듣고 결국 다른 걸로 주문하시는 손님이시다. 바쁘고 3시부터는 브레이크 타임이라 빨리 마감도 하고 정리도 해야 하는데 그것도 아주 느린 발음으로 천천히 얘길 한다고.
"엄마 이렇게... 아 그러면 등~심~"(딸이 성대모사와 행동묘사를 잘하는데 직접 들려줄 수가 없어서 아쉽다.)
그렇게 주문을 넣고 나니 그 남자 손님이 다시 불렀다고 한다.
"아 저기 질문이 있어요. 브레이크 타임이 3시까지면 3시에 마지막 오더인가요?
아니면 2시 반쯤 마지막 오더인가요?"
어제 얘기로 돌아가시겠다.
"엄마 엄마."
딸이 알바 다녀온 후 호들갑스럽다. 뭐지 연예인이라도 왔나. 아님 솔로탈출 또 연출됐나?
알고 보니 연예인은 아니지만 대단한 연극배우들이 납시었다.
드르륵(가게 문이 열린다.)
세 명의 예사롭지 않은 포스(키 몸무게 외모 장난 아니다.)의 무대 화장을 짙게 한 남자들.
그 와중에 빠르게 검색 들어가신다.
어 어디 보자. G문화의 전당 공연[신과 함께] 핫 2시 공연 주인공이궁… 아 이분…
두 명의 홀 서빙하는 HJ와 DH는 입에다 손을 갖다 대며 '꺄악'거린다.
"저기요"
목소리 쩐다. 목소리만 들어도 성우다.
쫙 깔리는 저음에, 서울 표준말에, 그윽한 눈빛은 덤이다.
"등심 돈가스 3인분 주세요."
(자꾸 라디오 광고나 아나운서의 그 목소리 톤이 귀 앵앵거리면 글쓰기 방해하네. 참나.)
두 20대 초반의 여자 서빙녀들은 누가 음식을 갖다 줄 것인지 고민한다.
아 떨린다 떨려. 드디어 우리 딸이 당첨.
가까이서 실물 영접하니 만찢남이상이다.
실수 안 하도록 조심해야지.
[신과 함께 연극배우 3명을 체포합니다.]
딸의 알바 식당에 와서 일 못하게 흔들어 놓고, 마음까지 뺏으려고 한 죄.(진부하지만 그냥 웃자.)
그렇게 맛있게 드시고 2시 공연을 가셨다 합니다.
딸은 지금 소파에서 자고 있다.
점심은 식당에서 포장해 온 걸로 대체한 체. 한참 동안 수다를 떨더니.
"엄마 저 20분 후에 깨워주세요.
저 엄마 특단의 조치를 취했어요. 독서실 안 빠지고 갈려고 어떻게 했는지 아세요?"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늘 쓰던 제 핸드폰 충전기를 독서실 제 자리에 두고 왔어요.
앗. 4%다. 아무것도 못하겠네. 잠시만 자고 일어나서 독서실 갈게요."
아이의 귀를 면봉으로 부드럽게 후벼 주었다. 그리곤 저렇게 잠이 들었고.
지금은 20분이 갓 지난 상태다.
쿠션을 안고 자는 딸을 도저히 깨울 수가 없다.
-다음 편에 만나요.-
(윤슬작가의 변)->많이 간지럽지만 제 스스로 작가라고 생각하기 위해 요렇게 써봅니다.(수줍.)
피곤에 지쳐 자는 딸아이가 더 자도록 선풍기를 회전으로 돌리고 제가 글쓰기 위해 듣던
자연의 빗소리를 조금 줄였습니다. 화학자가 되어 맘껏 꿈을 펼치길 바랍니다.
단잠을 잔 후 모든 피곤이 다 풀리길 바라며.
또한 딸이 저의 글을 보고 살며시 미소 지어주길.
"사랑해 너무 사랑해서 눈물이 날 지경인 나의 딸아.
늘 엄마 곁에서 힘이 되어줘서 고마워. 많은 것을 해주지 못해서 또 미안하기도 하고.
네가 다른 대학에 편입을 하든지 무슨 일을 해도 엄마는 영원한 네 편이고 널 응원한다.
아직도 [오도당 동당]하면 까르르 웃고, 누가 내 머리에 똥 쌌어? 책을 수십 번 읽어 달라하던 그 작은 고사리
손이었던 아이가 공부한다고 샤프로 손가락을 많이 써서 군살이 다 생겼구나.
딸아 부족한 엄마가 최선을 다하고 있단 걸 알아줘서 또한 고마워. 너무 많이 사랑해."
부족하고 사소한 일상을 일부러 찾아 읽어주시니 진심으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