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샛노랑의 한송이 유채꽃같은 터틀넥에 그는취해서였을까"

집에 대한 단상 제6편-B시로 이사 와서 독을 품고 살다 [단칸방시리즈]

by 윤슬





샛노랑의 한송이 유채꽃 같은 터틀넥에 그는 취해서였을까요.

(대체 샛노랑이 어떤 색인가 싶어 찾아보았어요. 그 유채가 아닌 노랑 국화지만 터틀넥색감과 똑같아요.)

저는 손을 뺄 수가 없었습니다. 그냥 그랬습니다.

제가 손을 빼지 않고 그대로 있었으니 그 신학대학생은 제가 같은 마음이라고 오해했겠습니다.




당시 그 단칸방 셋집에서는 유일한 현대 문명이라고 느낀 전화기가 책상 위에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야간근무를 가는 날이라 집에서 주무시고 계셨습니다.

새벽 6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따르릉따르릉.


아버지가 깨실까 봐 재빠르게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 J자매님. 조금 이른 시간에 전화를 했습니다.

새벽기도를 하고 난 뒤 자매님 생각이 나서...

이번 주에는 교회 주일예배 때 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많이 마르시고 안경을 끼셨던 부목사님의 전화였다. 잠귀가 밝은 아버지는 잠이 깨서 누구냐고 물으셨다.

아마도 너무 이른 시간의 전화라 그러신가 보다 했다.


"아 교회 부목사님이세요."


성질 급하신 아버지는 내 얘기를 채 듣기도 전에.


"목사든지 누구라도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전화를 하는 거냐..."


속으로 나도 비슷한 생각을 한건 마찬가지다.

(하지만 지금 현재의 2023년에 생각해 보니, 아 그 부목사님께서는 우리 집이 적어도 방 한 칸에 모든 살림이 있고 아버지랑 20대의 딸이 한방에서 자는지 몰랐을 수도 있겠다 싶다.)




한 번은 아버지께서 학교 수업을 마치고 오니 말씀하셨다.


"교회서 또 전화가 왔더라. 내한테 여러 가지 과일 1박스당 가격을 물어보던데..."


"아 아버지가 시장에 계시니 수련회 때 쓸 과일을 도매로 살려고 가격 물어보는 거였어요."


아버지께 거짓말을 하니 죄송한 마음이 들었다.

교회 총무 언니가 [아버지께서 시장에서 뭐 하시냐]고 물어봐서 나는 그냥 적당히 둘러 댄 게 과일 가게였다.

늘 아버지 직업을 물어대는 사람들이 있었고, 오랫동안 경비일만 하신 아버지가 20대에도 부끄러운 생각이 들어서 둘러댄 것인데 집으로 내가 없을 때 전화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 뒤로 나도 모르게 서먹해져서 그 교회를 안나가게 된 것 같다. 그 신학대 다니던 오빠는 자기가 나에 대해 표현한 만큼 내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고, 나도 모르게 피해 다니게 되니 차츰 멀어졌다. 사실 시작도 하지 않고 끝난 것이다.




지금은 돌아가신 제일 큰 고모가 그 특유의 입모양을 하시고 우리가 사는 것을 보러 오셨다.

큰고모는 항상 뒷짐을 지고 다니셨고 아랫입술이 윗입술을 감싸 안은 모양이었다.

뭔가 못마땅하시면 그 심술이 난듯한 입술의 모양이 더 도드라져 보였다.

참 일찍도 오셨다. 그리고 할머니를 그렇게 보냈을 때도 꿈쩍도 하지 않으시더니 할머니 장례 후 남은 돈이 아버지께 있단 걸 아시고 그 돈으로 자기 집 1층에 전세로 들어오라는 제안을 하셨다.


'다 큰 딸들이 아버지와 한 방에서 지내는 것이 신경이 쓰이셨나 보다.'


그렇지만 나는 할머니를 모시고 살 때를 생각하면 여기는 너무 깨끗하고 아버지는 보름 이상은 야간 근무를 하시기 때문에 큰 대자로 몸을 뻗어 눕기만 해도 행복했었다.




큰 고모도 참으로 고생을 많이 하신 분이다.

우리 할머니는 모두 7남매의 자녀를 두셨다. 첫째가 이 분이시고 둘째가 우리 아버지, 셋째가 작은 아버지, 그리고 연이어 딸 셋을 낳으신 후 마지막에 막내 작은 아버지를 낳으셨다.

첫딸인 우리 고모는 6.25 전쟁으로 남편을 여의시고 아들이 한 명 있었다. B시로 와서 살면서 안 해 본 일이 없을 정도로 고생을 하시어 외사촌 오빠 한 명만 바라보고 평생을 사셨고 마지막 눈 감으시면서 모든 재산을 그 아들에게 물려주고 떠나셨다. 평생을 아들과 돈만 보고 사신 억척엄마인 셈이다.


그런 고모가 우리를 전세로 들일 집은 어떤 곳일까.

일단 방이 두 개다. 그 생각하나만으로도 웃음이 비실비실 새어 나왔다.

그러고 보니 이제야 깨닫게 된다. 나의 단칸방 생활이 이 초록대문이 마지막이었단 것을.

얼마나 오랫동안 고대하고 또 기다려 왔던가.

눈치 보면서 집에 들어가고 매달 일정한 날이 되면(물론 지금도 관리비는 일정하게 빠져나가지만.)

현금으로 주인에게 꼬박꼬박 바치는 일을 정말 그만하고 싶었다.




꿈이 아니다.

그곳은 방이 두 칸이고 조그만 거실도 있으며 생판 모르는 남이 주인이 아닌 우리에게 피붙이라고 늘 말하던 친고모의 집으로 세를 들어 살러 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곳은 새로운 복병이 여동생과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어제, 글의 골격을 잡고 다 써놨는데, 자꾸 읽을수록 묘사는 다 빠지고 사건중심의 인물만 간단히 쓴 것 같네요. 무슨 기사를 후딱 써 내려간 글도 아닌 것이. 참 이상해요. 그날의 날씨에 따라 글의 느낌이 틀려지기도,

기분에 따라 달라지는 것은 당연하고요. 그러면 어제 저 글의 초안을 쓸 때의 날씨와 기분이 어떠했던 것일까요. 글은 자꾸 쓰면 쓸수록 어렵네요.

월요일이라 바쁘고 일은 끝이 없네요. 졸릴 시간이 조금은 지났지만 시원한 음료 드시면서 남은 하루도 달려 보아요.


어쩜 여기는 어제 날씨와 지금은 완전 반대입니다. 날씨의 변덕이 많이 심합니다.

아~ 일을 하면서 짬짬이 자꾸 고치다 보니 또 글이 산으로 가게 생겼습니다.^^

이쯤에서 마무리하고 글을 올려야겠습니다.




분명 좀 전에는 어제와 반대의 날씨로 곧 바캉스 차림으로 떠날 날씨였는데, 다시 흐려지기 시작합니다.

아들은 장마로 오전 단축수업만 하고 집에 와서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다고 연락이 오시었습니다. 하하.

하루가 정말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습니다.


사소한 집이야기 시리즈를 읽어주신 모든 독자님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