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던 어느 날 유독 짙은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집에 대한 단상 제7편-B시로 이사 와서 독을 품고 살다 [단칸방시리즈]

by 윤슬





그곳은 방이 두 개입니다.

방 두 개가 벽하나 사이로 맞닿아 있습니다.

거실이 있습니다.


거실 오른쪽에는 부엌이었는데 양말을 신든지, 벗은 맨발로 서서 음식 조리가 가능합니다.

거실 왼쪽에는 책상을 하나두어 컴퓨터로 영화도 보고, 듣고 싶은 클래식 CD를 구워 언제든지 들을 수 있습니다. 그때도 미션임파서블 시리즈가 있어서 암벽을 타던 이탄(주인공이름)이 검은 선글라스로 수행임무를 전달받고 폭파시켰던 장면이 생생히 기억이 납니다.

가끔 동생과 게임을 했는데 가로세로로 몇 개씩 같은 모양이 모이면 터뜨리는 게임이었습니다. 동생을 한 번도 이겨본 적이 없습니다. 골이 났지만 동생은 저보다 머리가 좋은 거 같습니다. 또 군인이 총을 들고 다니면서 상대편 적군을 제압하는 게임이 있었는데,


"Somebody help me"(썸바리 헬프 미)


하면서 지하철 입구 구석에서 항복하듯이 숨었다 손을 들고 나오는 장면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제가 지금도 좋아하는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과 푸치니 오페라 토스카 중 [별은 빛나건만]은 이 두 칸짜리 방에서 제일 많이 들었던 곡입니다. 지금도 이 곡들을 들으면 그때 생각이 간절히 납니다.




이 집은 고모댁입니다.

1층과 2층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1층 대문으로 통하는 집은 고종사촌 오빠내외가 고모와 살고 계십니다. 오른쪽으로 골목이 나 있었는데 돌아가면 작은 철문이 있었고 이쪽으로 들어가면 우리가 사는 집이 있었습니다. 2층계단으로 올라서면 방이 다시 두 칸이 있었는데 이곳은 고종사촌 오빠의 자녀들이 기거하는 곳이었습니다.


이 집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샤워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었다는 점입니다. 거실에서 대문으로 나오는 사이 오른쪽에는 변기로 물을 내리는 화장실이 있었습니다. 이곳은 문이 없고 천으로 가림막을 쳐놓고 너무 더울 때는 통에다 물을 받아 놓고 화장실에서 샤워를 했었습니다. 아마도 갈아입을 옷을 들고 가지 않고 씻은 뒤 거실로 뛰어 들어가는 날은 좁은 골목사이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벗은 몸을 다 봤을 수도 있습니다.

1초 만에 거실로 뛰어 들어가는 거리인데도요.




고모는 할 일이 별로 없었습니다. 시간이 날 때마다 수시로 동생과 내가 사는 집에 들어와서 잔소리를 해댔습니다. 자기 집이 조금이라도 상할까 봐 부엌 싱크대며 거실바닥에 찍힌 곳은 없는지 거실 창문과 집안 청소는 제대로 하고 사는지 쉴 새 없이 지저귀는 참새처럼 방앗간인 전셋집을 들렀습니다. 그리고 나머지 시간들은 2층에 올라가서 손주들 문단속하고 제때 귀가하는지가 그녀의 큰 관심거리였습니다. 고모는 그렇게 평생 잔소리를 하시면서 사셨습니다. 동생과 나는 그런 복병이 있었다 한들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나의 영혼이 송두리째 서려있던 마당 있는 1092번지에서 살았던 이후로 자취방을 전전하며 단칸방에 살아오면서, 처음으로 방 두 칸이 딸린 거실이 있는 집은 참으로 호사였고 누군가를 집으로 초대해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부풀어 올랐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유독 짙은 여름날 밤이었습니다.


"달각... 달각... 달각..."


무서워서 눈을 뜰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 편에 계속-



(윤슬작가의 변)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도 바람 한 점 없습니다.

토요일 10시 52분입니다. 저는 유일한 토요일의 낙인 [그것이 알고 싶다]를 기다리면서 글을 마무리 지으려고 합니다. 이전 생각들을 하니 그 시절로 돌아간 듯이 그때의 음악들은 저를 그대로 데려다줍니다.

특히 글을 쓰면서 아래의 푸치니 토스카의 [별은 빛나건만]을 반복 재생하면서 글을 써내려 갔습니다.

참으로 아름답고도 슬픈 내용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 오페라를 보러 가고 싶습니다.

오페라 고수 4명의 비탄에 잠긴 아리아를 감상해 보시죠.

https://youtu.be/u3MgNKRRLq4

(푸치니의 토스카 [별은 빛나건만]4명의 고수 아리아로 감상해 보시죠)

남은 주말도 연인 혹은 남편과 아내, 자녀들과 아니면 사랑하는 반려동물 또는 반려식물과 함께 추억과 사랑을 맘껏 나누시길

바라면서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늘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님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진짜 마지막, 죽마고우들이 직장 제 방으로 작년 12월 보내준 금기란 꽃이 폈어요. 참 아름다워요.

저의 진심 어린 사랑과 관심이 이토록 아름다움을 선사하네요.^^

(좌:죽마고우들이 축하선물로 보내준 금기란에 꽃이 폈어요. 신기해요./우:꽃잎을 확대한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