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뽈씨♡의 직장생활이야기시즌2-짧지만 강력한 파라다이스를 안겨준 여름휴가
이 직장에 들어온 지 정확히 1년 되는 날이다. 그리고 나는 2019년 이후 처음으로 직장에서 여름휴가를 신청했다. 그것도 내가 신청하고 싶어서 한 것이 아니라,
"왜 그렇게 쉬지 않으세요? 쉬고 오셔야 또 힘내서 일하죠."
다른 사람들은 짧게 3박 4일로 나눠서 쓰기도 하고 광복절을 기점으로 또 샌드위치 데이 휴가를 다녀왔다.
20일 여일 전 등 떠밀려 휴가를 내고 난 뒤 어디를 가야 할지 한참을 생각했다.
제주도를 다녀올까, 예전에 갔던 가성비 갑이었던 대만에 다녀올까. 계속 스카이 스캐너에 들어가서 표만 검색했다. 결국 결정도 못하고 오른 물가를 생각하고 있다가, 아들의 자전거 사고로 하루도 쉬지 않고 집에서도 드레싱을 하고 있다. 진물이 너무 많이 흘러서 낫고 있긴 한데 하루도 채 못 가서 드레싱폼이 젖어 왔다. 학교 양호실에 가서 1번, 집에 와서 자기 전 한번 이렇게 해줘야 한다.
토요일 퇴근 후 일요일포함 수요일까지 휴가라 아이들은 집에 두고 1박 2일간의 여름휴가로 계곡에 가서 수영을 하고 왔다. 지인들과 함께한 휴가는 짧지만 굵게 그렇게 오늘로써 끝이 났다.
읽고 싶었던 책도 읽고 삼겹살에 볶음밥도 먹고 노래방 설비까지 되어 있어 밤 12시까지 노래를 불렀다.
브런치 알림은 일요일 아침 출발하면서 부터 껐다. 주변 사람들에게 방해가 되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즐기고 싶어서다. 밤이 되니 낮동안 시끄럽던 아이들 헤엄치는 소리, 산악회 회원들의 수다소리가 다 끊기고 나니 계곡 물소리만 오롯이 들려왔다. 계곡 물은 차가웠으나 어릴 때 생각을 하면서 우리가 다 차지하고서 신경 쓰지 않고 물속을 헤엄쳤다. 누가 숨을 오래 참나 내기도 하면서 그렇게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도 또 2일간 더 쉰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비록 다리를 다친 아들 학원과 학교 등하교용의 운전기사가 되었지만 이렇게라도 쉬는 것은 나쁘지 않다. 잠시라도 잘 돌아가겠지만 내가 쉴 때의 느낌은 어떤지 협력 부서도 느껴보시길 바란다. 못 느끼면 그만이고. 그들이 쉬는 동안 나는 엄청 바빴고 한편으로 내 덕분으로 아무 생각 없이 잘 쉬다 오길 바라기도 했다.
짧은 휴가이지만 센 강도로 놀았다. 내 안에 이렇게도 흥이 많으며 가무가 되지 않아도 사람들 사이에 끼어 분위기 깨지 않을 정도로 놀았다. 그냥 즐기면서, 때론 너무 많은 생각들은 주머니에 꽁꽁 싸맨 채 두고 즐기는 인생을 살고 싶다. 점점 나를 사랑해야지. 내가 제일 먼저. 그리고 나를 더 다독여 주면서 아들의 사춘기도,
이 힘든 시기도 이겨 내리라. 계곡 물소리 따라 마음을 흘려보내는 연습을 하고 온 짧은 휴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