띠뽈씨♡의 직장생활이야기시즌2-휴가 마지막날 한 일
"멀리서 보면 다 똑같아 보인다.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모든 집마다 다 다른 사정이 있다."
휴가 4일 차 마지막 날이다. 아들을 등교시키고 소파에 앉았다. 아무 계획이 없다. 지인에게 문자를 보냈다.
-하는 일 없이 휴가는 끝을 향해 치닫네.ㅎㅎ
-멍 때리고 쉼을 즐겨라.
어제는 밤늦게 OTT로 영화를 늦게까지 보았다. 실망 그 자체. 제목은 [포커페이스] 아 내일 조조할인 영화나 볼까 생각했었다. 아침이 되니 영화 보고 싶은 마음은 없어졌다.
'직장에 있는 동안 이 오전시간에 할 수 없는 일을 하자.'
'몸을 움직이는 것을 좋아하니 뭐든지 야외활동이네?'
혼자서 잠시 고민하다가 이틀 연속 자전거나 실컷 타기로 했다. 어제 장비를 찾아 놓고 오늘은 토시대신 긴팔로 무장을 하니 한결 수월하게 준비가 끝났다. 어제보다 날씨가 더 덥다. 어제는 칠석인데 사랑비도 내리지 않고, 부여에 있는 친구는 비가 오고 가을바람이 분다는데 여긴 애나 콩콩*이다.
(*애나 콩콩: 전혀 참말이 아니란 뜻)
아 살맛이 난다. 그냥 자전거로 전국 일주나 하고 싶구나. 휴가는 정말 쏜살같이 한 일도 없이 지나가는구나.
해반천을 한참 달려가다 한없이 펼쳐지다가 마는, G평야가 보이는 자전거 도로로 올라섰다. 흰 새가 논고랑 위에서 쳐다보는 나를 의식한 듯 자리를 옮긴다. 벼 이삭이 피어오르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고 싶어 논길로 내려갔다. 위에서 보는 모습은 하얀 구름아래에 넓게 펼쳐진 모습인 연초록으로 한없이 싱그럽다. 내려가서 이삭을 들추어 보고, 아직 익지 않아 낱알이 차오르기 시작하는 벼 이삭도 만져 보았다.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멀리서 보면 다 똑같아 보인다. 아무 문제없어 보인다. 가까이서 보면 모든 집마다 다 다른 사정이 있다."
한참을 달려 다리 밑 지점이 가까워 온다. 어제 누워있던 누렁이는 아직 그대로 있을까. 어제 보니 아파 보이던데. 오늘도 그 자세로 누워 있으면 유기견 보호소에 신고라도 해야겠어. 신경이 몹시 쓰이게 하는 녀석이다. 다행히 어제처럼 누워 있지 않고 서 있다. 가까이 다가가니 나를 슬슬 피해 달아나려 한다. 녀석에게 말을 걸었다.
"나 무서운 사람 아니야. 어제 그렇게 누워 있어서 걱정했어. 오늘은 아프지 않아 보여서 다행이야. 그럼 다음에 또 만나자 빠빠이~"
누렁이의 눈빛을 보니 내 말을 다 알아듣고 있는 듯 보였다. 손까지 흔들며 인사를 하고 오늘은 32km를 클리어.
집에 오니 12시 30분이 지나 있었다. 인강을 듣고 있는 딸을 불러 내어 갑자기 먹고 싶은 추어탕을 먹으러 갔다. 정성스럽게 끓여낸 국물이 우리 할머니 손맛 같다는 생각을 했다. 밑반찬도 너무 정갈하게 나와서 휴가 마지막날 입맛을 돋우어 주었다.
이렇게 나의 휴가는 저문다. 내일 출근하면 다시 통계자료와 싸워야 하고, 새롭게 시행될 업무들을 내가 출근하면 시행하려 미뤄놨는데 윗선의 결제 상황을 봐가며 조율해야 한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