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Aug 31. 2023

"확인해 보니 주차 위반을 2번 하셨습니다."

친환경자동차법위반 과태료와 주정차 과태료부과사전 통지서





어제는 일하면서 조금 덜 바쁘길래 이 달 안에 해결해야 할 과태료에 대해서 이의 제기를 하려고 시청 기후 대응과에 전화를 했다.


"선생님 Y아파트 입주민인데요. 제가 밤 12시 조금 되기 전에 도착해서 지하를 몇 바퀴를 돌다가 주차 자리가 없어서 전기충전차량 자리에 딱 한번 주차를 했어요. 그리고 아침 8시가 조금 넘어서 뺐는데 구제할 방법이 없을까요? 정말 잘 몰라서 주차했습니다."


"선생님 차량 번호를 불러주세요. 확인해 보니 주차 위반을 2번 하셨습니다."


"저는 한 번밖에 한 적이 없어요. 확인 좀 다시 부탁드립니다."


"확인해 보니 입주민 신고 사진이 두 번 들어왔는데 같은 날이 맞네요. 새벽에 시간을 달리하여 사진이 두 번이나 찍혀 신고가 들어왔습니다. 선생님 죄송하지만 지금은 소명기간이 지났고. 선생님 아파트는 정말 신고가 많이 들어오는 곳입니다. 다음부터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같은 아파트 입주민이 같은 날 새벽 두 번이나 신고 사진을 찍어서 올렸다 하니, 말문이 막히고 할 말을 잃게 만들었다. 더 이상 방법이 없다 하니 과태료를 바로 이체했다. 아파트 입주민들이 금융치료가 제일 효과가 빠르다고 얘기하던 문자를 봤는데 이렇게 나에게 적용이 되다니. 헛웃음이 나왔다.




우편함을 여니 경비실에서 찾아갈 서류가 있다고 쪽지가 들어 있었다. 그날따라 부리나케 찾으러 갔다.

경비실 직원이 웃으면서 말했다.


"과태료예요. 과태료. 위반하셨나 보네..."


그래서 어제 과태료 통지서 두 개를 동시에 들고, 기후 대응과를 해결 후 이번에는 주정차 과태료 부과부서인 교통혁신과에 전화를 했다. 전화를 돌리고 돌리고 하더니 담당부서로 연결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주정차 과태료 위반으로 전화드렸습니다. 22일 중학교 주변 주정차 위반 구역에 주차를 했는데요. 아이가 자전거를 타다가 [다발성 열린 상처]로 인해 걷기 힘들어하여  데리러 갔었습니다. 원래 마치기로 한 시간에 나오지 못하고 15분 정도 더 지연되어 나왔습니다.


"응급환자 수송해야 할 사항이었나요?. 일반적인 아파서 학교에 데리러 온 사유로는 경감대상이 되지 않습니다."


"선생님 여기 의견진술 안내가 있던데 그때 상황을 자세히 기술하여 내려고 합니다. 구비서류 다시 한번만 확인해 주세요."


"그런 걸로는 아무 효과가 없습니다. 아무리 써내셔도 과태료 그대로 내셔야 할 겁니다.“


꼭지가 확 돌았다. 뭐라고? 그래 나랑 한번 해보자는 건가. 오호 알겠어. 내 글 솜씨로 그때 상황을 자세히 진술해 주지. 응급실에 간 통원확인서도 떼고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정확하게 그때의 상황을 서술해 줄게. 기다리셔. 중3엄마가 간다고. 화가 나서 머릿속으로 중얼중얼거렸다.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았다. 기후 대응과는 정확한 사실만 얘기해 주었다. 그런데 교통혁신과 50대로 보이는 남자의 목소리에는 짜증이 섞여 있었으며 무조건 안된다고만 계속 못 박아 얘기를 했다.

 

바로 아들이 치료받은 병원원무과로 전화를 하니 본인이 못 가니 가족등본과 엄마의 신분증을 들고 점심시간도 서류를 떼어 준다고 하여 오늘 당장 다녀왔다. 응급실 치료받은 영수증도 챙기고 오늘 밤에 자세히 기술할 예정이다.

(좌:친환경자동차법위반과태료,전기충전차량빈자리주차,입주민감시시스템 장착된 우리 아파트/우:주정차위반 과태료. 우리나라 부자 되겠다.)




아열대 기후로 가는 걸까. 안개비가 내리는 도로를 달려 집에 오니 아무도 없다. 아무도 타지 않은 자전거 2대만이 덩그러니 나를 반겼다. 점심을 제대로 먹었는데 이 시간은 늘 배가 무척 고프다. 온수에 뜨거운 물을 받아서 팔도 비빔면을 비볐다. 혼자 먹는 저녁이지만 예쁜 그릇에 참기름도 한 방울 뿌려 소파 끝에 앉아서 거실 바깥 풍경을 바라보면서 먹었다. 서너 젓가락으로 휘감으니 동이 났다. 바닥에 남은 양념에 밥을 한 숟갈 비볐다.

-띠리링

-엄마 저 오늘 알바 대타예요. 저녁 9시에 마쳐요.

딸의 문자가 날아왔다. 아들은 학원에 있을 시간이다. 설거지를 하지 않고 싱크대에 먹은 그릇을 다 밀어 넣었다. 회색 소파에 몸을 깊이 밀어 넣고 기대었다. 거실등이 눈이 부셔 껐더니 Y공원이 신비스런 안개를 품은 채 나를 반기고 있었다.

(멍 때리기 좋은 장소다. 그래서 빨리 퇴근하고 싶고, 아무 생각 없이 쳐다보는 호사를 누리는 곳. 안개 낀 Y공원.)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는구나'


(P.S)

교통혁신과 결과 들고 커밍 순 하겠습니다.ㅎㅎ





매거진의 이전글 "글을 쓰지 못하니 참으로 힘이 듭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