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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03. 2023

"나의 질주 본능 또한 아직도 살아있는 것을."

자전거 탄 풍경과 생각줄기 딴 대로 틀기 위한 글쓰기





자전거를 타고 와서는 다시 헬스장에 가서 20분간 몸 단련을 했다. 미친... 뭣 때문에 이렇게 몸을 혹사하는 거냐. 너...


엄마는 샤워 중...


"엄마. 이제 들어오셨어요?"


"왜? 샤워 중이야."


"아니 엄마 집안에 있어야 할 자전거가 현관 밖에 세워져 있어서요. 엄마."


"왜 자꾸 불러 왜에~"


"또 화장실 급해서 현관 밖에 세워놓고 쫓아 들어갔죠?"


이 녀석 뭔 상상을 하는 거야... 밖에서 누나와 들어오며 아들은 엄마부터 찾는다.




집에 오니 아무도 없어서 딸에게 전화를 했다.


"어디니. 둘 다 없네."


"동생이랑 동전 노래방 왔어요. 이제 거의 끝나가요."


"어... 그래(나만 빼놓고 잘도 노는구나.) 저녁 해결하고 들어와. 꼬옥..."




어제 그렇게 타고 싶던 자전거를 못 타서 오후 4시 53분에 고글, 헬멧, 마스크, 자전거전용 상하의, 반장갑, 전용슈즈를 신고 26킬로를 달리고 왔다. 해반천을 따라 조금만 벗어나면 논이며 도시의 건물이 없는 시야가 확 트인 길로 안내한다.


이젠 제법 선선한 바람이 불어서 인지 자전거족들도 보인다. 애완견을 자전거 뒤에 태우고 다니는 팀도 두 팀이나 만났다. 가장 많이 만난 자전거는 60대 후반정도로 보이는 짐 싣고 다니는 자전거로 마실 나온 듯한 모습이다. 차들도 오늘은 여럿을 만나서 내가 속도를 줄이면 거의 멈출 듯이 기다렸다가 출발해 주신다. 자전거족들은 좁은 다리에서 만나면 인도와 자전거전용도로 둘 사이에서, 나를 자전거 전용도로로 보내주고 리더가 사람이 없는 틈을 타 인도의 좁은 다리로 건너 주신다. 참으로 고맙다. 이럴 때는. 감사하다 인사를, 거짓말 좀 보태서 귓속말로 해도 들릴 거리인데, 나는 쑥스러워 말을 못 한다.


며칠 전 논으로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서 오늘은 글 쓸 생각을 하고 다른 풍경을 잡을 생각을 하면서 달렸다. 어디서 어느 지점이 좋을까. 이런 글을 쓰지 않으면 늘 한 번도 쉬지 않고 32킬로를 단숨에 달린다. 그리고 요즘 또 생각이 많다. 글 쓸 주제에 대한 생각도 많고, 경제적 자유에 대한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생각이 많고... 그리고 또... 내가 이렇게 글을 오래 잡고 있는 이유는 딴생각을 잡기 위함이며 늘 글로 나 자신의 생각 줄기를 딴 데로 틀기 위함이기도 하다.


(좌:되돌아오는 길에 멈춰선 자전거 도로./우:참새가 10마리 앉을 듯한 어릴때 보던 전봇대 선이 참 예쁘다. 오선지마냥.)
(아무도 없는 틈을 타 해질녘의 달리는 방향의 자전거 도로. 저 철도는 새벽시간엔 이상하게 생긴 화물전용기차가 엄청 빠르게 달리기도 한다.)


글이 멈춰 섰다... 한숨이 난다. 그래도 멈추지 않고 글을 써야 한다. 글을 쓰기 전에 글을 많이 올리면 죄송한 생각이 들어서 혹은 [내 글을 읽어 주세요.] 하며 이기적인 마음으로 혹 사정하는 투로 내 비칠까 봐 늘 다른 관심작가님들의 글을 모두 읽고, 달고 싶은 댓글이 넘치는 글은 다 쓰고 난 다음 내 글을 쓰게 된다. 주말의 쓸쓸함이 이렇게 여러 글들을 한꺼번에 쓰게 한다. 아 아무렴 어떠랴... 이렇게 나는 살아 숨 쉬며 자전거길을 따라 맘껏 질주하고 있다. 나의 질주 본능 또한 아직도 살아있는 것을. 여기까지 쓰고 그만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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