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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07. 2023

"나는 모든 제목을 평범하게 짓기로 했다."

퇴근 후의 일상과 브런치에 대한 생각





또 그놈의 면이 먹고 싶어졌다. 주기적이다. 면은 다이어트 주범인 데다가 늦은 시간 먹고 나면 많이 붓기도 한다. 자주 가는 G마트를 뱅글뱅글 돌다가 결국은 또 그 냉면류가 있는 냉장고 앞에 멈춰 섰다. 음... 또 할인까지 하네. 망설임 없이 집어 들고 냉큼 계산을 했다. 집에 와서 2인분을 해도 그 물냉면 역시 서너 젓가락 휘휘 저으면, 그냥 입안으로 다 빨려 들어간다. 오늘은 제발...... 맛을 음미해 보려고 젓가락으로 집어 꾸룩꾸룩 넘어가려는 걸 붙잡았다. 이런 내 모습에 스스로 웃음이 빵 터졌다. 입술로… 빨려 들어가는 면발을 붙들어가면서 속도를 줄였으나 역시 실패했다. 면이 휑하니 빠져 버린 옅은 갈색빛이 감도는 국물에 밥솥에 있는 밥을 다 털어 넣어 말았다. 그리고 겉절이 마지막 남은 걸로 냉면 국물에 말아놓은 뜨뜻 미지근한 국물을 다 마셔버렸다.


배가 부르다. 그냥 기분이 좋아진다. 먹을 게 더 없는지 냉장고와 냉동고 문을 번갈아 가며 열었다. 틈틈이 식탁 위에 있던 견과류를 한 움큼씩 또 집어 먹었다. 내가 최애 하는 냉동실 바밤바 생각이 났다. 혼자 회색 소파에 세상 편한 자세로 드러누워 먹다가 핸드폰 위에 마지막 남은 덩어리 떨어진 것까지 같이 다 먹어치웠다.



브런치는 집안에서 나와 대신 놀아주는 친구가 되었다. 어떤 글 하나가 조회수가 21만이 넘게 나오면서 기염을 토했지만 그 파장과 나의 충격은 컸다.(잊을만하면 계속 어딘가에 노출이 된 것인지 다시 상상하게 만들었기 때문.) 제목은 얼마든지 호기심을 끌게 지금도 지을 수 있다. 그 이후로 나는 모든 제목을 평범하게 짓기로 했다. 조회수가 엄청나게 오른 글들은 다 제목 때문이었다는 것을 일찍 알게 해 준 것이다.(내 경우가 그렇다는 것이지 일반화가 아님.) 제목대로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고 생각하니 지금도 등골이 오싹할 지경이다. 많은 사람들이 조회를 하지만 지금처럼 100명이 안되게 내 글을 읽는다 해도 이런 소소한 소통이 좋다. 진짜 감사하다. 앞으로 계속 이렇게 브런치 안에서 지내고 싶다. 욕심내지 않고 말이다. 구독자도 가뭄에 콩 나듯이 늘어가지만 이대로 만족하련다. 글을 쓰고 몇 시간 안에 최소 20명 정도의 분들이 내 글을 진심으로 읽어주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그렇게 아들이 학원에서 오는 것을 핑계로 소파에 드러누워 브런치와 놀다가 밤 9시가 다 되었다. 그냥 잠을 자고 싶어졌다. 운동을 쉴 수는 없다. 몸을 벌떡 일으켰다. 지하 2층 그리너리에 내려갔다. 조용하던 우리 집과는 대조적이다. 헬스장으로 들어가니 러닝머신에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걷거나 달리고 있었다. 그렇다. 새벽 6시에 운동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야 생각하고 물어보면 출근 직전까지 달리는 사람들로 문전성시라 한다. 집에 가만히 있으면 모른다. 무조건 운동화를 신고 나가야 하며 움직여야 한다. 나같이 생각을 멈추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장악당하는 타입은 몸이 정신보다 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빨리 핸드폰 앱을 켜본다. 적어도 120Kcal는 소모해야 하니깐. 늦게 내려가서 근력운동을 다 돌리지는 못했지만 상체 위주로 했다. 장딴지 롤러 마사지기구에 다리를 얹었다. 그리고 운동을 마쳤다. 오늘도 운동이 아니라 숙제를 마친 이 느낌은 뭐지.

(좌:사람들이 모두 나간 헬스장/우:장딴지 롤러 마사지를 받고 있다. 아무도 없어 혼자 룰루랄라다. 마칠 시간이 2분 이상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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