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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13. 2023

"그런 뒤 왼쪽 새끼손가락 위에 멍이 올라왔다."

자전거 타면서 생긴 작은 통증과 생각들





8월 21일 휴가 첫날 자전거를 오랜만에 타다가 예전의 늘 다니던 해반천에서 큰 애완견과 견주를 만났다.

이전 같으면 비탈길 경사로를 신나게 브레이크 잡지 않고 달렸을 텐데 여름이라 수풀이 우거져 있어 뒤늦게 장애물을 발견했다. 그래도 가까스로 경사로 내려가기 직전에 멈춰 서서 핸들만 틀고 아무 사고 없이 애완견을 보내고 다시 출발했다.

(좌:수풀이 우거진 해반천/우:저기서 조금만 더 가면 짧은 경사지가 나온다. 사실 구분되어 있는데 그 경사로만 사람과 자전거가 혼용이다.)

휴가기간 아들 학교와 학원 등하교 시키고 그동안 못하던 청소를 하느라 집을 엎고 해서 그냥 넘어갔다. 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어지간히 아파서는 병원도 잘 안 간다. 또한 과태료가 한꺼번에 날아와 신경이 날카로웠고 시청에 민원제기도 하고 그럭저럭 지나갔다.


그런 뒤 왼쪽 새끼손가락 위에 멍이 올라왔다. 그리고 손가락을 움직이거나 꺽을때마다 약간의 귀여운 통증 정도는 즐기면서 지나갔다. 운동 심하게 하면 젖산의 분비로 기분 좋은 통증처럼 그렇게. 그런데 오늘이면 벌써 23일째 인데도 통증이 가시지가 않는다. 처음 멍이 사그라들 때는 이제 가렵기 시작하니 곧 낫겠지. 그러더니 찌릿찌릿한 통증이 계속되고 아침에 일어나면 습관처럼 손가락을 움직이면 뻣뻣하다. 이전 직장에선 정형외과 간호사로 4년 정도나 근무했고 무수히 많은 손가락, 손목, 발목 골절등을 봐 왔는데도 내 몸에 이상이 생겨도 이렇게 무심하다.


근처 정형외과 가서 엑스레이 한번 찍으면 나올 것을. 덥석 겁이 나기도 한다. 아무래도 혼자 진단 내려 본다. 인대 파열인가 보다. 그 이후로 할거 다 했고, 손가락 부위에 부목이라도 대었으면 빨리 나았을 텐데. 타자를 칠 때마다 기분 나쁘지 않을 정도의 약간 가려운 듯한 통증. 오늘은 조금 더 통증이 있는 듯하다.


이전 같았고 더 젊었다면 바로 병원에 갔을 테다. 이젠 그냥 그러려니 한다. 몸도 많이 썼다. 그냥 심하게 아파서 드러누울 정도가 아니면 참게 된다. 그러면서 드는 생각이다. 나는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데는 때론 온몸을 불사르기까지 하면서 진작 나 자신에게는 너무 소홀할 때가 많다. 그리고 몸뿐만 아니라 나 자신을 사랑하는 일은 그 어떤 일보다 더 어렵다. 나만 그런 것인가. 어제 본 저자도 그렇다고 하더라. 가족에게 더없이 애정을 쏟아붓는 자신을 보면서 자기의 소소한 실수나 완벽하지 못한 모습에서 그렇게 달달 볶고 힘들게 하는 경우가 있다고.(그 작가이야기에서 내 얘기가 조금 보태어졌다.) 그런 생각들이 들어서 어제는 책을 보다가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은 후 그렇게 거실 맨바닥에서 잠들었다.


"사랑받고 있다는 것을 알면 우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기가 훨씬 쉬워진다."


(브레네 브라운 [마음 가면] 145p에서)


이런 글을 읽고 참으로 기분이 좋아져 잠이 들었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악몽범벅으로 된 꿈을 꾸고 오늘 하루를 조신히 보내야겠다고 생각했다. 지금 이 시간까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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