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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10. 2023

"S 편의점 입구야. 뭐 사줄까? 삼각김밥 어때?"

평온한 주말 하루 마무리하기





아들이 같은 학원을 시간대를 달리하여 3번이나 갔다 왔다. 오전 11시에서 12시, 오후 2시에서 4시. 그리고 마지막을 저녁 8시에서 10시까지. 도저히 학원에서만 못 있겠다고 한다. 원장님의 의도-시험기간이니 학원에 종일 좀 있어도!-를 가볍게 무시하고 집을 들락날락한 아들. 그래도 집에서도 공부를 하려고 다녀와서 입에 먹을 것을 잔뜩 넣고는 제 방 스탠드를 켜고 공부하는 모습을 보여 줬다. 12일부터 시험이라 잔뜩 예민한 상태다.


오전에 아들이 집을 나서자마자 방청소를 하였다. 24시간을 암막커튼을 친 상태로 방을 공개하지 않는다. 그리고 방을 청소하다가 뭐 하나라도 잘못 건드리거나 쓰레기통에 들어가면 난리를 치기 때문에 요사이 방을 몰래 청소해 주는 짓까지 그만두었었다. 어제 나도 심기가 불편한 채로 방을 들여다보니 가관이었다. 도저히 그냥 둘 수가 없어서 오전 학원 간 사이 방을 엎으려고 했으나 시간도 부족하고, 바닥에 널브러진 쓰레기와 옷가지들을 정리하고 젖은 걸레로 온 방안을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마지막으로 방향제로 커튼과 이불 등 구석구석 뿌리고 나니 아들이 돌아왔다.


자식이 있어서 다행이다. 가만히 가라앉는 마음으로 있을 수도 없다. 종일 밥을 챙겨대고 간식을 입에 넣어줘야 한다. 그래야 예민함도 감추고 대화도 조금 된다. 참 어렵다. 아들 키우기. 딸은 아무런 손이 가지 않았다. 지랄총량법칙이라 하더니 전혀 속을 태운 적이 없는 딸이 어느 순간 돌변할까 봐 겁이 나기도 한다. 아마도 분출하지도 못하고 철없는 엄마를 달래느라 속으로만 삭였을 큰아이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밤 10시 2분이다. 배가 조금 고프다. 또 학원에서 오자마자 엄마 배고파요 할 아들 생각에 24시간 편의점에 갔다. 어둡고 고요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다. 두 명의 아줌마가 이 시간에 아파트내 휴게실 룸 앞에 앉지도 않고 서서 얘기를 하고 있네. 무슨 할 얘기가 저렇게 많을까. 연신 들리지 않지만 음낮이가 틀린 소리들이 울린다. 정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단지 내 독서실에서 공부하고 나오는 여학생이 보였다. 편의점 입구 나무 의자에는 2명이 앉아서 담배를 피우며 얘기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4명의 알 수 없는 구성의 남녀가 맥주를 까고 있다.


"S 편의점 입구야. 뭐 사줄까? 삼각김밥 어때?"


"아무 맛이나 사주시고 봉봉 1개 사주세요."


(좌:이것저것 담아 보았다./우:먹을거리 들고 춤추는 그림자와 돌아오는 길. 앗싸!)

알록달록 참 먹을 거도 많다. 삼각김밥은 몇 개 남지도 않아서 다 쓸어 담았다. 김뽁, 참치마요 그리고 봉봉이 없어서 춘식이 포도맛등. 냉동블루베리에 우유 갈아먹는 걸 너무 좋아해서 우유 추가. 그리고 1+1인 단커피를 사서 나왔다. 사람들이 마치 초저녁인 마냥 활보하고 다닌다. 종량제 10리터에 편의점 식량을 사들고 그림자와 춤을 추며 집으로 왔다. 지하 3층 엘베가 1층에 올라왔다. 아들이 타 있었다. 자전거와 함께. 고생이 많다. 아들아. 나는 엄마다. 딸과 아들이 없었으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끔 한다. 내게 버티는 힘이면서도 때론 버겁기도 하다. 그래도 살아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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