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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14. 2023

"칼자루는 항상 내 손아귀 안에 있기에."

오전 9시 30분경 일하면서 드는 생각을 두서없이 적은 글임을 밝힙니다.





이런 것이 생의 감각이 아닐까.


여기저기서 부산스러운 상담하는 소리, 환자들 왔다 갔다 하는 소리들, 간간이 들리는 핸드폰 음성들. 그리고 크게 들리는 AI여성이 외치는 접수와 수납의 순번 소리들이 섞인다. 그런 가운데 내 마음이 가을의 소리에 귀 기울인다. 작은 내 방 창가에서 알 수 없는 생경한 바람이 흘러들어온다. 그 바람사이에서 내 마음이 함께 일렁인다. 아 또 나는 살아있고 이 바람과 함께 의식이 깨어서 피어오른다.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 수가 없지만. 어딘가로 흘러들어 나를 찾아 헤매고 있다. 가만히 두면 어디 강나루 갈색빛 부들사이로 끝없이 흘러갈 것만 같아.

(좌:부들이 있을 거 같은 내 글 이미지의 강나루 사진/우:부들이 참 귀엽다.)


지난밤 몰래 내린 비가 이렇게 하루의 공기를 바꿔놨다. 출근하면서 느끼지 못했던 자연의 소리와 풍경들을. 이 자리에 앉아 틀어놓은 속삭이는 듯한 클래식 음악사이로 더듬거리며 느끼고 있다. 그렇다. 보여도 보지 못하는 많은 것들 가운데, 수다스러운 사람들의 음성과 보이지 않는 창문틈의 이상하리 만큼 상쾌한 이 바람들이, 더 청명한 하늘과 가을이 깃들인 낙엽을 또렷이 보여준다. 이 바람의 색깔을 정하고 싶어졌다. 아 그냥 가만히 둘까...




요즘 여러 가지 책들을 한꺼번에 읽는다. 거의 읽지 못하다가 이래서는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거 같아서였다. 지금은 자기 전엔 [마음 가면]을 읽고, 낮동안은 [역행자]를 읽고 틈틈이 기분 내키는 대로 [책 한번 써봅시다]를. 그리고 [나는 왜 쓰는가]는 누군가의 추천으로 보다가 한 달째 그 에세이 한편도 다 못 읽고 있다. 브런치에 빠진 시간을 조금만 빼면 이 모든 책을 한꺼번에 다 읽고도 남았을 것 같다.


역행자에서 경제적 자유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주었다. 자유를 얻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어제부터 구체적인 계획에 돌입하기 위해 또 책을 사기로 했다. 21권이나 된다. 내가 미쳤구나. 아마 이 책을 산 뒤 저절로 다이어트가 될 거 같다. 아이들 먹을 것을 뺏을 수는 없지 않은가. 역행자를 두 번째로 읽으니 구체적인 실현 방안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우리 집에 나 포함 10대와 20대가 있다. 아이디어 창고이며 실행력 최고인 아이들이다.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기대가 된다. 내년 4월이 되기까지 뭔가 벌일 예정이다. 그만큼 삶은 내 뜻대로 움직이지 않지만 또한 칼자루는 항상 내 손아귀 안에 있기에. (글이 구체적이지 못하고 산으로 가고 있는 느낌은 뭐지.)

(좌:자기전에 읽으니 참 좋다. 그때라도 가면을 다 벗도록 해. J/우:여러 번 읽고 실천을 유도하는 책. 그냥 비판않고 읽고 경제적 자유를 얻고 싶다.)
(좌:기자가 쓴 술술 읽히는 글쓰기 실전 노하우/우:글도 좋지만 책표지와 제목이 더 좋다. 전시용 아님^^)
(집에 와서 찍은 인증샷)

이 상쾌한 바람은 글을 쓰는 동안 가만히 생각해 보니 기쁜 소식과 함께 왔다는 생각이다. 지인이 능력을 인정받아 1위 선정. 내가 상을 받은 것처럼 기분이 좋다. 그리고 이 알 수 없는 경쟁심 발동. 나도 어디에서든지 1등이 하고 싶어 졌다. 그래 그 상 나(It's me) 줘라. 브런치에서 가장 여성스러움이 풍겨 나는 글을 쓰는 작가에게 주는 상을. (이런… 고작 생각해낸 상이라니.ㅎ)


바쁜 가운데 이렇게 오늘도 글을 쓰면서 미소 짓고 함께 기뻐하고 나 자신에게 용기를 준다. 가을이 오고 있긴 하다. 아주 천천히 오지만 어김없이 오고 있다. 그 가을 안에 사랑을 가득 담고서 말이다.




(P.S)

친구의 전국구 1등 소식을 축하하면서 써 내려간 글입니다. 때론 너무 즉흥적이어서 탈이에요.^^

"지니 나 글 좀 잘 쓰게 해 줘라. 휘리릭 쓰지 말고 엉덩이 붙이고 천천히 쓰도록."

책 얘기는 아무 자랑도 아니고 여기다가 선포하고 밀어붙이고 실행하기 위해서 적어 봤어요. 조금 거슬리면 슬쩍 한쪽 눈만 감아 주세요.^^ 가을에 묻어오는 사랑을 가득 실어 보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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