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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20. 2023

"브런치는 날 웃기고 울리고 그리고 설레게하는게 맞다"

근무시간에 든 생각과 브런치작가님들이 주는 소확행





눈을 감았다. 졸립다. 많이 잤는데도 이러니. 내 안에 수면 부족이 조금 쌓이긴 했나 보다. 클래식라디오에서 [자클린의 눈물]이 가는 첼로 선율을 따라 흐른다. 눈을 뜨고 싶지 않다... 그렇게 흘러들어 가서 어디로 가게 되는 걸까. 나를 어디로 감긴 눈 속에서 데리고 가고픈 걸까. 어디로건 끌려 들어가고 싶다. 그래서 나는 흘러가는 물이 좋다. 물소리를 좋아하고 물속에서 버둥거리는 걸 좋아하고, 가장 좋아하는 것은 물 위에 떠 있으면서 귓속으로 들려오는 무의식의 소리들과, 그와 반대로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그 순간을 즐기기를 좋아한다.


다시 눈을 떴다. 이대로 감고 있다간 정말 깊이 잠들어 버릴 것만 같다. 많은 책들이 어제 마지막 중고 1권으로 모두 도착을 했다. 쌓아 놓은 책을 보니 언제 다 읽을까 싶다. 충동적인 행동을 한건 아닌지 나를 혼내고 싶네. 그렇게 라도 하지 않으면 책을 읽지 않게 된다. 사실은 그 책들은 모두 역행자에 나온 책들이다. 진짜로 경제적 자유를 얻을 일을 하염없이 찾고 있다. 두 아이들을 좀 더 풍족하게 먹이고 싶고 대출로 인해 월급의 많은 부분이 이자로 나가버리니 너무 허망한 생각이 든다. 지푸라기라도 부여잡고 싶은 심정으로 책을 샀다. 책을 공개할까 말까 망설였다. 혹자는 그런 자기 계발서들을 읽어서 뭐 하냐고 또는 깊은 사색을 주는 책은 아니며 가볍게 읽을거리들인 책을 샀냐고 책망할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왜 이렇게 의식하는 걸까. 그건 나도 모르겠다. 어릴 때부터 눈치를 너무 보고 살아서 그럴 수도 있다. 새엄마가 다섯 손가락사이를 넘도록 왔다 갔다 할 때 제발 이번에는 오래 엄마로 있어달라고 눈치 보며 애원했을 탓일지. 아무튼... 이제 [부자 그릇] 한 권을 다 읽었고 [인스타 브레인]과 [장사의 신] 두 권을 검은 쌕에 들고 다니면서 동시에 보고 있다. 너무 절박하다. 갑자기 오던 잠이 확 달아나고 심각해졌다. 이 책들을 다 읽고 내년 4월이 되기 전에 부캐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것은 이 글과의 약속이고 이 글을 무심하게나마 스쳐 읽고 지나가는 독자님과의 약속이다. 나는 한다면 하는 사람이고 일을 내는 사람이기에.


혼자서 웃는다. 그냥 웃긴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이유가 뭘까. 글을 읽고 계시는 분들이 생각할 거다. 근무시간에 눈을 감았다 떴다 그리고 피식 웃는 너라는 인간에 대해 이해불가라고 말이다. 이유는 브런치라는 공간 때문이고 나를 울고 웃기는 브런치 작가님 때문이고. 가장 결정적인 나 혼자만의 피식거리는 웃음은 어떤 한 분의 작가님 때문이다. 읽을거리가 엄청 많은데 그분의 글은 왠지 금방 읽고 싶지 않고 아껴두고 읽고 싶다고 할까. 그리고 방해받지 않는 시간에 조용히 말이다. 나도 누군가 한 사람에게라도 그런 찐 독자가 됐으면 좋겠어서. 브런치는 지친 일상에 독서를 방해하는 최대 적이자 소소하게 나를 가장 기쁘게 하는 아이콘인 거는 맞다. 무엇보다 다른 광고가 없어서 강매하는 느낌이 없어서 더욱 좋다.



휴우. 이제 한숨 내려놓는다. 그러고 있다 훅 갑절로 바빠서 이제 다시 글 앞에 앉았다. 점심시간이 다가와서 급하게 매듭을 짓는 느낌인데. 핵심은 요즘 잠이 부족해 근무시간에 눈을 떴다 감았다 하는 것이며, 역행자 책 21권의 리뷰를 쓰면서 진정 경제적 자유를 획득하고야 말 것이며, 브런치는 어떤 작가님들이 날 웃기고 울리고 그리고 설레게 하는 게 맞다.



그러는 사이 기획실 직원이 왔다 갔다. 메모지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10/12 목요일 8:45 am 비행기]

(좌:지난 토요일 한꺼번에 택배로 온 책들. 반짝반짝 흥분시킨다./우:책제목 감출려고 찍어본 각이다. 21권 모두 공개하면서 리뷰에 도전할 예정이다. 아주 주관적이게.^^)
(이전에 얘기하던 서울에 있는 마케팅병원 탐험하러 떠난다. 단 둘이라니. 제발 사랑하게 해주세요. 옷은 뭘 입냐...;;;;;)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오너님은 기어코 날 데리고 서울에 가시는구나. 이미 표는 끊어졌단 말이지. 시골여자가 뭘 입고 서울행을 하나. 입고 갈 옷이 가장 걱정이 되었다. 그리고 내 머릿속에는 21권의 책을 볼 때마다 내 자식들에게 나의 어린 시절의 절망과 시련을 절대로 물려주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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