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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Sep 25. 2023

"집에 티브가 없은지 10년 가까이 되었다."

오랜만에 드라마 보다가 든 자조 섞인 독설과 느낌을 기록하다.





어제 할 얘기가 많아서 자전거를 타고 기분이 좋아져서 저녁도 안 먹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뭐 좀 먹으려고 글에 마침표를 찍을 무렵 아들이 나와서 바레인과 축구 경기를 한다고 했다. 노트북을 정리하고 닫을 려고 하니 골이 연속해서 3골이나 터졌다. 난데없이 뭐 시켜 먹을래? 하니 다들 별 반응이 없다. 나만 쫄딱 굶은 제리(톰과 제리의 그 제리)처럼 통닭 먹을래? 피자 먹을래? 외쳐댄다. 딸은 다이어트한다고 배가 고파 죽을 거 같지만 축구가 끝나자마자 방에 쏘옥 들어가 버렸다. 절대 먹으면 안 된다 한다. 아들도 경기 끝나자 자기 방에- 톰이 찾을 수도 없는, 손을 내밀어도 잡히지 않는 제리의 그 반원형의 어둠 속으로 사라지셨다.


혼자 그레이 소파에 기대어 멎쩍어졌다. 하릴없이 채널을 돌리다 뉴스를 봤다. 이렇게 늦은 시간인데 여자 앵커가 잠이 오는 기색 하나 없이 마치 새벽에 방송하는 마냥 바비 인형 같은 초롱한 모습으로 진행한다. 참 예쁘네 생각했다. 뉴스 검색 안 해본 사이 또 안 좋은 기사거리들이 한가득이다. 다른 건 몰라도 흉기 폭행 난동 살인이 요즘 뉴스의 핵이 된 듯. 보고 있으니 기가 또 찬다.


그러다가 [7인의 탈출]이라는 드라마에서 멈췄다. 처음 시작 배우이름 나오는 장면이 시선을 끌어서 그대로 멈춰있다 첨부터 끝까지 근 2시간가량을 달리게 된 것.


우리 집은 이사 오면서 티브를 샀다. 집에 티브가 없은지 10년 가까이 되었다. 어쩌다 보니 없애 버렸다. 중국에 살 때는 집에 옵션으로 티브까지 달리고- 모든 전자제품까지 옵션으로 된 곳에 살다가-사업이 다 망해서 한국에 들어오니 그냥 살아졌다. 중국에서 작은 아이가 6살 큰아이가 12살까지(중간에 가서 3년 살다 온 것.) 있으면서 매일 메이양양~ 쉐이 양양~이라는 중국어 프로그램을 달고 살았었다.

(아이들이 중국에서 엄청 좋아했던 만화영화 프로그램. 밖에 나가면 돈을 내고 타는 기계까지 대박이었지.^^)
(너무 귀여워서 나도 모르게 하나 캡쳐해서 올림.ㅎ)

티브이 노래를 불렀으나 안 사주고 버티다가 그냥 10년이 흘렀다. 이 집으로 이사를 오니 아이들이 큰 티브이가 소원이라고 했다. 큰 맘먹고 8개월 할부로 들여놨다. 문제는 10년간의 생활습관과 아이들에겐 요물인 핸드폰으로 모든 것이 대체가 되니 티브이 보는 사람이 없다는 거다. 참 아이러니 한 일이었다. 가끔 내가 뉴스를 보거나 토요일 그것이 알고 싶다 시청 아니면 넷플릭스등으로 가끔 영화를 보는 것이 다였다. 거기다 집에서 영화관이 가까워 큰애는 코난 덕후다 보니 거의가 영화관에서 보고 싶은 것 관람하게 된 것. 아들은 아예 티브를 안 본다. 누구를 위한 티브이인가...


아무튼 그런 상황에서 [7인의 탈출]을 보는데... 뭐 이런 내용이 다 있나. 작가가 누군지도 관심 없었고. 주연급이라 생각했던 배우를 높은 계곡 위 다리에서 떨어뜨려 죽이질 않나. 잔인하긴 그지없고. 때려도 죽을 때까지 때려서 기절시킨다든지. 심하게 오버하는 연기를 보고 있으니 적응이 안 되었다. 참 연기 잘하던 배우들이었는데 작가의 대본이나 연출에 따라서 저렇게 품위 없는 역할로 전락한다는 느낌이 들었다.(아주 주관적인 내 생각임.) 그리고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티브 탓이라 하자. 화면이 큰 데다가 화소가 아주 선명하다 보니 L배우와 S배우의 주름잡는 성형기술이 워낙 발달해서 도저히 그냥 볼 수가 없었다. 아 내 얼굴도 아닌데... 저분들은 화면에 어떻게 비칠지 알까. 배우의 생명이니 외모를 평생 가꾸는 것은 맞다. 그나마 멀리 찍힌 화면은 아주 젊고 건강하게 보이며 봐줄 만 한데. 가까이 확대된 얼굴에 과한 액션과 억지스러움이 내 얼굴까지 달아오르게 했다. 아마도 오랜만에 빠른 전개로 과몰입해 아무 내용도 모른 채 봐서일까. 시간을 죽이긴 딱 좋은 스케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겠으나 별로 궁금하지도 않을뿐더러 개연성 있는 내용으로 펼쳐지길 바란다.

(좌:7인의 탈출 검색해본 화면./우:어제 자꾸 등장인물의 손톱을 클로즈 업하더라...)

독설을 뿜었나. 원래는 감추고 있는 내면을 드러냈나 보다. 다 보니 시간이 다음날로 넘어갔다. 조금 궁금했다. 작가에 대해서. 여러 작품들을 베스트에 올려놨고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고 되어 있다. 하나도 보지 못한 프로그램이다. 내가 너무 했나. 시대에 뒤떨어지는 건 아니었나 싶기도. 아 그나저나 배가 너무 고프다. 자전거에 헬스에  짧은 글까지 두 편을 쓰고 난 뒤 허기진 상태로 내 생각 가는 대로 썼나 싶기도 하다. 모든 이야기는 아주 주관적인 내 개인적인 생각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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