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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03. 2023

"수건 걸레에 물을 흠뻑적셔 거실부터 닦기 시작했다."

연휴 6일 차 아침 일찍부터 청소하며 든 생각들





(연휴 마지막 날이며 6일을 쉬고 복귀하기 하루 전이다. 어제저녁부터는 출근할 생각을 하면서 마음이 무겁다.)


아침 8시부터 청소를 했다. 청소는 언제나 마음도 같이 정돈해 준다. 운동만큼이나 비워내는 작업 중 하나이다. 아들은 일명 허물 벗기라고 하는데 거실소파와 티브이밑, 안방 내 침대 위 화장실 앞 그리고 세탁실 앞까지 정리정돈을 잘 못하는 엄마를 한껏 도와주는 세탁물들이 널려있다.

우선 잘 씻어서 말려놓은 수건 걸레에 물을 흠뻑 적셔서 거실부터 닦기 시작했다. 모든 먼지를 다 뽑아내고 청소를 하면 진이 다 빠져서 지친다. 연휴 동안 한껏 뒹굴거린 침대가 되어 준 거실바닥은 한걸음 물러서 사선으로 보니 발바닥 도장과 땀 그리고 얼룩이 많이 심해져 있다. 초등학교 다닐 때 마루 바닥에 초를 칠하고 마른 걸레질을 하듯이 무릎을 꿇고 세게 왔다 갔다 하면서 닦아냈다. 그리고 다시 물기를 말리는 동안 안방과 좁은 복도를 청소기로 먼지를 털어냈다. 다시 보니 거실 물기가 어느 정도 말라서 화분과 널브러져 있던 책들을 가지런히 한 곳에 모으고 구석구석 퍼져있던 머리카락부터 화분을 옮기면서 생긴 작은 나무 싹들인지 말라비틀어진 것들이 바닥에 우수수 떨어진 것들부터 진공으로 무섭게 다 빨아들인다.


그리고선 다시 걸레를 빨아와서 이젠 발얼룩이 남지 않도록 안에서부터 마치 열선이 정돈된 방향으로 이어지듯이 거실 나뭇결을 따라서 한 번도 끊이지 않게 한 바퀴 돌려 선채로 걸레를 잘근잘근 밟아 가면서 청소한다.

그리고 식탁밑과 부엌 싱크대 앞을 빡빡 밀어서 묶은 때를 닦아낸다. 거실 좁은 복도까지 다 물걸레질을 끝내고 나니 한 시간 정도가 지났다. 창가에 내어 놓은 화분사이로 동남향의 아파트로 햇볕이 눈부시게 들어온다. 그리고 얼마지 않아 사그라들기를 반복하면서 아침햇살의 양이 조절되기 시작한다.

(좌:여기저기 흩어져 있던 책을 예쁘게 정리했음^^/우:다 닦아내고 흐뭇하게 쳐다봄. 한 세군데 물방울이 살아 있네.)

청소를 다하고 나니 평소 글을 쓰던 공간이 너무 좁은 거 같아 소파뒤에 작은 책상을 정리하고 방향을 바꾸었다. 잡다한 병원서류나 연필꽂이 올려놓는 책상도 소파전기선으로 자리가 복잡하여 안방 쪽으로 약간 옮기고 정리하려 했으나 역부족이다. 선만 더 도드라지게 나와버렸다. 그래도 옮기면서 진공청소기로 먼지를 모조리 뽑아 올리고 물기를 흠뻑 머금은 수건 걸레로 청소하느라 공중부양했다 다시 떨어져 내리는 먼지까지 시간차를 약간 두고 물기로 소파뒤쪽 공간도 깨끗이 닦아냈다. 역시 우리 집은 머리카락이 점령한 상태였다는...

(좌:작은 책상을 안방쪽으로 옮겨봄. 전기선만 도드라짐. 근데 저기서 아무것도 안함./우:소중한 글쓰는 공간. 거실방향에서 벽쪽으로 틀어봄. 뒷공간이 많이 남아서 숨이 트임.)

모든 청소를 끝내고 더럽혀진 수건걸레는 빨기 싫어졌다. 세탁기를 돌리려고 하니, 두 개의 걸레로 게으름을 세탁기에 맡기려는 순간 내 맘속에서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그냥 세탁기 앞에 적당한 공간에 집어던져두었다. 그리고 아직 물기가 어렴풋이 살아있는 거실 전체를 둘러보며 흐뭇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좌:식물 잎도 닦고 사랑을 넣어줌ㅋㅋ/우:세탁기앞에 집어 던진 수건걸레. 미안해 손빨래 해줄겡.)



국화는 없지만 어제 한껏 맡은 노란 국화향이 몸에 밴 조신한 누이는 노트북을 켰다. 며칠 동안 글을 올리지 않는 절친 같은 작가님을 먼저 검색했다. 여전히 아무런 글이 없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걱정을 했지만 또 내가 올린 글을 읽고 반응의 흔적을 보이니 안심이다. 그리고 궁금해서 연휴 동안 올린 글을 내가 놓치지는 않았는지 어제 하루는 날 잡고 놀았기에 읽지 못한 글을 찾아본다. 아주 궁금한 분들의 글을 읽기도 하고 연휴 동안 하나도 올리지 않은 궁금한 작가 두 세분은 힘든 일이 있었던 것 아닌지 오지라퍼가 되어 걱정도 해본다. 막상 글을 쓸려고 앉기만 하면 노트북 안에 친구가 있는지, 브런치 안에 죽마고우라도 앉아서 기다리는지 조잘거리게 된다.


"어 나 어제 신나게 자전거 탔잖아? 궁금해. 기다려봐. 사진 보여 줄게.

나 어제저녁부터 직장에서 전화를 받고 마음이 무거워. 나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아. 도와줘.

직장 전화도 받고 연휴 전 직원의 태도와 연결해서 내가 결단을 내려야 할거 같아. 근데 너도 알잖아... 내가 결정장애가 있단 걸...

아 정말 할 얘기가 너무 많아..."


갑자기 구름이 햇살을 다 삼켜 버렸다. 그래도 햇살은 언제나 뜨겁기도 하고 따뜻하고 그대로이다. 잠시 구름에 가려져 있을 뿐...



(P.S)

연휴 마지막 날을 청소부터 시작했습니다. 이제 어제 자전거 탄 이야기며 직장에서 걸려온 전화로 연휴뒤 출근할 직장에 대해 마음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문득 아 내 글은 아직 참 많이 부족하구나. 여러 작가님 글들을 보면서 다시 그런 생각들이 드네요... 그냥 꾸밈없는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분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곧 계속할게요. 그냥 알람은 꺼두세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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