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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03. 2023

"그래서 더욱 이번 6일 휴가는 내겐 의미 있었다."

6일 휴가를 마치고 출근하는 감회와 이제부터 즐기기로 결심하는 내용.





쓰고 싶었던 마지막 글을 쓰려고 한다. 이 글을 쓰기 위해 오늘 청소를 시작했고 어제 자전거 탄 이야기를 늘어놓았는지도 모른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나올 수도 있으니깐.


대체 휴무일을 쉰 적이 거의 없다고 말씀드렸다. 예전 직장에서도 직책 때문이기도 하고 쉬라고 해도 쉬지 못했고... 지금 생각하면 내가 안 쉰 게 맞다. 쉴 수도 있는데 안 쉬었다는 얘기다. 아버지 돌아가시고 장례까지 치르고 5일 동안 휴가를 줬지만 4일째만에 직장에 출근했다. 당시 사무 국장님께서 아니 이 사람이 왜 여기 나와 있냐고 그냥 다시 집에 가라고 하였다. 그리고 쉬는 것이 불편했다. 쉬면 지출이 많아지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진짜 쉬지 못한 이유는 놀 줄을 몰라서였다. 직장에 나가지 않으면 할 일이 없었다. 시간을 사용하는 방법도 몰랐다. 불안한 마음만 잔뜩 들었다. 아무 일을 하지 않아도 내 자리에 아침이면 차를 몰고 가서 앉아 있어야 했던 것이다.


이 번 연휴는 6일이다. 대체 공휴일에 쉰다고 미리 말했다. 이번 여름휴가만 해도 등 떠밀려 오프를 낸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불과 1달여 사이 내게 할 일이 생겼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강력히 들었다. 우선 실컷 책을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자전거를 마음컷 타야겠다는 마음과 그냥 생각을 내려놓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연휴 마지막 날인 오늘, 지난 연휴를 되돌아본다. 첫째 날과 둘째 날은 미리 사다 논 머루포도를 박스채로 먹으며 거실에 배를 깔고 2일간 뒹굴거리며 지냈다. 못 읽었던 책을 읽으며 한없이 웃고, 생각을 정리했다. 셋째 날과 넷째 날은 아침 일찍 아이스 박스와 딸과 아들을 데리고 경주 펜션에서 1박 하고 왔다. 얼마나 꽉 찬 시간을 보냈고, 나사도 제대로 풀었는지 그런 나를 한없이 칭찬해주고 싶다. 다섯 번째 날인 어제는 번개로 잡힌 자전거 라이딩을 다녀왔고 하루를 꼬박 먹고 마시며 놀았다. 가무가 빠졌네. 잘하지 못하나 좋아하는 가무. 오늘 날이 흐리고 비가 잠시 왔다 갔는데, 어제 날씨는 정말 천고마비를 피부로 느낀 하루였다. 그리고 마지막 날인 오늘은 아침 8시부터 청소를 하고 짧은 글을 세편째 쓰고 있다. 이만 하면 참으로 알차게 보냈지 않는가.


이전에는 놀면 불안하고 일을 하러 가고 싶고, 집에 있으면서도 도움이 하나도 안 되는 직장을 떠올리며 살았었다. 왜 그렇게 나를 돌보지 않고 살았을까. 무릎도 덜 아프고, 얼굴도 더 홍염일 때 사진도 찍고, 먹고 싶은 음식도 먹고 책을 보든지 돈을 들이지 않고도 할 일이 정말 많았는데도 말이다. 딸이 방에서 슬며시 나왔다. 딸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고 당부했다. 이 당부마저 얼마나 부질없는가. 이미 지금의 세대는 그렇게 살고 있는데. [미치지 않고서야]를 보면 현대의 젊은이들의 생각이 더 잘 표현이 되어 있었다. 어제 잠시 틈을 타 읽어진 부분이라... 그래서 더욱 이번 6일 휴가는 내겐 의미 있었다.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기에.


즐겁게 저녁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제 오후 6시 07분 무렵이었다. 오늘 하루 정말 너무 바빠서 정신이 없었노라고 전화가 왔다. 휴가 잘 보내고 있냐는 직장동료의 말이다. 이것 때문에 전화를 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채널로 상담을 해결하는 일은 주로 내 담당이다. 내가 빠지면 3명이 남아 있다. 정말 환자가 미어터져서 모두가 다 바쁜 시점인데, 채널이 각방 컴퓨터에 다 깔려있고 올라오는 표시까지 뜨는데 아무도 답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사실 내가 주 담당이라도 누구 하나 빠지거나 쉬면 다들 말없이 도와주려고 한다. 바쁜 것은 이해가 가지만 어제 같은 경우는 연휴에 밀려 있던 환자가 쏟아져 나오는 날이라 모든 외래 직원이 다 바빴을 것이다. 그러나 과장인 내가 누구에게 지정을 하고 휴가를 간 게 아니라고, 이전의 그 J가 전화한 동료에게 엄청 불평을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전화 온 P에게 알아서 하시라고 했단다. 그러면서 시간이 잠시 나면 20년 넘게 베테랑인데 하나도 채널 답을 올려 주지 않았다고 한다. 혼자서 모르는 것은 물어보기도 하고 해서 다 해결했다는 것이다.



먹고 있던 분위기에서 기분이 가라앉았다. 나는 여기 들어온 지 정확히 13개월 하고 며칠이 지났다. 매주 한 번씩 대표원장과 각 부서 중간관리자들과 아이디어를 내면서 회의하는 시간을 갖는다. 매번 무슨 아이디를 내라는 것인지. 겨우 한 달에 두 번으로 줄이긴 했으나 낼 의견이 없는 건 마찬가지다. 브런치작가 중 한 명이 아이디어 내는 일의 우려에 대한 글에 극공감을 한 적이 있는 것처럼. 그동안 내가 낸 의견은 내가 해결했고 따로 부서 직원까지 모으고 회의를 하는 바람에 미운 털이 박힐 지경이다. 고스란히 부담을 안고 내면 결국 해결하고 피드백까지, 안 그래도 많은 겹업무에 덤탱이까지 쓰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는 각 부서마다 개원입사동기가 1명씩 박혀있다. 차라리 브레인스토밍이라도 하면서 마음대로 자기 의견을 낼 수라도 있으면 좋긴 하겠다. 기존 멤버들의 거센 알력에 제대로 아이디어를 내지도 못한다. 거기다 내가 가장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은 왜 그렇게 새로 들어온 직원을 헐뜯고 기존 별 생각이 없는 사람들까지 동조하게 만들어 그 무리에 끼지 않으면 직장 생활하기 힘들게 만드는 이상한 구조다. 그리고 새로 온 구성원이 쉬게 되면 남은 멤버가 챙기는 것은 인지 상정 아닌가. 누구랄 것도 없이 몇 명 되지도 않은 직책 맡은 직원이 서로 도와 가면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닌가. 도와주기 싫다고 기존멤버가 자기 일만 한다면... 이런 것을 대체 오너들은 알고 있냐는 것이다. 최근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새로 들어온 중간관리자에게는 ㅇㅇㅇㅇ을 권유했다고 한다. 이분이 너무 앞서가고 협조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 하지만 새로운 것은 받아들이지 않고 기존 직원만 옹호한다면 누가 의견을 낼 것이며 아이디어를 내어서 혁신하려는 의지는 있는지 요새 늘 의문이다.


부하직원인 기존 입사멤버가, 새로 들어온 직원이 아이디어를 제시할 때, 이미 우리가 다 시도해 봤는데 안 되는 거라는 눈빛으로, 오히려 의견을 잘못내서 오너 눈에 날까(현재 너네-기존멤버-들이 잘못하고 있는 거냐?) 두려워하여 미리 입막음을 친다면 현 직장의 미래와 개선의 의지가 있는지는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자칫 이야기가 심각한 방향으로 흐르는 느낌이 든다. 나는 현세대와 틀리게 즐기면서 하는 일이 최고가 아니란 걸 몰라서 진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가족의 생계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웬만한 저항도 참고 견디면서 버틴다. 그러나 점점 재미가 없어지고 내일 6일 만에 하는 출근이 이렇게 무겁다면. 아무리 일이 재미가 없고 힘들어도 직장동료 보러 출근하는 맛이란 게 있다. 그저 몰래 커피 한잔 힘내라며 갖다 놓고 눈빛으로도 위로가 되는 그런 직장은 어디에도 없단 말인가. 갑갑한 현실이 밉다.




(P.S)

오늘 좀 달렸네요. 글을 많이 쓰는 날은 기분이 아주 좋아서 할 얘기가 많거나, 스트레스가 올랐을 때입니다. 솔직히 오늘은 둘 다입니다. 이제 오전의 그 강한 햇살은 자취를 감추고 오후 4시 57분인데 생각보다 어둡고 공원 위로 비가 촉촉이 내리고 있습니다. 긴 연휴로 쉬었던 느슨함을 조금씩 잠궈 가면서 일찍 주무시고 내일을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긴 글들 모두 읽어 주신 분들이 계신다면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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