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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09. 2023

"아침 9시가 넘어서 일어나니 집안일이 산더미가.."

일요일 아침에 든 지리멸렬한 생각들.





한놈은 알바 가고 한놈은 예비 고1이라며 학원원장님께서 자체모의고사가 11시부터 오후 3시 반까지 국어 수학 영어 과학과목이라며 시험 치러 갔다. 어제 오후부터 낮잠을 만끽한 후 읽고 싶은 책들이 많아 소파에 뒹굴거리며 눕거나 다리 흔들기, 허리에 몹시도 안 좋은 자세들을 번갈아 취하며 새벽 1시까지 책을 읽다가 잤다. 여러 가지 직장 통계잡무, 목요일 나들이 입고 갈 옷도 없는데... 아무것도 하기 싫어 소파에 자기 직전까지 붙어 지내며 하루를 보냈다.

아침 9시가 넘어서 일어나니 집안일이 산더미가 되어 있다. 청소기며 식기세척기를 혹사시키고 음식물 쓰레기를 정리하였다. 그리고선 다시 소파와 한 몸이 되었다. 어제 번갈아 읽던 책중에 오늘 반드시 다 끝내고 서평 아니 뭐 아주 주관적인 독후감을 써야지 하면서. 늦게까지 자다 보니 머리가 많이 아팠다. 아마도 아침잠을 너무 자서 그런 것 같다. 밤새 어제 아침 일찍부터 탄 자전거로 인한 정신적인 공포가 아직 남아 있는 듯 하다. 내 몸은 아무런 신호가 없는데... 내가 어제 자전거를 탄 것은 맞는지. 그것이 어제 일인지 오락가락하였다. (다음 글에 이어서 써볼까 한다.)


요즘 바쁘게 돌아가는 직장일로, 사람들로 스트레스가 올라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외로 현실적이고 낙천적인 면도 있어 금방 잊기도 한다. 아니면 아무 생각하기 싫을 때 이불이나 베개부터 끌어안고 그냥 자버린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더 많아진 것 같기도 하고 그 섬세한 생각 끝의 어떤 원인이나 시작점을 글을 통해서 찾기도 한다. 그러면 조금씩 해소되면서 마음이 안정되기도 한다. 나는 마음의 안정을 참 큰 과제로 안고 지금까지 살아온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새벽 1시까지 책 읽다가 해보는 다리 운동. 소파와 물아일체가 되다.)



갑자기 교회 고등부 1살 적은 남자동생 H가 성경공부하다 이야기 끝에 [자기는 부모님께서 두 분 다 안 계신 분 들하고는 교제하지 않겠다]고 한 말이 참 오랫동안 마음에 남아 있었다. H는 당시 건강한 두 분의 부모님이 계셨고 한 명의 누나와 형이 있었다. 그 이야기가 가정교육이 제대로 안된 여성과 혹은 한부모로 인해 마음이 안정이 안되었을 확률이 높은 여성과는 사귀지 않겠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때 당시에도, 또 지금까지 그 성경공부시간에 배운 아무 내용도 생각이 안 나고 H의 그 문장만 살아 있는 걸 보면 뭔가 당시의 타격이 컸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하고 싶은 얘기가 뭐라서 쓸려고 생각지도 않았던 이런 에피소드가 튀어나온 것인지. 나의 자라온 환경은 확실히 환영받지 못했고, 나의 귀에만 들리지 않았을 뿐 좋은 조건의 여성은 아니었으며, 섬머슴아 같지만(잘 꾸미지 않아서 그리고 꾸밀 줄 몰라서.) 섬세하고 부드러운 나의 성격에 늘 불안이 들어와 뒤 흔든 기억이 아주 많다. 그리고 남들이 생각하는 그런 무난한 가정을 부러워했던 적이 많이 있다. 지금도 사람들을 만나면 나는 내면의 물이 자주 출렁거리는 상태에 있는가 하면, 단단하고 안정되어 잠시 흔들렸던 찻잔이 다시 고요하게 가라앉는 유형의 사람들을 나는 좋아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늘 정서가 안정된 사람들을 부러워하게 되고 호감을 가지게 된다. 내가 그렇게 일희일비하는 면이 많게 자라온 것은 환경에서 미루어 짐작만 아주 많이 될 뿐.


그리고 즉흥적인 또 한 가지 드는 생각.  요즘 부쩍 나는 아무 잘못이 없이 가만히 있는데 직장동료들이 나를 건드렸다는 느낌의 글이 자주 출몰했다는 생각이 어제오늘 많이 들면서. 누군가의 글에서 처럼 그 모든 사건들은 다 현재 진행형이며 불평하기 이전에 나를 돌아보고 내가 행복하져야 하루가 안정될 수 있음을 다시 느껴본다. 나의 하루는 내가 만드는 것이며 다시 새로운 기억으로 저장할 수 없기에 편도체가 나의 몸에 화재경보기를 자주 울리지 않도록 무난하면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지금 읽는 책들은 반대로 살라하지만 젊은이가 읽어야 할 추천 책이긴 하네...) 나를 내가 제일 잘 알기에. 한번 사람이 싫어지면 다시는 돌아보지 않고 냉정하게 다 끊어내는 내 성격도 참 별나기도 하지.


자 그래서 결론은 요즘의 나를 돌아보면서 인정할 건 인정하고 느리게 가자고 하면서도 다시 책이나 사건들로 나를 또 극단으로 몰아넣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고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해 주고 또 좀 사랑해 주자는 것이다. 브런치는 내가 끓고 있을 때 가라앉혀 주는 최고의 글쓰기 공간임은 인정한다.


딸아이가 알바 마치는 시간에 픽업해서 여동생이 권유해 준 스타일을 둘러보고, 베이지 재킷을 사고 딸과 아들의 보습제와 립글로스도 돌아보고 간단히 늦은 점심 요기도 해야겠다. 어제 오전에 타고 온 자전거는 기록을 남겨 두어야 추억이 더 오래 남기에 정리하고, 읽은 책은 빼곡히 독후감을 남겨봐야겠다. 참 웃기는 공간으로 변형되어 간다. 모든 사람들이 다 보는 나의 일기장이 되는 느낌이랄까. 이건 아닌데 하면서도 의식 않고 글을 쓰련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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