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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17. 2023

"정말 이렇게 바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주말 지낸 이야기들





일주일 만에 헬스장에 다녀왔다. 저번 주 수요일은 피곤하여 서울 출장길에 실수라도 할까 봐 저녁 7시에 잠든 뒤부터 어제까지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정말 이렇게 바쁠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저녁 11시나 되어 하루가 마무리되어 가면 글을 써볼까 마음을 먹었지만 두통이 심하게 일어나 기분이 나쁜 상태로 글을 쓸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일주일 동안이나 헬스장에 가지 않고 하루가 지나갔다. 루틴이 없어지고 두통이 일어나고 개운하지 않고 다시 한번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을 못 견디는 나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달았다. 일상이라기보다 쳇바퀴 돌며 하던 일이 그 나름의 루틴을 제공하며 나를 지탱하는 힘이 되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토요일은 마치자마자 해운대 벡스코에 지인이 작품을 내었다고 구경하러 가자고 해서 아무 예정에도 없던 일에 따라나섰다. 아트페어전시회였는데 출장 다녀온 피로가 누적되어서 인지 작품이 하나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리고 꽃 그림이 너무 많았고, 미술에 문외한인 내가 보기에 맘에 드는 그림은 찾기 힘들었고 참으로 고생해서 그린 그림들 투성이었다. 한쪽은 아마추어들이 그린 그림들도 제법 있었는데 오히려 그런 소소한 일상들 속에서, 개인의 내밀한 주관적인 느낌을 포착한 하나의 작품이, 여러 그림을 가격을 적고 낸 작품보다 의미 있고 개성이 돋보였다. 그림으로 표현하지 않고 어떤 시설창작물로 지구환경에 대한 메시지를 보여주는 것, 또 직접 그림을 그려 보이는 행위예술도 선보였다. 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좌:해운대 벡스코 아트페어 전시회/우:어떤 작가님이 직접 그린 소나무)
(좌:지구환경지킴이들/우:직접 그림을 그리는 장면을 보여 준 외국 화가)


그리고 우리는 바로 율하로 이동하여 근처에 사시는 선생님이 레스토랑에 데려가서 저녁을 사주셨다. 처음 먹어보는 이 음식은 피자를 밖으로 올리지 않고 이탈리안식 피로 피자를 만두쏘로 넣어버린 음식이었다. 검색해 보니 칼조네라는 이름이 붙여져 있다. 식당에서 들었는데 하도 생소해서 잊어버렸다. 늦게 도착해서 음식을 시키니 많은 음식을 시켰는데도 거의 한꺼번에 갖다 주었고 내 생각이었는지는 몰라도 직원들이 우리가 언제 갈 것인지 계속 쳐다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곧 다시 만날 계획으로 우리는 서둘러 헤어졌다.

(좌:이렇게 비싼 스테이크 먹으면 애들 생각부터 난다/우:칼조네 처음 먹어 봤다)


일요일 아침 라이딩이 있어 어젯밤에 일찍 잠이 들었다. 아침 8시 12분에 약속 장소로 나갔다. 5-6명이 대기하고 있었고 18킬로를 달린 지점에서 나머지 7명 정도가 합류하여 밀양 산외면 꽃담뜰로 갔다. 이번 최종 라이딩 거리는 100킬로 정도였다. 오랜만에 13명 정도의 사람들과 일렬로 달리니 기분이 좋았다.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하면 멀리 간다고 우리는 정말 멀리 나갔다. 해바라기와 코스모스에 나름 취해 많은 사진을 찍어 댔지만 나는 인물이 없는 사진만 찍고 단체 사진을 찍는 것에 마지못해 얼굴을 내밀어 드렸다.

(밀양 산내면 꽃담뜰. 꽃보다 사람이 더 예뻤고 꽃들 때문에 하늘이 돋보였다)

여기까지 도착하니 이미 50킬로 정도 되었다고 했다. 허벅지가 조금씩 아파왔다. 밀양역 근처 식당가기 5분 전에 일이 터졌다. 왼쪽 대퇴부근육에 마비가 온 것이다. 자전거에서 내려 모든 사람들이 식당에 가는 동안 절뚝거리며 참을 수 없는 통증이 왔지만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정말 고통스러웠다. 식당에서 모두 식사를 할 동안 혼자 화장실에 쭈그려 앉아 허벅지 마사지와 좌변기에 앉아 근육을 풀었다. 아 앞으로 남은 50킬로는 어떡하냐. 음식이 제대로 입에 들어오지 않았다... 가지나물과 강낭콩찰밥, 호박죽 두 그릇 그리고 식혜 한 그릇을 먹고 나니 통증이 조금씩 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갑자기 혈당이 떨어진 데다 무리하게 평소 안 쓰던 근육을 써서 그렇다고 한다. 다행히도 돌아오는 아우토반 속에서 근육의 마비는 완전히 사라졌다.

(좌:돌아오는 길에 잠시 쉴때 찍은 들판/우:돌아오는 길 속칭 아우토반 맘껏 전력 질주했다)
(좌:아우토반 위로 펼쳐진 구름과 하늘/달려 온 길 지도. 나는 100킬로 완주는 처음이다)

집에 돌아오니 오후 5시다. 저녁 8시에 예비고1 학부모 간담회가 있다. 허벅지는 서서히 터질 듯이 아파서 타이레놀 2알을 미리 먹었다. 간단히 저녁을 먹고 바로 학원으로 갔다. 평소 3-4명이던 간담회는 예비 고1이어서 인지 아버지까지 두 명이나 등장해서 총 8팀의 부모들이 와 있었다. 마지막 현행 수능시험 대상자이며 얼마나 많은 기존 n수생이 몰릴지 암담한 얘기만 2시간 넘게 듣고 왔다.

(학원에서 너무 많은 일이 있었고 아들의 모습을 대신 보았고 아들과 면담을 했고 그리고......)

나는 묻고 싶은 질문은 다 했고 15명 중 우리 아들 포함 2명만이 남학생이라 했다. 아. 하루가 이렇게 길 수가 있나. 점점 정신이 혼미해져 가는 게 맞다. 밤 11시가 넘어 아파트 주차공간이 없다. 몇 바퀴를 돌다가 겨우 남의 차 뒷 꽁무니에 차를 댄 후 집에 올라왔다.


그렇게 일요일 밤부터 두통이 계속 시작되었다. 집에 돌아온 후 부득이하게 아들에게 면담을 신청했다. 아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엄마인 내게 상처가 되어 콕콕 박혔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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