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윤슬 Oct 09. 2023

"평지로 간다는 말만 믿고 자전거행을 나섰다....."

어제 차와 함께 달리는 도로는 정말 무서웠던 라이딩 이야기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조금 수월하게 갈 수 있는 평지로 간다는 말만 믿고 자전거행을 나섰다. 잘 타는 무리들은 임도를 통해 mtb자전거길로 산으로 오른다 하니 나는 두 번 따라갔다가 식겁을 하고 난 뒤 점점 겁이 많아져서 무난한 길이나 집 앞에서 조용히 혼자 탄다. 집 앞에서 타다 보면 낮이든지 저녁 무렵 선두가 먼저 달려가고 줄지어 타는 모습이 너무 부럽고, 재미있어 보이고 저런 울타리도 있구나 싶어 목을 빼고 쳐다보기도 한다. 그리고 선두가 먼저 고함을 질러서 뒤에 오는 사람들에게 알려 주기도 한다.


9시 반에 만나기로 한 장소에 나갔다. 오늘 우리를 리더 해주실 분은 올해 연세가 79세이신 노장이시다. 연세만 생각하고 판단하면 정말 오판이다. 이번에도 선두에 달리시고 때론 뒤에 쳐지면 나를 지켜주실 예정이다. 아무래도 조금 체력이 딸리는 부분이 있으시니 전기배터리를 충전해서 달고 다니시는데 필요하면 켜고 안 그러면 그냥 오르막이든지 내리막이든지 질주하신다.


준비운동을 하고 난 뒤 우리는 따라나섰다. 그냥 따라갔다. 어디를 가는지 묻지도 않고 나갔다. 문제는 내가 겁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자전거를 탄 지는 오래되어 적당한 오르막이든지 내리막이든지 상관이 없는데...

보통 자전거길은 사람이 덜 다니거나 큰길로 나가더라도 시내길이 아니고 외부로 나가면 자전거가 다닐 길은 늘 확보가 된다. 그것도... 조금 무서워하는 여자 여기 한 명 있습니다. 그런데 오늘 가는 길은... 초입부터가 바로 옆에 차가 달리는 길이다. 조금만 나가서 언덕이나 고갯길로 가면 당연히 차가 많이 없겠으나... 나는 너무 무서워서 식겁을 하였다. 휴일이라 아침 일찍 차가 많지는 않았고 위협적인 차는 없었지만. 문제는 몇 미터 안 되는 작은 불빛도 없는 짧은 터널을 지나가는데 정말 무서웠다. 터널에서 차가 다니는 길 옆으로 튀어나오게 박아 놓은 일정간격의 홈이 있었는데 무섭다 보니 자꾸 편하게 가면 되는데 이 작은 튀어나온 홈 쪽으로 올라타게 되는 것이었다. 그러다 보니 흔들려서 핸들이 불안하게 움직이게 되고. 뒤에서 바로 따라오던 리더님은 내가 바로 뒤에 있으니 핸들 바로 잡고 홈 쪽으로 들어가지 말고 도로길로 달리라고 하였다.


그러다 보니 순식간에 채 1분도 안되어 터널은 통과했다. 가다가 이정표를 보니 철마로 해서 기장군으로 진입하게 되는 것 같았다. 조금 더 가서 나지막한 산길을 올라가니 가랑비가 대차게 쏟아졌다. 우리는 잠시 쉬어 가면서 연신 날씨를 검색했다.

(좌:첫 번째 휴식장소/우:비가 오락가락하여 산고개 넘기 전에 잠시 쉬면서 바라본 하늘정경)

분명 하늘을 봐도 계속 내릴 비는 아니었다. 달리기 좋은 길로 나오니 한껏 피톤치드를 흡입하면서 스트레스를 날리면서 달렸다. 아 여기까지는 또 좋았다. 이전에는 나도 잘 몰랐는데 내가 내리막길을 참 무서워한다는 것이다. 오르막은 기어를 미리부터 조정을 해가면서 느슨하게 페달을 돌리면서 타면 되는데 내리막길은 정말 무서웠다. 그것도 일광해수욕장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공포가 극에 달했다. 구석구석 공사로 인해 빨간 안전대를 세워 놓고 있었고 다른 사람들은 내리막길이라도 시원스레 잘만 탔다. 나는 겁도 많지만 늘 돌다리도 두드리는 성향이다 보니 더 느리게 가게 됐다. 모든 신호는 단 한치도 어김이 없었다. 그렇게 조금씩 뒤쳐지기 시작하고 신호를 정확히 지키다 보니 앞에 가던 사람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 찰나에 천천히 브레이크를 잡으며 내려가는데 버스와 suv차량이 바로 옆에서 바람을 일으키며 달려갔다. 그래서 산길 쪽 벽으로 더 붙으니 이번에는 웃자란 나뭇가지들이 내 얼굴을 마구 때리면서 할퀴었다. 아주 조금 울고 싶은 심정이 되었다. 휴. 그렇게 가다 보니 리더님이 내가 안 와서 다시 자전거를 끌고 내 쪽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그렇게 두 구간 정도 식겁을 하고 드디어 목적지 근처에 다다랐다.


항상 그렇다. 임도를 달릴 때도 마찬가지지만 도파민을 상승시키는 힘든 길일수록 더 큰 쾌감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밋밋한 길을 더 타지 않게 되는 것인지도. 바로 일광 쪽으로 내려가니 해수욕장이 나왔다. 우리는 잠시 쉬면서 바닷바람을 한껏 마셨다. 비는 오락가락했으며 그마저 나는 좋았다. 비를 워낙 좋아하는 데다 좋아하는 자전거길에 살포시 뿌려주니 더없이 운치 있었다. 혼자서 바다에 취해 부서져 떨어지는 파도를 바라보며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일광해수욕장모습)
(파도를 쳐다보고 있으니 아무 생각이 없어졌다.)

조금 더 달려가니 등대와 바닷가 근처 식당에 갔다. 바람도 많이 불어서 출항하지 못한 배들이 묶여 있었다. 어촌계에서 허락해 준 가건물 여러 동이 줄지어 늘어선 곳 중에서 우리는 7번 호실의 식당에 들어갔다.

(7호점 식당 내부. 우리는 바람이 많이 불고 날이 차서 윗쪽에 자리를 잡았다.)

모든 긴장감이 녹아내렸다. 입구에 들어가니 여러 가지 해산물이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놀고 있는 장어와 낙지)
(개불 같다)

글을 쓸 생각을 하면서 음식이 나오기 전 나는 여러 장의 사진을 찍었다. 밑으로 슬리퍼를 신고 내려가서 바닷가에 설치된 작은 전구들을 바라보며 정말 오늘 잘 따라나섰다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바다의 아름다운 모습 속에서 익숙함에 젖어있던 마음들을 내려놓았다.

(날이 흐리고 비를 뿌렸지만 그 아름다움은 감출 수 없었다.)
(식당 밑으로 슬리퍼 신고 내려가서 찍은 배 사진들)

잠시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니 손님들이 물밀듯이 들어왔다. 장어구이와 전복죽을 시켰다. 양념장어구이는 늘 먹던 맛이었고 전복죽은 정말 너무 맛이 있어서 더 먹고 싶었다. 집에서 아무리 끓여도 나올 수 없는 맛이 나왔다.

(양념장어 구이와 밑반찬들)
(정말 맛있었던 전복죽)

다 먹고 나서 밖에 나와 등대가 보이는 주변을 구경하고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마시고 있을 때였다. 비가 얼마나 세차게 내리든지 우리 무리는 살짝 걱정을 하였고. 나는 비가 와도 오래 올 비가 아니니 오던 길로 다시 돌아가자파였고 어떤 분은 내리는 비에 감사하면서 근처 일광역에서 코레일 기차를 타고 다시 동래역 쪽에서 내려 온천천을 달리자는 목표를 다부지게 말씀하셨다. 결국은 커피를 마시며 잠시 비를 피한 후 가랑비로 변한 기세를 보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일광역으로 갔다. 태어나서 일광신도시는 처음 와본 것이며 그곳에서 내가 기차를 타게 될 줄이야. 기차는 20여분을 기다리니 왔고 기차선로를 바라보니 마냥 설레고 기분이 좋았다.

(일광역 플랫폼과 위에서 기차선로 내려다 본 사진들.)

자전거 타는 칸은 제일 첫 칸과 마지막칸만 허락이 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알았다. 우리가 타니 이미 비를 피해 다른 곳에서도 기차를 이용한 바이킹족들이 서너 명이 보였다. 우리가 탄 기차는 울산 태화강역에서 출발하여 부산 부전역이 도착지점이었으며 이것은 기차가 아니라 지하철과 똑같은 의자로 배치되어 있었다.

나는 자전거로 인해 바닷바람도 쐬고 달리며 스트레스까지 날리고 맛난 음식까지 먹어 행복했는데 기차까지 타게 되어 어린아이마냥 행복했다.


1시간도 되지 않아 우리는 동래역에 도착했으며 각자 주차한 곳으로 가기도 하고 온천천을 달려 자기 집으로 헤어졌다. 기차에서 내리니 날씨가 어찌나 좋던지. 이렇게 짧게 끝난 라이딩이라니.

(너무 좋았던 날씨와 온천천 치어들 사진.)

아쉽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여러 가지 경험을 한꺼번에 한 독특한 라이딩이었다. 집에 오니 오후 3시였다. 나는 따뜻한 물로 씻고 난 뒤 소파에서 나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자다가 일어나니 오늘 자전거를 탄 것은 맞는지 좋은 것은 다 잊어버리고 짧은 터널을 지난 것과 내리막길에 웃자란 가지에 때려 맞은 기억만 남았다. 다시 핸드폰 사진앨범을 열었다. 그리고 나는 활짝 웃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충전된 속도계를 자전거에 장착시키고 있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