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행 낙동강길 자전거 타기와 다 잊고 멸치국수와 닭갈비로 행복해 하기
내일이 연휴 마지막 날이잖아. 일요일에 이전에 같이 자전거 타던 사람들이 다대포를 돌아서 전어회를 먹는다고 했어. 전어회에 눈 한번 돌아가고 바닷바람을 쐬면서 여러 명이 타는 것은 또 다른 맛이 있거든. 그래도 동생과 경주펜션이 예약이 되어 있고 더 재미있게 시간을 보냈으니 됐어. 생각하고 있었어. 갑자기 연휴가 길어서 벙개(벙개라 읽고 번개로 해석한다.)가 생긴 거야. 다들 많이 먹기도 해서 기름진 몸을 달래기도 할 겸. 코스도 임도도 아니고 길도 좋다고 하니 나는 벌떡 손을 들었지. 6일간의 연휴 미치도록 놀고 쉬고 책도 읽어보자 했는데 벌써 하루를 남겨두다니 하면서 말이야.
아침 일찍 준비물을 챙기고 얼음을 가득 넣어 생수병을 챙기면서 충전된 속도계를 자전거에 장착시키고 있었어. 띠링 문자가 오기 시작하는 거야. 그냥 지나칠 순 없잖아. 요즘 하는 일들도 톡으로 연결이 되어야만 할 수 있는 일이어서 더 그렇기도 해. 어차피 고생하는 동료생각을 했다면 쉰다고 말도 못 했겠지. 그리고 동료는 토요일에 쉬겠다고 선언하기도 했고. 다른 것은 업무 하면서 연결된 거라 지나쳤는데, 미리 상담하는 것은 오늘 쉰다고 말을 했음에도 타 부서에서 병실이 풀이라 협조해 달라는 거였어. 아마 내가 쉬는 걸 잊었나 봐. 공손하게 문자를 보냈지. 오늘 쉰다고. 그리고 12일도 서울 가니깐 쉬고 14일도 혼자근무라고. 미안했는지 ::;;;;;; 식은땀이 많이 나는 문자를 보내왔어.
처음 모이는 장소라서 검색을 했는데도 잘 나오지가 않아서 물금역을 검색해서 모이는 장소로 갔어.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이클을 즐기는지 몰랐어. 연휴가 길어서 인지 원래 이렇게 많이 모이는 건지. 그래도 이른 아침이라 주차공간은 있었고 조금 지각을 해서 미안하다고 한 다음 몸풀기를 하고 화장실을 다녀온 뒤 라이딩을 시작했어. 늘 집 앞만 달리던 혼러너?이다 보니 눈이 휘둥그레지기 시작했지. 낙동강변을 따라 난 길은 정말 멋졌어. 이 길로 계속 가면 종줏길이라 경북까지 이어져 있다고 해. 길도 너무 잘 닦여 있어서 가는 길과 오는 길이 잘 구분이 되어있고 그냥 경사로 거의 제로 상태의 시멘트길과 나무 데크로 이루어진 길이었어. (사진을 많이 못 찍은 것이 아쉬워. 담에 혼자 가면 더 많이 찍어보려고 해.)
외국인 커플도 많이 보이고 우리처럼 서너 명이 팀을 짜서 달리기도 하고 가족단위로 달리기도 했어. 일반 자전거로 트롯을 크게 틀고 달리거나 30-40대로 보이는 크게 팝송을 장착한 사람들, 학생들이 배낭여행 온 거처럼 무거운 짐을 매달고 아니면 어깨에 메고 달리기도 하고, 간간히 사잇길로 마라토너나 산책하듯이 걷는 사람들도 보였어. 첫 휴게장소를 지나 약 10킬로 정도 달렸을 때 가야진사란 곳에 도착했어.
음… 정자와 그네들, 영어로 주문하는 사람들, 직장동료끼리 앉아 열심히 알지도 못하는 상사들 욕하는 소리를 들으며 커피를 먹으니 더 소화가 잘 되고 내 스트레스까지 풀렸지. 같이 달리는 친구 중 한 명은 다대포까지 일요일도 달리고 2일 연속 달려서 컨디션 조절 중이라 우리도 속도를 많이 내진 못했어. 그러다가 미안했는지 시원하게 뚫린 길을 만나자 이제 속도 좀 내어 보시지 하고 말해줘서 나는 기다렸다는 듯이 우르르 달려 나갔어. 그래도 20킬로 이상으로 속도를 내진 않았어. 생각보다 사람들이 억새풀을 뚫고 달려 나왔거든. 첫 러닝이니 만큼 주위를 살피면서 길을 익혔어. 담에 혼자 몰래 와서 맘껏 즐기고 갈려고. 드디어 19킬로 정도를 달려서 큰 다리 밑에서 우리는 물을 마시기 위해 다시 멈췄어.
다리 밑에는 명절연휴에 오랜만에 만난 고향친구들 같은 60대 초중반의 남자사람들이 모여서 맘껏 수다를 떨고 있었지. 아주 친한 사이인지 집중하지 않았는데도 음담패설 같은 소리도 섞여있어, 나는 모른 채 하면서 더 귀를 기울이게 되었어. 그냥 이렇게 푸른 가을하늘 아래, 모르는 사람들과도 트럭 커피숍 야외 빨강 파랑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서 한 동료가 된 기분이었어. 그렇게 가을이 성큼 다가왔고 우리는 그 가을 한가운데 진입한 느낌이었다고 할까. 잠시 앉아 땀이 식으니 추워졌고. 한 명이 무릎이 좋지 않다고 했어. 나는 이제 아껴 쓰라고 충고했어. 무릎 연골은 닳으면 없어져. 그냥 이제 앞으로 더 자전거 타고 여행 다니려면 무리 말고 즐기면서 아끼라고 했어. 친구는 웃으며 오늘은 자전거 타면서 페달을 밀기만 하지 않고 톱을 사용하듯이 천천히 달리면서 미는 것보다 당겨 올리면서 타는 법을 터득했다나. 그러니 대퇴에 무리가 덜 가고 장딴지 근육에 힘이 실리는 것 같다고. 나는 말이 없어도 즐거웠고 내가 살아 있다는 것과 건강하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은근슬쩍 몰려와 행복을 느꼈어.
돌아오는 길에 억새풀 숲에서 갑자기 푸른색을 띤 중간크기의 뱀이 파동을 그리며 자전거길로 올라왔는데.
그만... 악하고 소리를 질렀어. 혼자 친구들을 제치고 속력을 내던 중이어서... 또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지.
그만 뱀의 몸통 중간을 밟고 지나갔어. 너무 징그럽고 무서웠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더 속도를 내어 달렸지.
혼자 먼저 참 예쁘다고 생각한 길에 멈췄어. 나무 데크 길이었는데. 직접 봐야 알 수 있지만, 낙동강과 기찻길 사이 물 위에 데크를 설치해 뒀고 옆으로는 기차가 지나갔어. 나는 실컷 개폼을 잡고 사진을 찍었어. 아 슬퍼 정말.
이젠 사진 찍으면 안 되겠어. 이젠 사람들에게 사진 찍어달라는 부탁도 못하겠어. 그 어쩜 낯선 중년의 여인이 사진 속에 있고 웃어도 불편해 보이는 입가의 주름. 하지만 어쩌겠어. 그게 나인걸.
그렇게 우리는 다시 진사가야에 모였어. 그렇게 자전거덕후가 많이 모이다 보니 아는 사람들이 안 만나지겠어. 물론 나는 초행길이라 만날 리도 없지만. 만난 사람들은 서로 자전거 얘길 하기 시작하더라. 카본얘기며 바퀴에 알루미늄 1900이라고 말하고 바큇살이 없는 비싼 자전거는 바람에 휘청이는 단점이 있다고. 가격 얘기가 오고 갔을 때 나는 슬그머니 빠져나와 그네에 몸을 싣고 혼자서 맘껏 흔들어 댔어. (흔든다고 내 자전거 가격에 0이 더 붙진 않지만…)
듣고 싶지 않은 가격들이... 귓속에서 앵앵거리는 듯해. 우리는 주차장에서 만나서 근처에 쭉 늘어선 자전거 수리점에 갔어. 내 자전거 소리 나는 지점과 상태를 점검받고 바로 주위에 즐비한 국수가게에 갔지. 냉국수와 비빔국수 꼬마김밥등 골고루 시켰는데 냉국수를 몇 젓가락 먹는 순간 나는 얼굴과 은빛스텐 국수 그릇이 붙어 버렸어. 면도 냉멸치 국물과 같이 다 마셔버렸어. 약간 멋쩍어서 아무 일 없는 듯 빈 국수그릇을 내려놨지. 아무 관심도 없었어. 다들 먹느라고 정신이 없어서.
내일도 쉬는 친구들이 있어서 우리는 또 수다를 떨면서 자전거며 이전에 타던 사람들 신상을 털고 그냥 재미있는 거지. 이유가 없어. 무슨 일이 있는지는 별 관심이 없어. 그냥 입을 터는 작업인 거 같아. 끊임없이 수다를 떨고 나는 만족하며 살아야 할 거리들도 찾게 되고 욕할 생각은 없지만 그냥 공감해 주며 고개를 끄덕여 주는 거였지. 아... 아쉽다. 우리는 다시 자리를 옮겼어. 갈 사람을 가고. 국수는 금방 배가 꺼진다면서 닭갈비를 찾았어. 쉬는 날은 대체 왜 이렇게 시간이 잘 가는 거니. 대체 왜. 가지런히 놓인 닭갈비는 깻잎과 비트에 절인 무와 싸서 먹으니 단박에 사라져 버렸어.
그냥 그런 거야. 인생도 이렇게 즐기는 거지. 작은 것에 행복을 느끼며 좋은 사람들과 한 잔 하면서 말이야.
(P.S)
편하게 들려드리고 싶어 반말로 썼는데 기분이 안 좋으시다면 음, 제가 담에 우리 라면 책가게(가제임. 차리고 싶다는 거예요 ㅎㅎ [장사의 신] 읽고요. ㅠㅠ) 사이다 한 잔 서비스 드릴게욥^^ 이제 마지막 남은 내일 직장 복귀이야기를 남길 예정입니다. 배가 너무 고파요. 아무것도 안 먹고 글 쓰고 앉아 있네요. 미쳤구나 증말... 알람은 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