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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22. 2023

”목요일 새벽부터 시작된 설사와…“

지난 며칠 동안의 아프고 좀 지저분한 이야기를 써보다.




자전거를 타고 오니 설거지며, 거실에 얼룩이며 보이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것만이 내 세상이라는 들국화의 노래를 들으며 무슨 얘기를 써야 할지 고민하면서 설거지 거리들을 분류했다. 어제 산 빨간 김장하는 고무장갑에 무한히 감사하면서.



목요일 새벽부터 시작된 설사와 그전부터 있던 두통이 오늘 새벽까지 괴롭혔다. 목요일 오전에 좀 지저분한 이야기지만(더 지저분한 얘기도 나옴) 출근해서 옆방 직원이 나눠 준 설사에 도움이 되는 약을 먹고도 15번 정도 화장실을 들락거렸다. 가스만 나오면 설사가 나올려는 지경이라 일을 하다 말고 화장실에 갈 수밖에 없었다. 그 이상한 저번 일요일부터 시작된 두통도 오후가 되면 합세하여 괴롭혔다. 오후가 되니 직원과 나눠 먹은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거의 음식을 안 먹으니 설사는 멈췄다. 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병원을 제일 안 가는 사람이 나도 몰래 되어있었다. 금요일은 설사는 하지 않았지만 오후가 되니, 딱딱한 머리통과 머릿속 내용물이 분리가 되는 듯한 조금만 움직이면 머릿속 전체가 울렸다. 일을 하다 말고 1층 약국에 가서 가장 효과가  빠른 액상 이부펜을 사다 먹었다. 약사님이 두 알을 한꺼번에 먹으라 하여 그대로 먹었더니 30분 안에 통증이 가셨다. 그날 저녁은 1달에 한번 있는 직원들과의 저녁 식사가 있었다. 나가지 말았어야 했는데. 아침과 점심을 거의 굶다시피 하고 두통이 가라앉으니 살 거 같아서 아무것도 먹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나갔다.


음식을 보니 눈이 돌아가고 이상하게 좋은 사람들과 수다를 떨고 있으니, 그리고 퇴근병(퇴근과 동시에 모든 통증이 사라짐)이 있는 직장인으로서 언제 내가 아팠냐는 생각이 들었다. 참다가 뭔가 고기 한 점을 먹어도 아무 이상이 없다. 에라 모르겠다. 허기라도 채울 양으로 손을 댄 것이 걷잡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설사에 커피가 변비를 유발한다는 대선배의 말에 커피도 마셨다. 아주 편안했다. 그리고 토요일 새벽에 일이 터졌다. 정확히 6시 30분부터 시작된 전날 식사가 토요일 새벽 5시 20분부터 설사로 나왔다. 가스만 나와도 속옷에 지릴 정도였다. 이불에는 안 지려 다행이지... 두 번 속옷을 자다가 한 가스배출로 버려 베란다에 속옷을 빨아서 널고 다시 누웠다. 아 미쳤구나. 조심해야 했는데. 이제 어떻게 할 것이냐. 그래도 토요일 출근을 하였다. 아무것도 못 먹고 하얗게 되어 오히려 에너지가 더 나는 척을 하면서 오후 1시까지 버텨야지 했다. 퇴근을 앞두고 부장님 전화가 오셨다.


"이제 코로나가 끝나서 강의가 새롭게 시작된 것이 많은데 각 부서장은 다 인사하러 참석해야 해요. 혹시 자기 약속이 없으면 강의까지 다 듣고 가는 거 어때?"


이럴 때만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것일까. 햐. 그냥 마치자마자 강의가 있는 문화센터에 갔다. 각 파트장은 다 인사를 했다. 근데 아무도 집에 안 갔다. 강의 중간중간에 도움을 주면서 서 있었다. 나는 아침도 못 먹었고 점심도 못 먹고 이러고 있다. 부장님께서 강의 참석하러 오신 분들 간식으로 남은 샌드위치와 떡과 음료를 주셨다. 이제 모르겠다. 마치자마자 약 잘 짓는 내과에 가려고 했는데 어차피 갈 거, 서있을 힘도 없어서 4분의 1 정도의 샌드위치와 송편을 대여섯 개 집어 먹었다. 2시간 정도 강의 마치고 나는 힘도 없고 다른 사람들이 강의에 도움을 주고 있어도 큰 탁자 같은 곳에서 턱을 괴고 강의만 겨우 지켜봤다.


"자기 어디 아파? 화났어? 아까부터 보니 표정이 너무 안 좋아서 그래...(혹시 퇴근도 못하고 잡아놔서 기분이 나쁜 거야?)"


부장님 말씀하셨다. 옆에 직원이 그게 아니고 몸이 안 좋아서 그런 것이라고 살짝 말하니 어디가 아픈 거냐며 아무 정리도 하지 말고 바로 집에 가라고 하셨다. 튀어나오자마자 약 잘 짓는 내과에 갔다. 근육주사도 한 대 맞았다. 이제 약을 먹으니 빨리 낫겠지 하면서 또 조심하지 않고 마트에서 빨간 고무장갑과 공동구매 물품을 찾고 갓김치가 먹고 싶어서 사 와서 먹어버렸다. 이제 빨리 나을 거야 하면서... 약은 참 큰 위안을 주었다. 이제 3일 치 9첩의 약이 있고 엉덩이 주사까지 맞았으니 내일 신나게 자전거를 타야지 하면서 자전거는 미리 차에 실어 놓고 입을 자전거옷과 용품을 소파에 가지런히 정리를 해둔 채 잠이 들었다.


새벽 6시쯤 되었을까. 배에서 천둥 번개가 쳤다. 딱 어제 먹은 갓김치와 밥 한 그릇이 소화될 시간임을 알았다. 연거푸 3번의 설사를 했다. 최근 적어도 10년 이상의 기억 속에 이렇게 장이 탈이 나긴 처음이다. 또 어떻게 할 틈도 없이 속옷에 변을 지렸다. 아 나는 자전거를 너무 타고 싶다고. 이 와중에도 이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정말 미칠 노릇이지... 그런데... 토할 것 같다는 생각도 없었는데 밑으로는 좔좔하고, 볼일 본 바로 그 위에다 다 토하고 말았다. 변기안 똥물이 두 서너 방울 얼굴에 튀었다. 기가 찰 노릇이었다. 둘째의 똥이 얼굴에 묻은 이후 첨 있는 일 같다... 다시 다 수습을 하고 방에 누웠다. 멈추지 않는다. 자전거도 포기다. 그리고 속옷과 입고 있던 잠옷과 덮고 있던 이불까지 다 설사가 묻었다... 최악의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아무것도 먹지 말아야겠구나. 화장실에서 이불과 잠옷과 속옷을 애벌빨래하고 우선 이불을 세탁기에 갖다 넣었다.


그러고 소파 위에서 걸쳐져 나를 보고 있는 자전거용품을 물끄러미 쳐다봤다...



-다음 편에 바로 연속으로 답니다. 글이 길어서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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