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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Oct 27. 2023

"내가 아버지 표정을 너무 닮은 것이다."

억지로 라이킷 안 눌러 주셔도 됩니다.





스무 명 가까이 되는 인원이 회식을 마치고 난 사진이 저녁에 열무 비빔국수를 먹기 직전에 도착했다.

(좌:회식메뉴중 하나인 궁중갈비찜/우:회식 마치고 나오며 찍은 거리)

사진의 표정을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아버지 표정을 너무 닮은 것이다. 표정만 닮았으면 좋으련만... 아 정말 이런 얘기는 하고 싶지도 않고 지금도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도 않은데. 자식을 대하는 태도에서도 닮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 표정이라 함은 뭔지 모르겠으나 눈빛에서 알 수 없는 쓸쓸함이 흘러나온 것이다. 나이가 드니 눈 모양이 예전 같지 않다. 사진을 찍는다고 했지만 표정을 속일 수도 없고 움직이는 잔상과 사진에 박힌 나의 나이는 아무도 속일 수가 없다. 약간 눈꼬리가 처지기 시작하는 느낌도 들고 슬픈 눈빛도 나고 여하튼 이상야릇하다. 딸이 아버지를 닮은 것을 뭐라 할 수가 있나. 그렇게 싫어하던 아버지의 외모를 닮은 것을.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풀지 못했다. 낳기만 하고 돌보지 않았던, 아무 곳에나 던져놓고 잘 살아나가길 바랐던 아버지. 고등학교나 빨리 졸업해서 공장에 가서 돈이나 벌고 아버지 용돈이나 두둑이 주고 그렇게 살아가길 바랐을까. 그때 내가 느낀 것은 이런 것이었으나 알 수가 없다. 화해를 하고 대화를 하기도 전에 돌아가셨고 아버지 인생 또한 하도 기구해서 나도 나이가 드니 용서를 억지로라도 해야 했다. 내가 너무 고통스러워서다.


그런데 여기서 간과할 수 없는 것은 아들을 대하는 나의 태도이다. 아버지는 내가 원하는 것이 있어서 말을 하면 고함을 지르고 술을 잘 드시지도 못하는데 한잔하시고 내 멱살을 잡고 대학을 가려고 한다고 호통을 치셨다. 아무리 잊으려고 해도 그 단칸방 다락에서 내려오는 나무 계단에서 잡힌 멱살은 잊히지가 않는다. 영원히. 그런 행동을 내가 아들에게 하는 것은 아닌지. 멱살대신 말로 말이다. 가령 [야이 새끼야 이걸 성적이라고 받아왔어.] 이 말은 아이의 가슴에 생채기를 낸 것이 분명해 보인다. 아니 생채기보다 훨씬 크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논리적으로 타이르면서 감정을 배제하고 잘 설명하지 못한다. 잘 흥분하고 화나면 고함부터 지른다. 무섭게도 이것은 아버지가 하던 방식이다. 이성으로 익힌 것이 아니라 무의식 중에 아버지가 하던 것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가 아닐까. 나는 아버지같이 살지 않으리라 아버지처럼 평생을 가난한 거지같이 살지 않으리라 다짐하고 또 다짐하면서 살아왔는데. 오늘 같은 날 문득 나 자신이 참 초라하게 느껴지면서 별 수없는 아버지의 못난 딸이었음을 고백하게 되는 것이다.


열무 비빔국수를 먹으면서도 사진 속 그 표정을 잊지 못하고 글감이 된 걸 보면 세게 가슴에 와 박혔나 보다. 하지만 아버지와 내가 다른 것은 나는 아버지보다 더 교육을 받았고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고 나아지려 노력한다는 것이다. 이런 나를 아들이 알아줬으면 한다. 엄마가 하루하루 더 나아지려고 반성하고 이렇게 글이라도 쓰면서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오늘은 그렇게 조금 가라앉는 날이다.

(찬물을 부어 한 소끔 더 끓이다)
(면을 너무 좋아해서 찬물에 씻어서 입에 한 움큼 넣었다^^)
(좌:언니가 담가준 열무김치를 올림/우:큰 그릇에 비벼서 딸이랑 같이 먹었다.)





브런치 작가 소감문을 계속 써왔다. 그런데 6개월 차가 넘어가면서 아무리 그 감성으로 쓸려고 시도해도 되질 않는다. 그새 6개월 만에 마음이 변한 것일까. 라이킷 눌러주는 분들도 평균 30명은 넘는 거 같다. 생각지도 못한 글이 노출이 되어 라이킷수가 더 올라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내 글을 읽고 누르는 것인지 그냥 아무렇게나 글만 올라가면 눌러주시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 답은 내가 갖고 있으리라. 사람은 다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으니깐. 때론 내 글을 제대로 읽지도 않고(지금 이 글도 읽지 않겠지만.) 억지로 답글을 달아 주려고 하다 보니 내 글내용과 다른 말이나 내용을 올려놓을 때도 있다. 그런 억지스러운 댓글 달지 말아 주셨으면 좋겠다. 가끔 내 글이 사진이 많은 경우가 있다 보니 사진만 보고 대충 내용을 짐작하여 댓글을 다는 것이 아닌가 추측이 된다. 진심으로 내 글을 읽고 댓글을 주시는 분들에게 누가 되는 글은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되도록 늦은 시간에 글을 쓰지 않으려고 하는데 바쁘거나 하루 일과가 마치면 늘 늦은 시간이 되고 만다. 다들 주무실 시간이 되는 것이다. 나는 아무도 내 글을 읽지 않아도 내 속에 찬 분노나 억울함이 많아서 누가 보든지 안보든지 끊임없이 글을 올리게 될 여자다. 그래서 혹시 내 글에 억지스러운 라이킷을 안 눌러 주셔도 된다는 말을 다시금 이 글을 정독하는 분들에게만 살짝 속삭이고 싶다. 글이 더 산으로 가기 전에 마무리해야겠다.

(자전거 타느라 주말에 신경 못쓴 호접란에 올라온 꽃대)


(정말 진심으로 걱정해 주시는 사랑하는 나의 작가님들. 아이 둘 다 잠깐 설사를 했으나 저에게 전염은 되지 않은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저는 마법의 인이 풀린 듯 먹고 싶은 것을 제 손으로 해서 먹어 대고 있답니다. 음식이 이렇게 달달하니 참 큰일입니다. 곧 4킬로 빠진 거 그대로 원상 복귀될 사인이 벌써 보이기 시작합니다. 생각을 좀 더 추스르고 정리하여 브런치 작가 소감문으로 만나 뵈러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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