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중학교 마지막 기말고사 시험기간
갑자기 아들 생일상 차린 글이 브런치 안에서 금방 17명이나 읽었다. 이 글은 한참 지난 글이며 초라한 생일상차림과 초기 글들이 부끄럽게 한다. 보통 이전 글들은 하루에 1명이나 2명이 읽는 게 다인데 말이다. 누군가 호기심에 클릭을 한 거 같다. 모바일에 노출이 되면 적어도 몇 천명이 보게 되니깐. 아들 얘기보다 내 얘기를 더 많이 한 거 같아서 중 3 아들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쓰려고 한다.
일요일 자전거를 끌고 집안에 들어서서 엉덩이가 채 닿기도 전에,
"엄마 냉장고 멜론 좀 깎아 주세요."
"S야 엄마 식탁에 엉덩이 좀 붙이자."
"네."
딱 한마디 한다. 그 뜻은 식탁에 엉덩이는 붙일 시간을 드릴 테니 멜론을 깎아 달라는 말이다. 바로 손만 씻고 자전거 옷차림으로 멜론을 깎았다. 초승달 모양으로 깎아서 포크로 먹기 좋게 큰 접시에 냈다. 반토박이 4개 정도의 초승달이 나왔고 누나랑 두 개씩 나눠 먹으라고 줬다.
누나도 알바를 마치고 와서 맥이 빠져 있었다. 주말이 되면 문화의 전당 공연이 많다 보니 피곤하다고 한다. 소리를 쳐서 방에서 불러 냈더니 멜론 가운데 부분만 몇 개 집어서 볼이 터질 듯이 먹고 바로 들어간다. 왜 더 안 먹냐고 하니 누나왈 [엄마가 밑에 껍질까지 너무 바싹 깎아서 덜 달다]는 것이다. 제길 이 녀석. 엄마는 수박도 빨간 부분이 하나도 없게 긁어먹어야 되게 할머니께 어릴 때부터 교육을 받았다. 이 놈아.
월요일 아침 자전거 타고 약간은 나른한 몸으로 아들을 깨웠다. 급해서 간장에 참기름을 비벼서 여드름 약을 먹이고 학교에 보냈다.
"H야 엄마 출근하려고 네 동생 방문이 열려 있어 보니 학교 가방이 그대로 있다. 너 무슨 얘기 들은 거 있니?"
"아니요."
출근 내내 걱정이 되었다. 아들이 학교 가방을 안 들고 가다니. 가끔 학원시험 칠 때 샤프랑 지우개만 들고 가는 걸 봤지만. 어디 현장학습가나? 사인한 종이도 없었고 그런 말도 없었다.
"엄마 S 중학교 마지막 기말고사 기간이래요..."
딸이 일하고 있는데 말해 주었다. 이 녀석 이제 군 제대 말도 아니고 시험기간도 말도 안 해주고. 딸이 원래 중학교 3학년 기말고사 때는 아이들이 공부를 제대로 안 하고 시험을 친다고 한다.
오늘 아침에 식탁 위에 보니 로이탄 여드름 약이 4알이 남아 있었다. 다시 한 달분 약을 지어야겠다. 아들이 이약을 먹고 스스로도 여드름이 낫고 있다고 한다.
아들의 여드름에 온 가족이 동원되었다. 이모는 보성녹차 비누를 세트로 택배로 보내주고 누나와 엄마는 보습제며 파운데이션, 립글로스를 사다 주었다. 회장님도 이런 회장님이 없다. 그래도 이 약을 먹고 여드름이 아직도 심하지만 광대뼈에서부터 아주 붉은 기운이 사라지고 있는 게 내 눈에도 보인다. 아직 턱 라인을 중심으로는 엄청 심하다. 그 부분은 독한지 그대로인 듯 보인다.
"S, 약이 4알 남았네. 혼자 피부과 가서 약 타고 와아."
"네에."
아들은 길게 말하는 것도 싫어하고 부연 설명은 더 질색한다. 할 말만 정확히 귀에 박히게 말해야 한다. FP인 나는 아들의 화법 때문에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는 거 같다. 그렇게 생각해야지. 오늘은 두 번째 기말고사날이다. 시험 잘 보고 오렴. 아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