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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7. 2023

"엄마 키가 왜 이리 작아요? 엄마 너무 웃겨요..."

사춘기아들과의 좌충우돌이야기-세월이 흐르니 아들은 크고 나는 작아지는 키





어제는 비가 왔다. 가까운 친구의 아들이 수능이라 종일 내가 다 신경이 쓰였다. 오전 시험을 마치고 국어는 어떻게 나왔을까 클릭하고. 국어 성적이 생각보다 안 나온다고 했기에. 또 시험이 끝나자마자 이번 시험의 동향이 어떤지 세세히 읽고 집에 가서는 뉴스까지 챙겨 보았다. 오후가 되니 비가 쏟아졌고 15도 각도의 창문으로 빠꼼이 내다보니 비가 추적거리며 내리는 딱 그 느낌이었다. 3년 뒤 나의 아들도 수능을 치겠구나.

이래저래 내 일말고도 불편사항 처리 문제가 있어 퇴근을 못하고 바빠서 못 해 드린 예약도 6시가 넘어까지 답변을 달고 있었다. 아들이 문자가 왔다.

-엄마 데리러 와주실 수 있어요? 비가 와서요.


학원 마칠 시간을 생각하니 40여분은 그냥 내 방에서 기다려야 할 판이다. 비가 오고 학원이 내 직장에서 먼 것도 아니어서 잘하지 않는 부탁을 하는 아들을 위해 기다렸다. 정확히 도착해 태우고 집으로 갔다. 지하 3층 주차장에 내려 걸어갔다. 무슨 얘기를 했는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냥 내가 생각하기에 웃긴 얘기였다. 아들이 히죽거리며 나를 쳐다보며 웃었다. 그냥 예뻤다. 내 얘기가 끝나도 계속 웃는다. 웃는 느낌이 싸한데.


"내 얘기가 웃겼어?"


"아니 그게 아니라요."


"응?"


"엄마 키가 왜 이리 작아요? 엄마 너무 웃겨요....."


어이가 없다. 초 6부터 내 키를 넘어서더니 지금은 159 정도밖에 안 되는 내 키보다 20센티 이상 크다 보니 나를 위에서 내려보며 키득거리며 웃고 있었다. 엄마키가 점점 니한테는 작게 느껴지지. 엄마는 언제부터인가 늘 올려다본다. 거기다 굽 있는 신발을 안 신다 보니 키가 그대로다. 한마디 하려고 보니 아들은 납작 슬리퍼를 신고 있다. 그러니 둘 다 원래 키 그대로의 비율로 서있던 거다. 엘리베이터를 탔다. 목에 작은 스카프를 두른 나란 여자. 양사방의 거울 속에 아들과 나는 참 대비가 되었다. 풀잎처럼 싱그럽게 자라나는 현재나이 15세의 아들과 벌써 약간은 직장검진에 키가 줄어버린 묘한 헤어스타일의 중년 여자...


"엄마 머리 헤어스타일 바꾼다 안 했어요?"


"......"



주짓수 옷이 마르지 않아 운동을 가지 않는다는 아들이 저녁 8시부터 축구를 본다고 한다. 그래 오늘은 니 맘대로 해라. 싱크대를 보니 식기세척기를 돌릴 기간이 지났다. 먹을 거도 없다. 남아 있던 시금치 김밥 재료로 두 개를 말아서 딸 아들과 셋이서 사이좋게 나눠 먹었다. 아들이 오래간만에 피자가 먹고 싶다고 한다. 라지로 시켰다. 아들이 묻는다.


"엄마 몇 조각 드실 거죠?"


"한 조각만"


피자가 왔다. 누나는 두 조각 먹고 싶다 해서 두 조각만 딱 먹었다. 나는 한 조각 먹고 나니 오랜만에 먹었더니 진짜 너무 맛이 있었다. 허락을 받고 한 조각을 더 먹었다. 아들은 엄마는 꼭 한 조각만 먹는다 하고선 더 먹는다면서 제발 담부터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 말하고 먹으라고 충고한다. 싱가포르와 한국의 축구 경기를 소파에 앉기도, 식탁에 앉아 피자를 먹으며 재미있게 보았다. 아들은 요즘 엄마 놀리는 재미가 들렸다. 느닷없이,


 "엄마 현질이 뭔지 알기나 해요? 엄마 배민에 시키는 거 할 줄 알아요? 인터넷 계좌이체 할 줄 알아요?"



언제 발이 내 엄지와 검지 안에 쏘옥 들어오던 녀석이 저렇게 커서 엄마 앞에서 조잘거리면서 웃고 있을까. 옆에 서 있기만 해도 든든한 딸과 아들이 있어 나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자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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