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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09. 2023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내 나이를 얼마나 부러워할까라고"

오후 부서장 회의를 마치고 긴장을 풀면서 퇴근 직전 휘갈기며 쓴 글.





졸립다. 정말 쎄(혀)가 빠지게, 화요일에서 목요일로 바뀐 부서장 회의를 준비했다. CRM을 통해 통계자료를 분석하고, 채널친구를 통해 한 달의 상담건수는 몇 명이며 얼마나 늘었는지. 어떻게 보면 아주 단순한 작업이기도 하다. 하다가 보니 욕심이 더 많아지고 외국인 환자수의 추이도 궁금해지고. 상담이 안되어 고함을 지르기도 하고 통역이랑 전화연결도, 상대언어 통역 어플도 이용해서 상담한다. 요즘 내가 그런 고함을 덜 지르는 걸 발견하고 외국인 환자가 많이 빠진 것이 아닌지도 궁금하고. 이래저래 더 준비를 하게 된다. 하면 할수록 더 잘하고 싶다는 거다. 빠져나간 전원기록도 분석까진 아니라도 정리하고. 잘하면 예방접종시스템에서 어디로 가서 중간에 새었는지, 몰래 간 사람까지 알 수 있단 걸 이번 달에 처음 알았다.(물론 그러면 안 되지만 그렇게 정성을 쏟아 관리를 해드리고 딴 곳으로 말도 없이 옮기면 속이 상한다. 나는 진심이므로. 전원사유라도 알면 그만인데 말이다.)

 

전원사유를 또 따로 기록하고 건수를 세고. 컴퓨터 사용능력이, 또 현재 쓰고 있는 전산시스템마저 지랄 같아서 수기로 일일이 찾고 건수를 세기도 한다. 나는 옛날 사람이다. 오히려 노트에 다 기록해서 그냥 정리하는 게 때론 완벽하고 실수를 줄이기도 한다. 제길 내 생각이지만. 어찌어찌해서 준비하니 4장 정도의 발표 자료가 나왔고 혹시 모를 오너밑 내 윗 상사의 날카로운 질문을 생각해서 또 고민에 고민을 한다. 그냥 툭 한마디 던져서 대답을 못했던 저번 회의시간의... 악몽까진 아니고... 여하튼... 기억도 남아 있다. 결국 윗 상사는 그 부서 담당자와 전산시스템 기록까지 다 뒤져서 그 사유가 무엇인지 정확히 밝혀서 다시 내 방에 보고하라는 일이 저번 회의에서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면 너무 잘하려고 두 부서의 담당자까지 물고 들어가서 곤란한 상황을 만들기도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엔 더 완벽하게... 완벽할수록 너는 허점 투성이닷. 암튼 오후에 여러 중간관리자들 앞에서 발표를 하는데 왜 그리 떨리는지 나참. 다른 때보다 더 준비를 했는데 떨려서 목소리가 갈라지고. 이런 걸 아무도 준비 안 하는 다른 직원들은 모를 것이다. 그저 서류 종이 몇 장에 5분도 안되게 발표를 하지만 얼마나 준비를 해야 하며 다 뒤지고 찾고 하는지를... 그리고 의외로 하나도 안 떨게 생겨 먹어서는, 얼마나 긴장하고 심장이 콩닥거리는지를. 다행히 윗 상사는 아무 딴지도 걸지 않았고, 내가 낸 건의 사항에 오히려 집중이 되다가, 환자가 와서 편안함을 느끼고 가는 병원이 되고, 8시간을 집에서 보다 더 깨어 있는 곳이 직장인데 오고 싶은 직장... 즐거운 삶의 현장이 되도록 서로 챙겨주고 잘 대해주는 직장이 되어야 한다는 대표 원장님의 아주 직설적이며 감동적인 멘트로 마무리가 되었다.


다 마무리하고 좁은 내 방에 내려왔다. 마스크를 내리고 벽에 붙은 방 대비 큰 거울로 얼굴을 비춰보았다. 참 예쁘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 좀 예쁘게 생겼네. 그리고 미래의 내가 오늘의 내 나이를 얼마나 부러워할까라고도 생각했다. 며칠 전 주름의 모양, 흰머리가 하나도 보이지 않았으며 그저 내 나이보다 더 젊어 보이고, 언젠가 나이 든 내가 그토록 부러워할 거울에 비친 얼굴 모습을 오래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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