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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5. 2023

"우리도 모두 감정 노동자이다."

직장에서 금일 생긴 컴플레인에 대한 오후의 내 생각들





상담을 하고 있는데 계속 벨이 울린다. 급한 일인가 보다 하고 외국분들이 번역 앱으로 사진을 찍고 있어서 잠시 급하게 양해구하고 전화를 받았다. 다급하게 인적사항을 얘기하면서 통화연결할 테니 좀 받아 달라는 거다. 입원비설명을 잘못 들었다고 하신단다. 나는 지금 잠시 통화만 되지 그분들 컴플레인은 상담 끝나고 다시 전화하겠다며 끊었다. 모든 내방에서의 상담이 끝나고 전화를 걸었다. 통화 중이다. 다시 톡으로 상황설명을 해달라고 하니 그분의 인적사항 예약서가 사진으로 찍혀서 있다. 무슨 일인지 환자정보 검색을 했다. [별이 3개] 붙어있고, 또 [비용에 많이 민감하심]이라고 멘트도 달렸고. 그리고 무슨 의미인지 모를 [이상함]이라는 멘트도 있었다. 이상하다는 것은 이상함을 느꼈을 거다.


우리도 모두 감정 노동자이다. 멘트라도 짧게 달아 놓아야, 여러 부서를 도는 동안 참고해서 감정소비를 덜한다는 뜻이다. 정말 속이 상할 때가 많이 있다. 우리도 또한 그네들의 가족일 수 있다. 누나 여동생 엄마 등등. 특히 보호자로 따라오는 남자 환자들이 나는 무섭다. 사소한 문제로 실랑이를 벌인다. 주차료에 관한 문제 포함. 대부분 내 방에서 큰소리가 나는 적은 거의 없다. 그것은 이미 나는 을이 되고 숙이고 들어가기 때문이다. 큰소리가 나는 곳은 원무과 쪽이다. 대기순서가 잘못된 것 같다... 내가 먼저 왔는데 왜 저 사람이 순번이 먼저냐. 환자가 많아서 잠시 나가면서 주차권을 찍고 나가시고 다시 진료 후 또 주차권을 이중으로 찍어 달라고 하신다. 이것은 이 병원의 문제가 아니냐고 하신다. 원무과 어린 직원들은 고개를 굽신거리며 사과하기도 하고 사람을 봐가면서(예를 들면 직책이나 직원의 나이등.) 소리를 지른다. 밖에서 해결이 안 되면 부서장이 나가거나 부장님 방에 들어가서도 해결이 안 되어 결국 경찰이 와서 모시고 나가는 소동도 일어난 적이 있다.


참 이상한 일들이 벌어진다. 예민하고 고함지르고 난리를 피우는 분들은 중간에 진료를 보시다가 대학병원으로 전원 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처음에는 예사로 생각하고 그냥 봤는데 통계자료를 보면서 여러 외래 어시스트 방의 간호사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나는 생각한다. 까다롭게 일일이 트집 잡고 태클을 거시는 분들이 겉으론 직원들에게 하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은 자기 몸 안의 스스로에게 매사에 안 좋은 사인을 보내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누구나 좋게 넘어가고 용납해 줄 수 있는 부분까지 다 들먹이고 까다로우면 스스로의 몸도 더 예민하게 변해가는 것은 아닌가 말이다. 시트가 세탁을 해도 조금 낡아 있거나, 직원들이 조금만 마스크 쓴 눈이 차갑게 보여도 여러 가지 온라인으로 댓글을 다시고 신고를 하신다.


우리도, 나도 다 사람이다. 항상 좋을 순 없다. 직장이기에 드러내지 않을 려고 노력하고 참고 있는 일들도 많다. 사춘기 아들이 이유 없이 아침부터 차려놓은 밥을 안 먹고 나가거나, 지각해서 쫓아나갈 때 출근하는 마음이 어둡다. 그렇지만 집안일을 직장에 끌어들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람인지라 피곤하거나 잠을 못 잤거나 아침도 못 먹고 나오면 얼굴표정이 밝지 못할 때가 있다. 다행인 것은 이런 경우는 가끔이기 때문에 자주 오시는 분들은 저 간호사가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닌걸 내가 알지. 오늘은 좀 피곤한 모양이네 하고 봐주시는 분이 대부분이다.


요즘은 온라인으로 예약도 불편사항 소통도 많이 한다. 오프라인으로 상담을 오셔서 살며시 불편한 점 얘기해 주시고 고치라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가장 감사하다. 본원 홈페이지나 본원카페에서 글을 올리는 정도도 참 양호하다. 하지만 전 국민이? 다 볼 수 있는 사이트에 불만사항과 특정 직원에 대한 이야기를 올리면 참 난감하다. 그분들은 당연한 권리를 행사하는 것일 수도 있으나 우리들은 난리가 난다. 일개 직원들은 그런 일로 인해 경위서를 쓰거나 부서장 방에 끌려? 들어가 혼이 나는 경우도 많이 있고… 그리고 다 끝난 뒤 기운이 다 빠진다. 나 같은 경우도 설명의 실수를 하거나 아니면, 조금 잘못된 방향으로 알아들으시고 그분의 개인 블로그에 [설명 이상하게 한다. 3번이나 설명을 들었는데(이유를 모르겠다. 같은 상담 3번 들으시는 이유) 다 틀리게 한다. 정말 개 웃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를 올려서 직원이 문제 생길 수 있을 거 같다면서 들어가서 미리 보라고 찾아 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담주에 병원 기획실 레이다에 걸렸고 경위를 말하라고 불려 들어갔다. 나는 자기보다 20살 이상이나 많은 여자(이상하다. 늙었는지 나이 계산부터 훅했다.)에게 키득거리면서(내 생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하는 것을 읽고 피가 거꾸로 솟는 것 같았다. 이상한 것은 그 분만 이런 것이 아니라 가족이 오신 적이 있었는데 모두 이상했다. 원무과 앞에서 얼마나 병원 흉을 보시는지.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 등등... 우리 들으라고 으름장을 놓으시는 것처럼.


이런 류의 얘기를 하려면 끝이 없다. 마스크는 언제까지 쓰고 일을 할 것인지. 상냥하게 웃으면 눈이 미소 짓고, 입꼬리가 올라가는, 나이는 들었지만? 환한 얼굴을 어서 보여 드리고 싶다.



덧글:)

그래서 직장밖에서 정확히 의사표시를 하는 것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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