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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4. 2023

"얼굴로 모든걸 숨김없이 말해버리는 통에 질렸을거다"

하루하루의 기억들





무엇을 써야 할까. 매일처럼 개인적인 사소한 이야기들을 쓸까. 재미없다. 나는 대체로 행복하면 글을 덜 쓰게 되는 것 같다. 그래서 요 며칠 행복했느냐. 딱히 그런 것도 아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든지 공개하지 못하는 부분들도 있게 마련이다.(누가 미주알고주알 말하라 했나.) 바쁘게 지내면서 잠을 좀 많이 늘이면서 남는 시간엔 독서에 쏟아붓고, 일하고, 밥 짓다 보니 글을 쓸 틈도 없어졌다. 그러니 자연히 브런치 구독자님들의 글도 못 읽게 되었다. 마치 숙제를 미룬 것처럼 생각이 든다. 그러나 곧 마음이 아주 더 편안해졌다. 그리고 밀린 숙제를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나고 궁금한 분들만 조금씩 몰아서 읽어야겠다. 주말에 자전거를 한번 쉬었는데도 어찌나 하루가 빠르게 달아나든지요. 쉼은 참으로 귀하디 귀하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입술이 건조해지기 시작한다. 여태 그런 적이 없는데 이번엔 좀 심하게 느껴진다. 마스크를 쓰고 종일 일을 해야 하니 갑갑하다. 방문을 닫고 있을 때는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람을 마주 대하면 바로 써야 하니 더 갑갑하게 느껴진다. 저번 주부터 직장이 조금 조용하다. 토요일은 엄청 붐빌 줄 알았는데 그렇지도 않다. 연말이 되고 가계가 어려워지면 지갑을 닫게 마련인데 검사도 덜 하시는 것 같다.


글을 쓰는 것은 늘 행복하다. 다만 뭐든지 쓰면 거짓말을 못하고 다 공개하고 마는 것 같아 조금씩 조심하게 된다. 직장의 요즘 분위기를 글로 다 써버리면 누군가 직장 동료가 보면 곤란할 일들도 있다. 주말 동안 이불킥 할 정도의 나의 모자란 부분을 말로 하면 참 다들 못났다고 느끼실 거다. 잘난 부분만 쓰고 싶지는 않는데. 잘 먹지 않는 술을 한잔하고 울었다. 그리고 여러 가지 나의 표정과 모난 모습과 뾰로통하고 숨기지 못하는 감정으로 같이 있던 술자리 지인들에게 참 미안하다. 다들 사람인데 어찌 그리 술이 한잔 들어가도 절제하고 감정 조절을 잘하는지. 그들은 범인이 아님에 틀림없다. 우는 내 모습을 보고 당황하던 지인들. 그리고 싫은 것을 좋다고 절대 말을 하지 못하므로, 입을 꾹 닫아 버리는 유치원생보다 못한 행동을 한 내가 참 부끄럽다. 내가 잠시 열을 식히려 식당 밖으로 나와서 다행이지 안 그러면 더 엉망인 내 저 밑바닥의 감정까지, 말로 하지 않고 얼굴로 모든 걸 숨김없이 말해 버리는 통에 다 질렸을 거다. 나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내 사정을. 내 고통을. 내가 겪은 일들을. 가까운 지인들이었기에 나만 빼고 한잔씩 들어가니 참으로 솔직한 그들의 대화에 공감하다가 그동안의 힘들었던 생각이 몰려와 울어버린 것이다. 눈물을 글썽이며 있는데 누군가,


"잠깐만 아까부터 J 눈이 빨개지더니 울려고 한다. 누가 뭐 잘못했나..."


부끄러워서 바로 화장실에 뛰어갔다. 세수를 하고 지인들의 속이야기를 더 듣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우리들의 주말은 삽시간에 지나갔다. 그리고 돌아와 이불킥 수십 번 한다. 너란 인간은 언제 철들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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