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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7. 2023

"아 이건 라면글이 아닌가."

3-4일 전부터 드는 생각





글쓰기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고 느낀 게 11월 8일인데 변덕이 죽 끓듯이 한다. 성장이 벌써 멈춘 거 같다. 멈췄다기보다 처음 시작할 때처럼 철없이 글을 쓸 수 없는 단계에 다다랐다고... 느꼈다고나 할까. 어떤 작가님처럼 글을 쓸 소재가 아주 잠시 고갈되었어도 그림을 잘 그리시니 참 글도 예쁘고 소중하게 읽혔다. 그리고 글쓰기가 이렇게나 재미있는데 글을 자주 올리시지 못하는 분들의 마음도 이해가 될 거 같다. 혼자서 글쓰기 서랍장에 한 몇 줄을 쓰다가 그만둔다. 아 이것은 너무 지극히 개인적인 얘기야. 더 이상 가까운 지인 얘기는 쓸 수가 없어 이러다 보면 글을 쓸게 없어진다. 그리고 내 글의 특징은 진짜 1회성이다. 다시 읽을 글은 없다. 진정. 그때그때의 감정에 충실해 그 순간을 묘사하거나 쓰고 나면 그만. 고민도 털어놓고 나면 그만. 마음이 가벼워져, 생각보다 민감하고 염세적이고 걱정 투성이 같지만... 예상외로 아무 생각이 없고 나는 대체로 아주 낙천적이다. 입에 먹을 거 조금만 넣어줘도... 맛난 커피 한 모금에도 종일 수다를 떨고 붕 떠있는 기분으로 지낸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요즘 내가 등 따시고 배부른 것 같다. 그리고 잠이 중독성이 강하단 걸 다시 느낀다. 글을 많이 쓸 때는 거의 밤을 새운 적도 많고, 새벽 4시쯤 침대에 누워 날이 밝아오는 5시쯤 라디오 멘트를 듣고도 아침에 출근하여 하루 일과를 너끈히 소화했다. 주말에 자전거도 타야 하고 가끔이지만 소중한 사람들을 만나기 위해 체력을 비축해야겠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면서 잠을 조금씩 늘려 보았다. 아 글쎄 근데 이것이 족쇄가 되었네. 잠이 이렇게 달콤하다니. 말할 수 없이 달다. 대충 정리하고 체력보강 위해 요즘은 1시간도 안 되게 헬스장에 다녀오면 입에 뭔가가 또 당긴다. 특별한 게 없으면 자기들 방에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 방에 노크를 하면서 [뭐 맛있는 거 먹고 싶따]를 달고 산다. 가장 크게 반응을 보이는 딸아이. 나는 미끼만 입으로 던지고 그 말만으로도 행복함을 가득 느끼고 멈춘다. 그러면 딸과 아들은 시시해한다. 엄마가 덜컥 배달이라도 시켰으면 하지만 너희 엄마는 사실 배달 음식을 제일 싫어하는 거 알잖아. 하여튼 며칠이 되지 않았는데 소파에서 책을 손에 들고 언제부터 잔 것인지 새벽 12시 1시가 되어 내 방에 들어가더니 한 며칠은 10시가 조금 지난 시간에도 잠을 자야지, 아 행복해하면서 잠을 자러 들어갔다. 일찍 자면 일찍 일어나야 하지만 그 반대다. 많이 자고 더 늦게 일어나는 불상사다.


나도 오늘 읽은 어떤 작가님 댓글처럼 글을 저장하고 싶다. 소설을 쓰는 것은 아니지만 왠지 금방 한 음식이 맛나고 밥을 그냥 바로 해서 먹는 것처럼. 내가 느끼기에도 조금 이상한 글쓰기 버릇이다. 아 이건 라면글이 아닌가. 라면은 재료 준비라도 되어 있지. 걍 바로 생각나는 대로 휘리릭 쓰는 글이 가장 재미도 있고 싱싱하고 맛나다. 조금 쓴 지 며칠만 된 글에 누군가 댓글을 달아놓으면 거기 내가 무슨 글을 썼더라 하면서 다시 클릭하기가 몹시도 쑥스럽다. 너무 큰 비약이지만 내 인생은 이렇지 않아야 할 텐데 말이다. 아무 준비 없이 늘그막에 맛있는 밥(노후대책)을 바로 지어먹을 수 없단 말이다. 글이 산으로 가기 전에 할 얘기가 더 있는데... 여하튼 간에 요즘의 내 생각... 요즘까지도 아니다. 한 3-4일 전부터의 내 생각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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