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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윤슬 Nov 19. 2023

"사람에게는 누구나 취미생활이 필요하다."

내산임도와 역배태고개 라이딩 다녀온 이야기




나른하다. 참 기분이 좋은 나른함이다. 바로 잠이 들어도 된다. 하지만 글을 쓰고 싶어졌다. 라이딩을 다녀오니 오후 4시 정도 되었다. 쓸려면 벌써 쓸 수 있었을 거다. 오자 마자 왼쪽 허벅지에 약간 쥐가 나는 느낌이 있어 뜨거운 물로 바로 샤워를 했다. 그리고 집을 둘러보니 나를 기다리는 일거리들이 천지다. 우선 청소기부터 돌렸다.

딸은 이주 연속 토익시험을 치고 왔다. 좋은 성적을 편입시 제출한다고 한다. 현관에 들어서니 아들은 학원에 갔다 와 누나랑 사이좋게 찜닭을 배달시켜 나눠 먹고 있었다. 그리고 딸은 바로 알바를 갔고 아들은 다 먹고 자기 방에 들어갔다. 나는 아들에게 쓰레기 정리해서 분리수거할 시간을 정확히 말한 후 내가 우선 해야 할 청소기 이후 세탁기부터 돌렸다. 아들이 도와줘 모든 일이 빠르게 다 끝난 후 나는 다시 소파에 그림처럼 동요 없이 앉아 있었다. 기분은 아주 좋지만 근육의 피로도가 느껴지면서 자고 싶었다. 그리고 밴드에 올라온 사진을 훑어보았다.


오늘은 내산 임도를 통해 고개를 하나 넘고 배내사거리에서 점심을 먹은 후 다시 역배태고개를 넘어 라이딩을 다녀왔다. 평소에 나오시지 않던 베테랑 분들이 오셔서 내가 타는 자세를 지켜보시고 지도를? 받았다. 오르막도 많았지만 오르막에서는 사고가 나지 않는다. 특히 오늘은 내리막도 많아서 나의 자세가 너무 불안하고 차가 오면 무서워 멈칫거렸으며 많이 오른 만큼 심한 굴곡 경사가 많아서 뒤에서 보면 불안해 보였나 보다. 경사로에서 자전거를 멈춰서 핸들을 잡고 몸의 중심을 뒤로하여 허벅지로 지탱하며 중심을 잡는 연습을 오래 했다. 나는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한다. 바로 자세 교정을 하니 아직 자세 잡는 것이 어색했지만 훨씬 안정감이 있었고 내려오는 속도를 올릴 수 있었다.


10월부터 거의 안 빠지고 라이딩을 따라다니고 있다. 타고난 체형을 원망해서 무엇하랴. 어깨도 넓고 상체에 살도 많은 체형이다. 거기다 어릴 때부터 쌀가마니며 푸세식 통시 똥도 똥장군에 담아 리어카로 퍼 나르고 겨울이면 수도가 터져 동생과 물 길으러 다니고, 산에 나무(땔감)도 많이 하러 다닌 일꾼이다 보니... (무슨 얘기를 하려고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걸까.) 여튼 근육이 유달리 많이 발달했다. 또한 헬스를 좋아해서 체력을 유지하고 틈나는 대로 해반천을 달리다 보니 기초체력이 남아 있다. 내산 임도 길을 눈에 미끄러워 한 번 돌부리에 걸려서 한 번 기억 안나는 한번 총 3번의 아주 짧은 시간만 끌바를 하고 완주를 했다는 거다. 내가 생각해도 평소 운동량 때문인지 오늘 자전거로 산을 오르는 실력이 일취 월장 했음을 느꼈다. 끌바는 1-2분 미만이다. 멈췄을 때 잠시 돌아서서 누가 오르막에서 자전거만 잠시 잡아주면 다시 산길을 달렸다.


응달은 아직 눈이 녹지 않아서 약간은 미끄러웠고 양지에서 가을이 깊어가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오직 자갈길과 자전거 달리는 소리만 들리는 산길의 라이딩은 정말 힐링의 순간이었다. 이 순간만큼은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조금 멀리 바라보면서 다시 오르막이 나타나니 기어 조정을 어떻게 해야지. 오르막이 지나 잠시 낮은 경사로 오를 때는 허벅지 근육을 쉬게 하기 위해 다시 기어를 올려야지. 눈이 왔네. 앞에 돌이 있네. 언제 정상이 나올까. 대충 요런 단순한 생각만 하면서 올랐다. 밴드에 누군가 업힐에서 자전거 뒤에 설치한 카메라로 내가 천천히 호흡조절하면서(입술을 오므리고 숨을 내뱉고) 달리는 7분이 넘는 영상이 올라왔다. 올 한 해 내게 주는 최고의 선물이다. 이번 라이딩을 통해 산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참맛을 알아 버렸다.(물론 도로포장이 안된 길은 많지는 않았지만 꾸준한 경사로 산을 오르는 것이다.)

(좌;양지 오르막길 입술로 계속 후~ 하~하고있다.욕심많은 나 주머니에 받은 귤을 두개나 넣었다.ㅎㅎ/우:응달은 눈이 와서 조금 미끄러웠지만 정말 산세며 눈이 온 길이 아름답다.)

밴드가 시끌벅적하다. 우리 밴드에는 여신이 있다. (마음씀이 더 여신 같다 사실은.) 나보다는 4살이 많지만 매일 자전거를 타면서 이번 라이딩에서 한 번도 쉬지 않고 올라가는 것은 당연하고. 대회에 입상이 목적이 아니라 웬만한 대회에 다 참석하시는 분이다. 그분의 절제 있는 페달밟기와 눈길에서 산길을 오르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동영상이 댓글에 올라왔다. 사람들이 여신님이라 말했고 나 또한 그렇게 느껴졌다. 그런데 그 밑에 댓글이 더 가관이다. 나 참. 곧 제2의 여신이 탄생할 징조라는 것이다. 다리 힘도 좋고, 다만 기어 조정만 잘하면 조만간 내가 제2의 여신이 된다는 거다. 기분이 나쁘진 않지만 과찬은 금물. 그 밑에 몇 분이 더 댓글로 동감을 표시했다. 어깨 벌어지고 다리 짧은 여신님 탄생하는 건가요.

(좌:내산 임도길 정상에 도착하자마자 찍은 사진. 정말 기뻤다 통과했다는게./우:역배태고개 정상에서 찍어봄)



사람에게는 누구나 취미생활이 필요하다. 특히 나이가 들면 더욱 그렇다. 그래야 더욱 자신을 돌아보게 되고 가끔은 이렇게 모임에 나가니 자신을 꾸미게 된다. 이제 자전거는 나의 기쁨이요, 최고의 낙이 되었다. 나는 이름 지어 주기를 좋아하는데 [루키]라고 이름 짓고 물티슈로 나의 루키를 샤워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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